구산 박씨(龜山朴氏)의 연원

경북 중앙부에 자리하고 있는 구산(龜山)은 경북 군위군(軍威郡)의 옛 지명으로, 신라(新羅) 경덕왕(景德王) 때 적라현(赤羅縣)으로 고쳐 숭선군(崇善郡ㆍ지금의 선산군)에 속했다가 1914년 지방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의흥(義興)으로 병합되었다.

구산 박씨(龜山朴氏)의 관향조 천(蕆)은 밀성대군(密城大君) 언침(彦枕)의 15세손으로 보문각 대제학(寶文閣大提學) 광후(光厚)의 둘째 아들이며, 어머니는 안동 김씨(安東金氏)로 찬성사(贊成事) 김영휘(金永暉)의 딸이다. 자는 석보(碩輔)로, 석보는 또 하나의 이름이라는 기록도 있다. 형 위(葳)는 충의백(忠義伯)에 봉해지고 시호는 정국(靖國)이며, 아우 번(蕃)은 지평(持平)을 지냈다.

‘박씨원류사보(朴氏原流史譜)’에 의하면 천(蕆)은 고려(高麗) 우왕(禑王) 때 정국군(靖國君)에 봉해진 형 위(葳)와 함께 대마도(對馬島) 정벌에 공을 세우고 영의정(領議政)에 올라 구산군(龜山君)에 봉해졌으며, 의흥현(義興縣ㆍ지금의 군위군 의흥면)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 4개 면을 식읍(食邑)으로 하사(下賜)받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후손들은 밀양(密陽)에서 분적(分籍)하여 천(蕆)을 시조(始祖)로 하고, 관향(貫鄕)을 구산(龜山)으로 하여 세계(世系)를 이어왔다.

 ▲ 경북 군위군 의흥면 수북리에 자리한 시조 구산군(龜山君) 박천(朴蕆)의 묘.

 

천(蕆)의 묘는 경북 군위군 의흥면 수북리에 있으며, 후손들은 산 아래 시조가 살던 터에 무검단(懋儉壇)을 모으고 무검재(懋儉齋)를 세워 매년 음력 시월 초정일에 향사(享祀)하고 있다. 단(壇)과 재실의 명칭을 무검(懋儉)이라 하게 된 연유는 원래 그곳 마을이름이 보검의 자루와 같은 형상이어서 무검(舞劍)이라 불리던 곳이었는데, 천(蕆)이 벼슬을 그만둔 뒤 이 산속으로 들어와 검소한 생활로 일관했으니 무검(舞劍)이 무검(懋儉)으로 바꿔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 구산군(龜山君) 박천(朴蕆)을 제향하는 경북 군위군 의흥면 수북리(무검동) 무검재(懋儉齋).

 

 

천(蕆)의 장남 인해(仁海)는 조선초에 안동판관(安東判官)을 지내 가문(家門)을 대표하는 인물로 슬하에 3남1녀를 두어 가문을 크게 중흥시켰다. 장남 원의(原義)는 조산대부(朝散大夫)로 주부(主簿)를 지냈고, 다음 균무(均茂)와 자무(自武)는 부위(副尉)를 지냈다.

균무(均茂)의 손자 계손(繼孫)은 통훈대부(通訓大夫)를 역임하였으며, 자무(自武)의 손자 세걸(世傑)은 군수(郡守)를, 세걸(世傑)의 아들 형지(亨枝)는 어모장군(禦侮將軍)을 지냈다.

천(蕆)의 증손인 만룡(萬龍)은 공조좌랑(工曹佐郞)으로 중직대부(中直大夫)가 되었으며, 그의 아들 간(艮)이 세종조에 통정대부(通政大夫)로 공조참의(工曹參議)를 지냈고, 간(艮)의 아우 진(震)은 공조판서(工曹判書)에 올랐다. 8세손 경장(景章)은 임진왜란 때 창의한 망우당(忘憂堂) 곽재우(郭再祐)와 같이 화왕산성(火旺山城) 수비에 공을 세워 한성부 판관(漢城府判官)에 올랐으며, 그의 아우 경문(景文)은 선교랑(宣敎郞)으로 현감(縣監)을 지냈다.

인해의 차남 인완(仁琓)은 주부(主簿)를 역임하였으며 도산정파(道山亭派), 6세에 이르러 번성하여 조선조에 군수를 지낸 유창(惟昌)은 행정파(杏亭派), 조산대부(朝散大夫)로 사간원 정언(司諫院正言)을 지낸 유영(惟寧)은 이정파(梨亭派), 현감을 지낸 웅언(雄彦)은 옥천파(沃川派), 호군(護軍)을 지낸 수창(壽昌)은 신녕파(新寧派), 장사랑(將仕郞)으로 봉사(奉事)를 역임한 하령(遐齡)은 와동파(瓦洞派), 어모장군(禦侮將軍)에 이른 형지(亨枝)는 두동파(杜洞派), 의장(義長)은 청송파(靑松派), 참의(參議)를 역임한 장연(長淵)은 경주파(慶州派)로 나누어 세계를 이어왔다. 또, 이정파(梨亭派)의 파조인 이정(梨亭) 유영(惟寧)의 장남 승손(承孫)은 통덕랑(通德郞)에 올랐으며, 차남 흥손(興孫)은 효력부위(效力副尉)에 이르렀으며 성동파(星洞派)로, 현손 대준(大儁)은 죽정파(竹亭派)로 분파되었다.

그 외 인물로는 첨정(僉正)을 지내고 이등공신(二等功臣)에 책록된 봉상(鳳祥)과 효자(孝子)로 이름난 문엄(文淹)이 유명했으며, 예조정랑(禮曹正郞)을 지낸 화덕(和德)은 경학(經學)에 능통했고 효행(孝行)이 지극하여 세인의 칭송을 받았다.

한말(韓末)에 와서는 태영(泰泳)과 관식(寬植) 부자(父子)가 한일합방(韓日合邦)이 되자 항일투쟁(抗日鬪爭)으로 항거, 의사로서 그의 활약이 ‘동국사기(東國史記)’에 실려 있다. 한학자(漢學者)로 명성을 떨쳤던 두명(斗明)ㆍ태간(泰幹)ㆍ만환(晩煥)ㆍ만창(晩彰) 등도 가문을 대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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