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 사 방/역사 조선시대

과거시험 합격비법 조선 수험생 참고서

by 연송 김환수 2015. 4. 19.

<'과거시험 합격비법' 조선 수험생 어떤 참고서 봤나>

규장각 박현순 교수 논문"요약노트·기출문제 등 다양"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조선시대 문관이 되기 위한 필수관문인 과거시험 문과(文科).

 

이 시험은 응시자에 비해 합격자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과거 준비를 돕기 위한 실용적 목적의 수험서 또한 많이 간행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경서, 역사서, 문장서의 필요한 부분만 간략하게 뽑아 모은 '초집'(抄集)이나 특정한 기준에 따라 몇 작품을 모아 엮은 '선집'(選集)이 대표적이다.

 

과거시험 과목인 사서삼경 등의 주요 대목을 추린 일종의 '요약노트'인 셈이다.

 

연합뉴스

 

19일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의 박현순 교수는 최근 논문 '조선시대 과거 수험서'에서 과거시험을 위해 만들어진 수험서를 범주화하고 어떻게 편찬·유통됐는지를 정리했다.

 

조선 중기 문신인 이식(15841647)이 후손을 위해 쓴 공부법인 '시아손등'(示兒孫等)을 보면 그는 스스로 초집을 만들어 반복과 암송을 통해 작문 능력을 기르라고 조언한다.

 

이처럼 초집 등 요약본을 활용한 방식은 당시 광범위한 과거시험 교재를 효율적으로 익히는 공부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예컨대 과거 공부의 가장 기본인 사서삼경(四書三經)은 주로 세종대 간행된 주석서 '사서오경대전'(四書五經大全)을 원본으로 한 것인데 그 양이 매우 방대했다.

 

이에 수험생은 시험용으로 특화해 편찬된 '삼경사서강경'(三經四書講經)이나 '강경초집'(講經抄集)을 참고했다.

 

조선 후기 책판에 대한 공식기록인 '누판고'(鏤板考)는 삼경사서강경에 대해 "경문만 싣고 훈고를 줄였다. 명경과(明經科·과거의 한 분과)의 기송(記誦·기록하고 외움)을 위한 책"이라고 설명한다.

 

16세기 간행된 '동국장원책'(東國壯元策)'동국장원집'(사진東國壯元集)은 조선전기 문과 장원들의 책문을 모은 일종의 '기출문제 답안지'.

 

여기에는 출제문과 함께 응시연도, 시험 종류, 작성자 이름 등이 기록돼 있다.

 

과문(科文·과거시험에 쓰이는 문장) 짓는 법을 정리한 '과문규식'(사진科文規式), 시험별 우수 답안을 수록한 '경외제록'(京外題錄), 시험문제만 정리한 '과제각체'(科題各體) 등의 수험서도 있었다.

 

이런 수험서는 주로 민간에서 16세기까지 활발히 나오다가 17세기 들어 간행이 점차 중단된다. 과거시험이 치열해지면서 응시자들이 더 많은 과문을 원했지만,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워지자 외려 사라진 것이다.

 

박 교수는 "조선의 교육과정은 과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만큼 과거 수험서를 통해 조선 지식인의 기초 교양을 엿볼 수 있다"고 논문의 의의를 설명했다.

 

논문은 연구원이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학술지 '한국문화' 최신호에 실렸다.

 

eun@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연합뉴스 원문 |입력 2015.04.19 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