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最古 비자 ‘호조’ 발견…
1890년 고종이 호주인 선교사에
발행 국민일보 2011.07.17 14:44
근대 서양인에게 발급된 조선시대 비자 ‘호조(護照)’가 호주 멜버른 코필드 그래머스쿨 역사관에 소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병인양요(1866) 이후 개화가 본격화되면서 서양인에게 발급된 최고(最古) 비자가 처음 실물로 확인, 공개된 것이다.
성재효(62) 경남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은 17일 “1889년 10월 2일 조선에 온 호주인 최초의 선교사 조셉 헨리 데이비스(1856∼1890)가 1890년 2월 통리아문으로부터 받은 호조 원본을 확인했다”면서 “현재 코필드 그래머스쿨 역사관에 보관돼 있는데 국내로 가져오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조는 1890년을 전후해 다른 서양 선교사 등에게도 발행됐지만 실물이 확인된 적은 없다. 성 사무총장이 이날 사진으로 공개한 데이비스의 비자는 가로 35.3㎝, 세로 35.0㎝ 한지로 A4 용지 두 장을 붙인 크기와 비슷하다.
발행처는 당시 외교통상부에 해당하는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統理交涉通商事務衙門)으로 고종의 직인이 붉게 찍혀 있으며 발급일자는 경인년(庚寅年·고종 27년) 2월 20일이다.
호조에는 데이비스의 국명 직업 이름을 ‘영국사인덕배시(英國士人德倍時)’로 적혔다. 당시 호주는 영연방이었으므로 영국 선비(士人) 덕배시(한국명)로 표기한 것이다.
조선 주재 영국 대사관이 데이비스를 학자(man of Letters)라고 알렸기 때문에 그에 준하는 선비로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비자는 한문 종서체로 8줄 정도로 기록됐다. 주요 내용은 ‘영국인 덕배시가 경상·전라도를 여행할 것이니 각 도 관리는 여행을 막지 않도록 하라’는 협조문이다.
또한 본인에게는 ‘쓸데없이 허가된 지역 외에 머물다 조사받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건당 발급 비용은 15냥이었다. 데이비스는 이 비자를 받고 곧장 부산으로 내려가 선교 활동을 벌였다.
김영복 KBS 진품명품 고서감정위원은 “19세기 말 조선의 출입국 관리 제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라고 말했다.
또 이상규(역사신학) 고신대 교수는 “근대 기독교의 사료가 소실되거나 망실된 현실에서 볼 때 귀중한 기독교 사료가 발견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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