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오히려 구제하다
이야기는 경주(景州)의 이정린이라는 사람이 반드시 선에는 선의 보은이 악에는 악의 응징 있는 것이라며 전해준 이야기입니다.
예도(아주 오래전 옛날) 옛적 유씨 서생이 어느 낡은 절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였습니다.
스산한 바람 소리에 섞여 사람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서생은 슬그머니 창문 틈으로 밖의 동정을 살폈습니다.
과연 희미한 달빛 속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도둑이야!”
서생은 냅다 소리를 질렀습니다.
“우리는 도둑이 아니에요. 당신에게 부탁하러 온 겁니다.”
그들은 시르죽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부탁하러 왔으면 당당하게 문을 두드릴 것이지. 왜? 담장 밑에서 서성거리며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이요,”
“저희는 전생의 업 때문에 아귀의 길에 떨어진 지 거의 백 년이 되어 갑니다. 부엌에서 음식이 만들어지고 냄새가 풍겨오는 끼니마다 저희가 겪는 굶주림의 고통은 불지옥 속에서 몸이 타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한동안 당신을 몰래 엿보니 자비심이 있으신 것 같아서 남은 국과 식은 죽이라도 있으면 한 그릇 얻어먹어 볼까 하고 여기서 서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불가에서는 늘 참회하는 법사를 행하여 당신 같은 귀신들을 구제하는데 당신들은 어째서 스님에게 초도를 해달라고 하지 않으시오?”
“귀신들이 초도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역시 전세에 착한 인연을 심어놓아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생에 벼슬길에 급급해한 나머지 권세 있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출세의 길을 열고 그가 세력을 잃으면 우리는 곧 얼굴을 돌리고 못 본 체 했습니다.
우리가 뜻을 이루었을 때조차도 빈궁한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전생에 착한 인연을 쌓아놓은 적이 없었기에 오늘날 이 아귀로 떨어졌는데 어찌 초도할 인연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불의하게 얻은 재물이지만 친척 중 과부와 고아가 된 아이를 조금 도와준 것이 있습니다.
그 덕으로 가끔은 우리를 가엽게 여기는 사람으로부터 남은 국이나 밥을 조금은 얻어먹을 수 있습니다. 그것조차도 없었다면 우리도 부처를 비방하다 대 지옥에 떨어져 음식물이 입 근처까지 오면 갑자기 잿더미가 되어버리는 목건련의 어머니처럼 끝없는 굶주림의 늪에서 헤매고 있을 것입니다.
설사 법사의 대 신통력이 있더라도 본래의 업력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서생은 이 말을 듣고 불쌍한 마음이 일어나 그들에게 먹다 남은 국과 죽을 내주었습니다.
아귀들은 그것들을 먹은 후 감격에 겨워 울면서 절을 하고 떠나갔습니다. 이때부터 서생은 매번 남은 국과 술지개미 등이 있으면 담장 밖으로 뿌려 그 아귀들이 먹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아귀들도 이에 감응하여 와서 흠향하고 돌아가곤 했으나 어떤 행적도 말소리도 내지 않았습니다.
몇 년이 지나 어느 봄날 밤 담 밖에서 서생을 찾는 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보니 언제가 밥을 빌러 왔던 아귀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기쁨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랫동안 당신의 도움과 보살핌을 받아왔는데 오늘은 그 동안의 고마움을 전하고 작별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저희들은 하루빨리 업을 갚고 이곳을 초탈하고자 했으나 방법을 몰랐습니다.
그러던 중 마음을 비우고 착한 일이나 좀 하고자, 숲속으로 활을 가진 사람이 들어오면 산짐승들에게 먼저 알려 피신하게 하고 그물을 가진 사람이 오면 귀신소리를 내어 들어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 일념이 신령을 감동시켜 우리의 죄업을 면해주시고 오늘 사람의 몸을 받아 탁생하러 가는 길에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자 찾아뵈었습니다.”
서생은 이 일이 있은 후 게으르고 욕심을 부리며 남의 것을 탐내는 사람들에게 늘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경고했습니다.
출처 : 기효람사적인과고사(紀曉嵐寫的因果故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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