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 예 방/동화,전래,창작

꿀봉이와 작은아씨 - 장편동화

by 연송 김환수 2013. 4. 20.

 

가족과 함께 읽는 동화

꿀봉이와 작은 아씨

               글. 그림 김환수  

  

 

꿀봉이와 작은아씨 책 소개 (줄거리 요약)

 

이 책은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이 무엇인지를 꿀벌과 작은 아씨의 만남을 통하여 알려준다.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면 반드시 좋은 일들이 생기고 이웃들을 돕게 되면 반드시 좋은 인연으로 이어져 행복이 가득한 훈훈한 세상이 된다는 것을 전해 주는 동화책이다.

 

인도에 살던 어린 꿀벌이 태풍으로 가족과 헤어진 후 외톨이가 되어 모진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한국으로 오게 되고 꿀봉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한국에서 처음 작은아씨와 만나게 되어 대감님 댁에서 둥지를 틀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꿀을 모아 좋은 일에 사용하게 된다.

 

작은아씨가 왕후가 되면서 꿀봉이는 나라의 은혜를 입어 신랑을 맞이하여 가정을 꾸리게 되고 여왕벌이 된다.

그리고 벌꿀을 모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은을 하게 되고 꿀봉이에게 벌꿀 보답을 받은 작은아씨와 마을 사람들이 통나무집과 꽃마을 조성으로 화답을 하게 된다.

 

많은 세월이 흘러 꿀봉이와 인연을 맺었던 작은아씨 집안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게 되자 꿀벌들이 하얀 띠를 두른 상복을 입고서 애도하면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아쉬움을 그리고 있다.

 

한번 맺은 인연을 후대에까지 계속 이어오면서 의리를 지키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보살피는 훈훈한 이야기가 총 15부로 전개 되는데 초등학교 저학년과 어른들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동화책이다.

 

 

  

연송(蓮松) 김환수(煥洙)

 

충북 영동 출신

부경대학교 졸업

부산교통공사 재직

안산김씨 블로그 운영

    http://blog.daum.net/yescheers

연락처 010-3567-7814

     yescheers@hanmail.net

 

차 례

 

 

1. 낮선 땅 한국에 오다

 

2. 작은아씨를 만나다

 

3. 정원에 통나무집이 생기다

 

4. 대감님의 신임을 얻다

 

5. 서양벌과 한판 겨루다

 

6. 마을에 꽃나무를 심다

 

7. 꽃마을에 임금님이 찾아오다

 

8. 왕자님에게 시집을 가다

 

9. 꿀봉이 배필을 찾아라

 

10. 꿀봉이네 식구가 늘었다

 

11. 대감님이 아프다

 

12. 꿀봉이네 식구들 상복을 입다

 

13. 아씨는 모르는 비밀

 

14. 아씨를 따라 나서다

 

15. 꿀봉이와 작은아씨가 남긴 것은

 

 

---------

 

---------

 

---------

 

---------

 

---------

 

---------

 

---------

 

---------

 

---------

 

---------

 

---------

 

---------

 

---------

 

---------

 

---------

 

 

4

 

10

 

17

 

24

 

26

 

29

 

31

 

34

 

36

 

37

 

39

 

41

 

44

 

46

 

48

 

 

- 4 - 

 

1. 낮선 땅 한국에 오다

 

아주 먼 옛날 인도라는 나라에 부지런한 꿀벌 한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꿀벌이 살던 동네는 꽃나무가 적어서 열심히 꿀을 모아야 겨울을 지낼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단풍잎이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하였는데 갑자기 찾아온 태풍이라는 심술궂은 녀석이 예쁜 꽃들을 빼앗아 가버렸어요.

꿀벌은 화가 단단히 났지만 꾹 참고서 겨울에 먹을 양식을 마련하기 위해서 쉬지 않고 남아 있는 꽃들을 찾아다니며 꿀을 모았답니다.

어느 듯 늦가을로 접어들게 되었는데 그 동안 모아 놓은 양식이 부족했던 꿀벌은 걱정이 많이 되었어요.

 

 

- 5 -

 

꿀벌은 태풍이 휩쓸고 지난간 뒤에 조금 남아있던 꽃들과 세찬 비바람에 떨어진 꽃송이를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꿀을 모았지만 겨울을 지낼 양식을 조금밖에 비축하지 못하고 추운 겨울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다 보니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어요.

 

지난봄에 불어온 사나운 태풍에 단란하던 꿀벌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져 외톨이가 되어 외롭게 지내온 일들과 초가을에 다시 찾아온 태풍의 무시무시한 비바람 소리가 너무 무서워서 울던 기억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태풍이 지나간 후에 예쁜 꽃들이 사라진 앙상한 꽃나무들을 보면서 태풍이 원망스럽기도 하였지만 무서웠던 기억 때문에 더 이상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고 싶지 않았어요.

 

겨울이 시작되고 두 달이 지나자 그 동안 아껴 먹던 양식도 점점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지나간 겨울에는 꿀벌식구들이 모두 모여 살았지만 봄까지 먹을 양식이 있었고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왕벌이신 어머니가 장차 여왕벌이 되라고 로열제리 먹여주던 행복하던 지난시절이 그리워졌어요.

양식이 떨어져 며칠을 굶주리다가 너무도 배가고파 먹을거리를 찾아 집을 나서게 되었는데 가을에 떨어진 꽃들을 어렵게 찾아보아도 이미 말라버려 허기를 면하기 어려웠고 대부분이 눈 속에 파묻혀 있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게 된 꿀벌은 정말 큰일이 났습니다.

 

- 6 -

 

매서운 겨울바람을 피해 바위틈에서 새우잠을 자기도 하며 이 곳 저 곳 떠돌며 어렵게 지내던 꿀벌이 어느 날 부둣가를 헤매다가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졌는데 그 이후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기억조차 없었어요.

 

추위와 철썩거리는 파도소리에 겨우 눈을 떠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커다란 배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겁니다.

그래도 천만 다행인 것은 마음씨 착한 뱃사람이 가끔 접시에 먹을 것을 남겨 놓아 무의식중에 요기를 하며 버티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었어요.

 

작은 접시에 남겨진 음식을 먹으며 자신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는데 전혀 앞날이 보이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것 같아서 꿀벌은 자신의 신세가 참 처량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배에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가득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무역을 하는 무역선처럼 보였고 뱃사람들도 여러 명이 타고 있었어요.

배에서는 꿀벌에게 신경을 쓰거나 해코지를 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밤이 되면 너무 추워서 화물상자 옆 빈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게 되었는데요.

 

아침이 되면 따스한 햇살을 받을 수 있어 밤새 얼은 몸을 녹이며 추위를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여러 날이 지났는데 저 멀리에서 봄이 오고 있는지 쌀쌀한 바람 속에서 가끔씩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고는 했는데 갑자기 향기로운 꽃향기가 식욕을 자극하여 힘들게 눈을 떠 보니 수평선 저 멀리에 작은 섬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 7 -

 

뱃사람 들이 와.... 하면서 저기 유채 꽃 좀 봐라 온통 노란색이야 벌써 봄이 왔는가 보네하면서 신나게 떠드는 바람에 잠이 달아났어요.

 

이곳이 어디인지는 오랜 세월이 지나 알게 되었는데 한국이라는 나라의 제주도 해안이었답니다.

갑자기 정신이 혼미하여 깜박 잠이 들었는데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며칠이 더 지난 것 같았어요. 그런데 꿀벌은 몸이 나른하고 날개에 힘도 없어서 전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꿀벌이 타고 온 배는 이름도 알 수 없는 항구에 도착하여 각종 교역상품을 내리고 다른 물건들을 싣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 8 -

 

도대체 이곳이 어디일까요 ?

 

꿀벌이 지친 날개를 조금씩 움직여 엉금엉금 기다시피 부둣가에 내리게 되었는데 허약해진 몸이라 겨우 정신력으로 버티었어요.

부둣가에는 낮선 얼굴들이 보이고 내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이상한 말들을 하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흰 옷을 입었고 순박해 보였습니다.

 

며칠 전 유채꽃이 피어있던 섬을 지날 때의 날씨는 참 따스했는데 지금 이곳의 날씨는 이른 봄이라 그런지 매우 차갑게 느껴졌어요.

한나절 동안을 조금 날다가 걷다가 보니 허기가 느껴져 먹을 것을 찾아보았지만 꽃들이 작은 꽃망울만 맺히고 꽃을 피우지 않아서 꿀을 구할 수가 없었답니다.

 

이곳이 어디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어요.

나중에 알게 되었지 하면서 방향을 바꾸어 내가 타고 왔던 배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기로 마음먹었어요.

 

저녁 무렵이 되어 항구 근처에 도착을 했는데 정말 큰일이 생겼습니다.

꿀벌이 타고 왔던 배가 저 멀리 바다로 떠나가고 있었어요.

허약해진 꿀벌은 몇 미터 날기도 어려웠는데 배가 있는 곳 까지는 오십 미터도 넘어 보였습니다.

결국 꿀벌은 배 타는 것을 포기하고 그 동안 보살펴 준 뱃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였답니다.

 

- 9 -

 

혼자 남게 된 꿀벌은 이곳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운명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는 대책 없이 앉아서 한참을 울었답니다.

 

이렇게 정착하게 된 곳이 한국이라는 나라의 낮선 인천 항구였답니다.

이제부터 꿀벌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 10 -

 

2. 작은 아씨를 만나다

 

색동옷을 예쁘게 차려입은 일곱 살 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를 보고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전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작은 아씨가 나를 보고 처음 보는 곤충인데 참 예쁘게 생겼네 우리 집에 나하고 같이 가는 건 어때라고 말하는 것으로 짐작되었답니다.

이곳이 비록 낮선 땅이기는 하지만 작은 아씨가 나를 해롭게 할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아 조용히 아씨의 손가방에 앉았는데 아씨는 방긋 웃으면서 같이 집에 가자고 하는 것 같았다.

 

꿀벌은 색동옷 꼬마 아씨의 작은 손가방에 앉아서 저녁 무렵에 아담한 기와집이 있는 아씨의 집에 도착을 하게 되었답니다.

 

 

-11 -

 

아씨가 사는 집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마당이 넓고 정원이 있었어요. 그리고 주변에는 초가집들이 있었는데 아씨의 집과 아주 잘 어울려 보이는 그런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어요.

 

 

나이 드신 아주머니 한 분이 나를 보더니 아씨께서 갖고 오신 이상한 벌레 같은 것이 뭐에요. 대감님 아시면 혼납니다. 어서 돌려 보내세요라고 말을 한다.

 

아씨는.... 알았어요. 유모... 조금만 더 같이 놀고요.

유모... “이 녀석이 배가 고픈지 불쌍해 보이는데 먹을 것 좀 담아서 제 방으로 가져와 보세요라고 말했어요.

 

유모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부엌으로 향하면서 조금만 같이 있다가 보내야 됩니다.

대감마님이 아시면 정말 큰일 난다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 12 -

 

꿀벌은 아기자기 꾸며진 꼬마 아씨의 작은 방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방이 아주 따뜻하고 향기로운 냄새가 마음에 들었어요.

 

유모가 담아온 접시에는 이 것 저 것 내가 좋아하는 당과류가 많이 담겨 있어 정신없이 먹어 치웠답니다.

꼬마 아씨의 음식은 예전에 내가 좋아 하던 꽃에 숨어 있는 꿀과 비슷한 맛과 향이 나는데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어요.

 

아씨가 내게 주는 음식은 영양가가 높아서 그런지 며칠 지나지 않아 허약해진 내 몸이 금방 회복되어 다리에 힘이 솟고 날개의 힘도 건강하던 때처럼 아주 좋아지게 되었답니다.

 

봄볕이 아주 따스하던 어느 날 오후에 유모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아씨를 보면서 하는 말이 아직도 그 벌레를 갖고 계시네요

 

제발 그냥 좀 보내셔요. 대감님이 아시면 제가 혼이 납니다.

 

작은 아씨는... 유모 절대 비밀이에요.

얘 이름을 꿀봉이라 지었는데 아무런 해코지도 하지 않고 이 근처에만 맴돌며 어디를 가지도 않으니 곁에 두고 싶어요.

 

아주 착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아씨는 얘기를 합니다. 꿀봉이 이 녀석이 나를 힘들게 하면 유모님의 말씀을 따르겠다고 하니 유모는 모르는 척 하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어요.

아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꿀봉이를 가까이에 두고 부르며 쓰다듬어 주었다.

 

- 13 -

 

점점 꿀봉이는 몸이 회복되고 날개에 힘이 올라서 조금씩 날아 다니게 되었는데 아씨의 방이 좁게만 느껴졌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작은 창문 틈으로 봄을 알리는 꽃향기가 스며들었는데 날이 지날수록 더욱 진한 꽃향기가 온 방안을 진동하여 아씨가 잠시 방을 비운 사이 꿀벌은 자신도 모르게 창문을 통해 정원으로 날아 나가게 되었어요.

 

여기저기에 이름 모를 꽃들이 많이 피어있고 나지막한 담장 옆에는 노란 개나리꽃이 피고 있었는데 이 꽃들의 향기가 방안까지 풍겨왔던 것이에요.

 

꽃 속을 자세하게 살펴보니 내가 좋아하던 꿀들이 많이도 숨겨져 있어 귀한 보물을 찾은 것처럼 아주 기분이 좋았답니다.

 

정말 내가 좋아 하는 꿀 양식이 여기저기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모두가 진한 향기를 내뿜고 있어서 정신이 혼란스러웠어요.

이때 작은 아씨 방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아니 내 귀여운 꼬마 꿀봉이가 안 보이네.

 

유모... 유모... 큰일 났어요.

혹시 내 꿀봉이 못 보셨어요.

꿀봉이가 없어졌어요. 유모님이 내보내신 것은 아니지요.

 

조용하던 집안에 큰 소란이 일자 한 번도 뵌 적이 없던 김대감님과 정경부인 마님께서 정원으로 나오셨다.

 

- 14 -

 

유모 무슨 일인데 집안이 이리도 소란스러운 거예요.

 

대감마님 작은 아씨가 귀여워하던 날개 달린 작은 새 같은 예쁜꿀봉이라는 벌레가 없어져서 찾는다고 그렇습니다.

귀엽기도 하고 사람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아서 당분간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로 가버렸나 봅니다.

 

작은 아씨가 요즘 며칠사이에 꿀봉이란 녀석과 정이 듬뿍 들어 사이좋게 지내다가 갑자기 안보이니 걱정이 되는가 보옵니다.

 

꿀봉이는 개나리꽃 속에 숨어서 아씨댁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씨방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신세를 진 것이 고맙기는 하지만 이렇게 많은 꿀들이 있는데 이제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순간적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 망설여지기 시작하였어요.

 

대감마님은 아씨를 보고 그런 이상한 벌레 같은 것은 키우지 말고 책을 많이 읽고 시간나면 바느질이라도 배우거라하시면서 사랑채로 향하셨다.

 

작은아씨의 눈가에는 슬픈 듯 눈물이 방울방울 맺혔다.

내가 잘 해주었는데 어디로 갔느냐.

 

앞으로도 더욱 잘 해 줄테니 제발 돌아만 와다오. 라며 혼자말을 하였답니다.

 

- 15 -

 

꿀봉이는 아씨의 간절한 마음을 못 들은 척 냉정하게 힘찬 날개 짓을 하며 대감님 댁의 담장을 넘었다.

 

동네 한 바퀴를 붕붕거리며 날아다니다가 저녁 무렵에 낮에 보아둔 큰 나무틈새의 넓은 곳에 자리를 잡고서 모처럼의 힘찬 날개 짓으로 지친 몸을 뒤척이며 깊은 잠이 들었어요.

늦잠을 자고 난 다음날 아침에 꿀봉이는 식사를 하기 위해 마을에서 꽃이 제일 많았던 작은아씨 댁의 정원을 다시 찾았다.

 

맛있게 아침식사를 하고 저장할 꿀을 입에 가득 물고 임시거처인 나무틈새 집으로 방향을 잡으며 작은 아씨 생각에 열린 창틈으로 얼핏 쳐다보니 아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거예요.

약간 걱정이 되어 창문 가까이 날아가 보았지만, 아씨가 보이지 않았어요.

꿀벌이 자신도 모르게 아씨와 정이 들어 걱정하는 사이가 된 것일까요.

창문 틈으로 아씨방에 살짝 들어가 보니 아씨는 아픈지 방바닥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었는데 잠꼬대를 하는 것인지 꿀봉이 꿀봉이 하면서 나를 찾고 있었다.

 

너무 안쓰러워 물고 있던 꿀을 아씨 입술에 살짝 흘려주었더니 아씨가 입술을 움직이더니 혀로 핥고 쩝쩝거리며 입맛을 다시는 거예요.

이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꿀봉이는 다시 정원의 꽃밭으로 힘찬 날개 짓을 했어요.

 

- 16 -

 

이번에도 달콤한 꿀을 한웅큼 입에 물고서 아씨 방에 들러 아씨의 입술에 꿀을 흘려주고 방을 나서려고 하는데 붕붕 날개짓 하는 소리를 아씨가 들었는지 꿀봉아 하고 아씨가 조용하게 부른다.

꿀봉이는 못 들은 척하며 그냥 나가려다가 아씨 옆에 다가가서 살며시 앉게 되었답니다.

 

아씨의 부드러운 손길이 나를 쓰다듬으며 꿀봉아 제발 내 곁을 떠나지 말고 같이 있어줘라고 말하는 거예요.

 

 

- 17 -

 

3. 정원에 통나무집이 생기다

 

마음씨 착한 작은 아씨는 꿀봉이에게 내가 아버님께 말씀드려 정원에 작은 통나무집을 지어 줄 것이니 그 곳에서 살면 된다고 나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너를 보고 싶을 때는 통나무집으로 갈게 그리고 아무도 너를 해치지 못하도록 해 놓을 테니 안심하고 자유롭게 살아도 된다고 말했어요.

이렇게 해서 꿀봉이는 대감댁 정원에 아담한 통나무집을 갖게 되었고 처음으로 고맙고 행복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통나무집은 작은 아씨가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목수 아저씨에게 부탁을 드려 큰 통나무를 잘라서 안쪽을 파내고 위에는 비를 피하기 위해 짚으로 지붕을 만들었어요.

 

 

- 18 -

 

통나무집 아래에는 꿀봉이가 드나들 수 있도록 작은 구멍과 큰 구멍을 같이 뚫어 놓았고 안쪽에는 넓은 침상을 갖춘 아주 작고도 멋진 집이었어요.

이때부터 꿀봉이는 대감댁 식구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답니다.

대감님 댁에는 꽃나무가 많아서 먹을 것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그래도 예전에 배고팠던 기억들이 떠올라 향기 좋은 꽃들을 방문하여 통나무집 안쪽 구석에 육각형으로 칸을 만들어 차곡차곡 꿀도 모으고 꽃가루도 모았답니다.

 

아씨는 수시로 통나무집 앞에 와서 꿀봉이가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물었고 꿀봉이도 아씨가 보이지 않으면 먼저 아씨방으로 찾아 가기도 하였어요.

 

봄이 무르익어 여름철로 접어들자 야산에 아카시아 꽃, 싸리나무 꽃, 밤나무 꽃이 활짝 피어 많은 꿀을 저장하였는데 일년정도는 충분하게 먹을 수 있는 분량이 되었답니다.

 

겨울양식 준비를 마치고 나니 심심하기도 하고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작은 아씨 댁에 와서 처음으로 먹은 음식이 꿀처럼 달콤하던 생각이 나서 아씨에게 꿀을 모아주기로 하였답니다.

아씨가 살던 곳의 뒷동산에 밤나무 꽃이 활짝 피었는데 우선 밤나무 꿀을 선물하기로 하였어요. 밤꿀을 한입 가득 물고 아씨 방에 도착을 하니 마침 비어있는 작은 접시가 눈에 들어왔어요.

 

 - 19 -

 

이곳에 꿀을 저장을 하기로 하고 하루종일 쉬지 않고 열심히 밤꿀을 입안 가득이 담아서 나르고 또 날랐더니 꿀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어요.

작은 아씨는 꿀봉이가 계속 붕붕거리며 부지런히 드나드는 것이 궁금했는지 가까이 다가와 꿀봉이가 무엇을 하는지 접시를 쳐다보고는 했어요.

해질 무렵이 되자 꿀봉이는 피곤하여 아씨 방에서 잠시 쉬다가 깜박 잠이 들고 말았어요.

 

꿀봉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에는 밤이 깊었는데 아씨가 곁에서 안쓰러운 눈빛으로 걱정하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작은 아씨를 드릴려고 꿀을 좀 조금 모아 보았어요.

맛을 좀 보세요 하면서 두손 가득이 밤꿀을 떠서 아씨 입술로 가져갔다.

아씨는 밤꿀의 맛을 보시더니 고개를 갸우뚱하시면서 다시 입맛을 다시며 입술 주위를 핥았다.

 

내가 다시 밤꿀을 아씨 입술에 가득 묻혀드렸더니 아씨는 꿀봉아 오늘 나를 위해 꿀을 모은다고 너무 고생을 했구나 앞으로는 나를 위해 힘든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며 꿀봉이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아침이 되어 어제 꿀을 모아두었던 접시를 살펴보니 아씨가 꿀을 다 먹었는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오늘은 싸리나무 꽃에서 채취한 꿀을 모아 주었는데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 20 -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꽃이 모두 떨어져 아씨에게 갖다 줄 꿀을 구할 수가 없게 되었어요.

갑자기 날씨도 추워져 밖으로 나가기 힘들어 졌어요.

날씨가 추워지자 꿀봉이는 통나무집과 아씨방을 오가면서 겨울을 보내게 되었다.

다시 꽃피는 봄이 오면 많은 꿀을 모아 아씨에게도 드리고 연로하신 아씨의 부모님에게도 드릴 계획을 세웠어요.

드디어 꿀봉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이 찾아 왔어요.

 

야호... 신난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꿀봉이가 꿀을 찾아 나서려고 준비운동을 하는지 붕붕 날개 짓을 하면서 스트레칭을 합니다.

많은 꽃들이 피기 시작하자 꿀봉이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쉬지 않고 부지런히 꿀을 모았어요.

작은 아씨는 너무 열심히 일하는 꿀봉이가 걱정이 되는지 쉬어가며 천천히 하라고 했지만 겨우내 영양을 보충한 꿀봉이는 피곤한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을 했어요.

 

두달이 지나자 통나무집에 꿀이 가득차서 더 이상 쌓아 둘 곳이 없었고 꿀봉이가 들어가 쉴 공간도 부족하게 되었어요.

작은 아씨는 예쁘고 멋진 통나무집을 하나 더 장만해 주었다.

 

여름철에 접어들자 아카시아향이 가득한 앞동산에서 아카시아 꿀을 채취하여 새롭게 장만한 통나무집에도 꿀을 가득 채웠다.

너무 열심히 일하는 꿀봉이가 걱정이 되는지 작은 아씨는 쉬어가면서 천천히 하라고 했답니다.

 

- 21 -

 

그러나 부지런히 일하는 꿀봉이를 어찌할 수 없는지 아씨는 통나무집을 하나 더 마련해 주었어요.

꿀봉이는 꿀 채취하는 방법이 숙달 되어서 세 번째 통나무집의 벌통을 싸리나무 꿀로 가득 채웠답니다.

 

 

작은 아씨는 너무 부지런한 꿀봉이가 정말 걱정이 되는지 더 이상 통나무집을 만들지 않을 것이니 가을 꽃 구경이나 하면서 충분하게 쉬라고 말했어요.

꿀봉이는 이제 꿀을 채취해도 보관할 장소도 없고 이미 많은 꿀을 저장해 놓아서 산천구경을 하면서 아씨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답니다.

 

동산에 나가보니 밤나무 꽃이 많이 피었는데 그 속에 숨어 있는 많은 꿀을 그냥 보고만 있으려니 밤에 잠이 오지 않았어요.

 

-22 -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대감님을 위해서 밤나무 꿀을 모아보자 어디에다 보관을 할까 생각해 보니 사랑방 입구 처마에다가 작은 벌집을 지어서 꿀을 모으기로 결정하고 나니 스르르 하고 잠이 왔어요.

 

 

대감님은 꿀봉이가 하루 종일 붕붕거리며 드나들자 허허 꿀봉이 이넘이 왜 아씨와 지내지 않고 내 있는 곳에 와서 이럴까 하시더니 벌집이 만들어 지고 꿀이 채워지는 것을 보시더니 참 효녀일세라고 하시는 거예요.

 

한달이 지나자 점점 벌집이 커지면서 많은 꿀이 모이기 시작하였답니다.

늦가을이 되자 꽃의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꿀 모으기가 힘들어 졌지만 대감님께 드릴 꿀집은 축구공 크기가 되었고 대감님께서 아주 좋아하셨어요.

 

- 23 -

 

작은 아씨는 꿀봉이에게 이제 꽃이 다 떨어지고 날씨도 차가우니 낮에는 통나무집에 있고 저녁에는 아씨방에서 지내라고 하셨다.

꿀봉이는 그 동안 모아 놓은 꿀을 계산해 보았는데 통나무집에 모아놓은 벌꿀 한통이면 겨울을 보내고도 일년정도 먹을 양식이 되는 것 같았다.

이제 남은 다른 두통의 꿀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작은아씨 댁에 드리기로 하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이 아씨에게 벌꿀 두통은 작은아씨 댁에서 유용하게 쓰이면 좋겠다고 전했더니 얼마나 힘들게 모은 꿀봉이 양식인데 미안하고 고맙다고 하시면서 대감님에게 말씀드린다고 하시었어요.

대감님께서는 꿀봉이의 기특한 마음을 작은 아씨로 부터 전해 듣고는 한통은 집에서 약용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나머지 토종꿀 한통은 임금님께 진상하기로 결정을 하셨어요.

그리고 꿀봉이에게 어렵게 모은 토종꿀을 선물로 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말씀하시며 많은 관심을 갖게 되셨답니다.

 

대감님은 꿀봉이가 겨울에 춥지 않도록 벌통 주위를 볏짚으로 감싸 주고 바람막이도 설치하여 주시고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통나무집 근처에 쌓인 눈들을 손수 치워주시며 꿀봉이에게 애정을 표시하셨어요.

추운 겨울이었지만 대감님 댁의 정원에서는 꿀봉이와 대감댁 식구들의 웃음소리가 수시로 들려왔습니다.

 

- 24 -

 

4. 대감님의 신임을 얻다.

 

대감님은 연세가 많으셔서 겨울철에 매번 감기로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꿀봉이가 선물한 꿀물을 매일 타서 드시고는 기력도 좋아지시고 흔한 감기도 한번 걸리지 않으셨답니다.

 

정경부인이신 작은아씨의 어머님도 김 대감님이 타 주는 꿀물을 드시고 하시는 말씀이 우리 집의 꿀봉이가 귀한 토종꿀을 제공해 주니 정말 고마운 일이네요.

우리 내외가 겨울철에 감기 한번 안 걸리는 것을 보면 꿀봉이가 모아주는 꿀이 몸에 아주 좋은가 봐요라고 말씀하신다.

 

대감님도 꿀을 먹고 요즘 몸이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꿀봉이에게 무엇으로 보답을 해 주어야 할까요하시면서 웃으신다.

대감님 내외분은 매일 꿀봉이의 안부가 궁금한지 작은 아씨방에 들리거나 정원의 통나무집에 가서 꿀봉아 어디 아픈 곳은 없느냐 춥지는 않느냐 하시며 보살피셨다.

 

임금님께서는 꿀봉이의 토종꿀을 진상 받으시고는 고마운 일이로고 하시며 대감님댁에 비단을 내려주시고 꿀봉이에게는 그 공을 치하하시며 김씨라는 성을 내려주고 대목수에게 크고 멋진 통나무집을 만들어 주라고 왕명을 내리셨어요.

사람이 아닌 꿀벌이 사람의 성씨를 처음 갖게 되었답니다.

그 이후로 사람들은 벌의 모습을 그릴 때 임금님이 관심을 갖는 꿀벌이라 하여 꿀벌의 머리위에 왕관 모양의 표시를 하기도 하였답니다.

 

- 25 -

 

김 대감님은 너무도 기쁜 마음에 마을잔치를 열었는데 잔치상의 많은 먹거리 중에서도 단연 꿀물이 최고의 인기를 끌었는데요.

 

꿀물을 마신 마을 사람들이 꿀봉이의 통나무집에 와서 꿀봉아 꿀물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했답니다.

꿀봉이는 통나무집 앞에 나와 붕붕 거리며 날개 짓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마을에 있는 꽃나무 덕을 많이 입었어요. 꽃나무에는 꿀이 많이 들어 있어 꿀을 채취하기 어렵지 않아요라며 겸손하게 답례 인사를 하였어요.

 

대감님댁은 아침에 시작한 잔치로 하루종일 붐비다가 저녁 늦게 마을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야 정원이 평온을 되찾게 되었답니다.

 

- 26 -

 

5. 서양벌과 한판 겨루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어디서 날아왔는지 꿀봉이와 겉모습이 비슷하게는 생겼지만 난폭하고 무섭게 생긴 덩치 큰 서양벌 한마리가 김 대감댁 정원을 찾아왔습니다.

대감댁 사람들이 빗자루를 들고 훼이 훼이 소리치며 서양벌을 쫓아냈습니다.

그런데 그 이튿날에 사람들이 보지 않는 사이에 험상궂게 생긴 서양벌 두마리가 꿀봉이의 통나무집에 무단 침입을 하여 꿀봉이가 모아 놓은 꿀을 훔쳐 먹고 있었어요.

 

꿀봉이는 아씨방에 있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통나무집에 가보니 서양벌 두 마리가 자기 집이니 들어오면 물어뜯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힘들게 모아 놓은 토종꿀을 막무가내로 먹어 치우며 꿀봉이의 꿀을 마구 흩트려 놓았어요.

너무도 분하였지만 혼자서 두명을 상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통나무 집 앞에서 붕붕거리며 시위를 하였답니다.

그때 작은아씨와 마당쇠 아저씨가 이 광경을 목격하고 싸리비를 들고 침입자인 서양벌들을 쫓아냈어요.

 

서양벌 한 마리는 싸리비에 맞아 부상을 입었는지 비틀거리다가 겨우 날아가고 또 한 마리는 그 소란에도 꿀을 훔쳐가지고 쏜살같이 도망을 쳤어요.

꿀봉이는 흐트러진 꿀을 깔끔하게 다시 정리를 하였어요. 그런데 다음날에도 어제 꿀을 훔쳐 달아난 서양벌 한 마리가 통나무집에 또 쳐들어와서 꿀을 훔쳐 먹고 있었어요.

 

- 27 -

 

꿀봉이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정식 결투를 신청하였답니다.

서양벌은 덩치가 매우 컸지만 민첩하지 못하여 잽싸게 치고 빠지는 꿀봉이의 발차기에 연속 당하였어요.

서양벌은 여러번 꿀봉이의 발차기 공격과 박치기 공격에 주저앉고 말았답니다.

 

 

꿀봉이는 더 이상의 공격을 하지 않고 서양벌에게 왜 남의 집에와서 힘들게 모아 놓은 꿀을 훔쳐 먹는지 그 이유를 물었는데요.

서양벌은 눈물을 글썽이며 어제 같이 왔던 서양벌과는 부부사이인데 작년 가을에 집사람이 많이 아파서 간호하느라 겨울양식을 조금밖에 준비하지 못하여 양식이 떨어졌다고 말을 합니다.

 

며칠 전부터 굶었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나쁜 짓 인줄 알면서 도둑질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잘못을 했다고 빌었어요.

그리고 어제 집사람과 이곳에 와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쫓겨 가다가 집사람이 싸리비에 맞아 집에 누워 있고 아직 봄꽃이 피려면 한달 정도 있어야 되는데 굶어 죽을 수는 없으니 제발 한번만 도와 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 28 -

 

꿀봉이는 겨울을 나기위해 저장해 놓은 꿀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어요. 서양벌 두 마리에게 한달정도의 양식을 주더라도 겨울을 지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되자 서양벌을 도와주기로 마음을 먹었답니다.

한달만 지나면 봄이 오고 꽃이 필 것이니 걱정은 되지 않았어요.

서양벌에게 내일 집사람과 같이 와서 한달치 먹을 양식을 가져가라고 하였답니다.

 

서양벌은 눈물을 흘리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봄이 되면 반드시 빌려준 꿀을 되돌려 주겠다고 했어요.

꿀봉이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건강하게 겨울을 나고 봄에 많은 꽃들이 피니 좋은 꿀을 같이 수집하자고 말하며 나도 외로우니 친형제처럼 사이좋게 잘 지내자고 말을 했어요.

서양벌은 꿀봉이의 착한 마음씨가 너무도 고마워서 평생 은인으로 생각하며 친구처럼 잘 지내겠다고 다짐을 했답니다.

 

 

- 29 -

 

6. 마을에 꽃나무를 심다.

 

따스한 봄이 되자 김 대감님은 마을사람들에게 밭둑이나 산에 꽃나무를 많이 심도록 권유하였다.

마을도 예쁘게 꾸미고 꿀봉이가 쉽게 꿀을 모을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하셨어요.

 

마을잔치에서 꿀봉이의 꿀물을 얻어 먹은 사람들은 멀리 떨어진 마을에 가서도 꽃나무를 구해와서 심었고 마당의 빈 공간에도 예쁜 꽃들을 너도 나도 앞 다투어 심게 되었답니다.

 

 

- 30 -

 

밭둑에는 사과나무, 배나무, 복숭아나무, 감나무 같은 과실수를 심고 마을 공터에는 꽃나무를 많이 심었어요.

그리고 마을 진입로에 벚꽃나무를 심고 밭둑에는 밤나무, 감나무, 살구나무를 야산에는 싸리나무, 아카시아나무 등 여러 종류의 꽃나무를 많이 심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꽃나무 심기는 마을 전체를 꽃동네로 만들어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마을 전체가 온통 아름다운 꽃으로 뒤덮이고 멀리에서도 꽃향기를 느낄 수 있어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꽃마을이 되었답니다.

 

 

- 31 -

 

7. 꽃마을에 임금님이 찾아오다

 

꽃동네 소식이 온 나라에 퍼지니 나라의 높으신 분들도 찾아오고 아주 먼 곳에도 가족단위로 꽃놀이를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꽃마을에 꽃구경을 오게 되자 마을은 항상 북적이게 되었고 봄에는 나물이 팔리고 가을철에는 과실수에 달린 사과, , 복숭아가 많이 팔리게 되어 돈을 많이 벌게 된 마을사람들은 정말 신이 났어요.

 

아름다운 꽃마을이라는 칭송이 임금님에게도 알려지자 임금님은 왕비님과 왕자, 예쁜 공주를 데리고 꽃놀이를 나서게 되었답니다.

꽃마을에 도착한 임금님은 먼저 예전에 판서 벼슬을 하다가 연세가 많아 시골마을로 낙향한 김 대감을 찾으셨다.

 

 

- 32 -

 

임금님은 예전에 진상한 꿀이 참 달고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며 꿀봉이를 직접 보시고 싶어 하셨어요.

대감님이 임금님을 모시고 정원에 있는 꿀봉이의 통나무집으로 갔더니 꿀봉이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 거예요.

 

대감님은 꿀봉이가 아씨방에 있을 수도 있겠다며 임금님을 그 곳으로 안내를 하였습니다.

꿀봉이는 작은 아씨와 장난을 치며 놀고 있다가 낮선 임금님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작은 아씨는 임금님께 큰 절을 올렸어요. 꿀봉이도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아씨를 따라 큰 절을 따라 하였답니다.

기특한지고 김 꿀봉이 자네가 김 대감 편으로 보내준 꿀을 참 맛있게 잘 먹었노라 그 노고를 치하한다 말씀하시고 아씨의 예쁜 얼굴을 한참 바라보더니 김 대감에게 딸아이 나이는 어찌 되는고 물으신다.

예 전하... 딸 아이 이제 아홉 살 입니다.

 

김 대감... “어디 정해진 혼처는 있는가라고 물어 보신다.

전하.... “아직 마땅한 혼처를 정하지 못하였습니다.”

임금께서는 알았다 하시면서 왕후를 보고 우리 왕자가 장가갈 나이가 되었지요.

김 대감 여식의 사주를 한번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라고 말씀하시고는 아름다운 꽃마을을 둘러보고 환궁을 하시겠다며 김 대감의 집을 나섰다.

꽃마을을 둘러보시며 내 평생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은 처음 본다고 하시며 연방 감탄을 하시었어요.

 

- 33 -

 

임금님께서는 꽃구경도 하고 신선한 과일도 먹고 참으로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칭찬을 하시면서 다시 찾아오고 싶다고 하셨답니다.

그리고 꽃마을 조성에 고생한 마을사람들에게 비단 한필씩을 상으로 내리시며 고을 원님에게 마을 잔치를 성대하게 열도록 돼지 세마리, 막걸리 다섯말, 쌀 열가마를 하사하셨어요.

 

꽃마을을 조성한 이후로 마을 사람들은 행복했고 마을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임금님도 마을을 방문하여 큰 경사를 맞이했답니다.

 

- 34 -

 

8. 왕자님에게 시집을 가다

 

임금님은 환궁하시어 명리학에 조예가 깊은 좌의정에게 김 대감댁 여식의 사주를 받아 왕자의 사주와 맞추어 보도록 하였다.

며칠이 지난 후 좌의정이 궁합이 아주 좋다고 말씀을 드리니 임금님은 기뻐하시며 길일을 정해서 혼인식을 거행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라고 하명하셨어요.

 

김 대감댁에서는 꿀봉이와 꽃마을 덕분에 작은아씨가 왕자님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고 좋아들 하셨지만 정작 주인공인 작은아씨는 그리 기쁜 표정이 아니었답니다.

얼마 전에 임금님과 함께 오셨던 왕자님의 늠름하신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그동안 정이 많이들은 꿀봉이와 해어져야 된다고 생각하니 기쁨과 슬픔이 교차를 했어요.

 

왕궁으로 꿀봉이를 데려 갈수도 없고 시집을 가게 되면 일년에 한 두번의 친정나들이에만 꿀봉이를 볼 수밖에 없어 너무 마음이 아파왔어요.

꿀봉이도 작은 아씨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하루종일 아씨 곁을 떠날 줄을 모릅니다.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작은 아씨는 왕자님을 따라 궁궐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꿀봉이는 섭섭한 내색을 감추고 감축드린다며 붕붕거렸어요. 그리고 작은아씨를 궁궐 입구까지 배웅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 35 -

 

궁궐의 출입문에서 작은아씨는 꿀봉아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거라 앞으로 나를 대신하여 대감님 내외분을 잘 모시고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 라고 말씀하시며 결국 눈물을 보이시고 말았답니다.

배웅을 마치고 꽃마을로 되돌아오는 꿀봉이의 눈에도 아씨 앞에서 참고 참았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 36 -

 

9. 꿀봉이 배필을 찾아라

 

임금님은 왕자로부터 세자빈이 된 작은아씨와 꿀봉이의 안타까운 이별소식을 전해 듣고는 꿀봉이 혼자는 외로울테니 배필을 구해주도록 이조판서에게 지시를 하였다.

 

나라에서는 꿀봉이 신랑을 찾기 위해 방을 써 붙였더니 인도의 상인이 자기나라에 꿀봉이와 비슷하게 생긴 곤충들이 살고 있다고 하였다.

이조판서는 인도에서 온 무역 상인을 초청하여 꿀봉이 배우자를 데리고 오면 큰 상과 함께 금은보화를 주기로 약속을 하셨어요.

인도의 상인은 빠른 시일 내에 꿀봉이 신랑이 될 수벌과 일벌 여러 마리를 데리고 오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삼개월이 지나고 인도의 무역상인이 한국을 다시 찾아왔어요.

이조판서 대감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꿀봉이의 신랑감 수벌과 일벌들을 데리고 온 것이 틀림없었어요.

 

- 37 -

 

10. 꿀봉이네 식구가 늘었다.

 

인도의 상인은 멋지게 생긴 수벌과 부지런한 일벌 백여마리를 데리고 왔어요.

 

임금님은 꿀봉이 신랑 꿀벌의 이름을 토종이라고 지어 주시고 꽃마을 공터에다가 벌들이 살 통나무집을 서른채 지어 주시기로 하셨어요.

 

꿀봉이 여왕벌은 다섯 살 정도 사는데 한국의 좋은 공기와 다양한 꽃에서 수집한 꿀을 섭취하고 대감댁의 사랑을 받은 결과 수명이 많이 연장되었어요.

꿀봉이는 작은아씨가 시집간 왕궁에 토종꿀을 공급하기 위하여 많은 수의 일벌들이 필요했어요.

 

꿀봉이는 토종이와 신방을 꾸미고 꿀벌식구를 늘리기 위해 하루에 이백개씩의 알을 낳아 일벌로 키우기 시작하였답니다.

삼년에 걸쳐 수천 개의 알을 낳았고 그중에서 백마리의 애벌레에게는 로열제리를 먹여 여왕벌을 만들어서 분가를 시켰습니다.

 

백마리의 여왕벌들이 알을 낳아 일벌들을 만들게 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꿀봉이네 식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어요.

일벌들은 꽃나무에서 꿀 채취를 하느라 힘이 들어 두달정도 살았지만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충분한 음식을 먹도록 꿀봉이가 배려한 덕분에 일벌들의 수명도 많이 늘어났답니다.

 

- 38 -

 

꿀봉이 여왕벌은 정자와 난자를 모두 가지고 있었는데 난자 한 개로는 수벌을 만들고 정자와 난자 한쌍으로는 일벌 여성들을 만들었어요.

꿀봉이와 여왕벌들은 수벌을 몇 마리씩 만들어서 정자를 공급받아 일벌들을 생산하는데 온갖 정성을 기울였더니 꿀벌 식구들이 수십만 마리로 늘어나게 되었답니다.

 

 

-39 -

 

11. 대감님이 아프다.

 

김 대감님이 여든 번째 생일인 산수연을 맞이하였습니다.

 

나라에 여든을 넘은 사람은 백년에 한번정도 있었던 시절이었는데 대감님의 건강비결은 꿀봉이의 토종꿀에 있던 것 같았어요.

꿀에는 여러 종류의 영양분과 약용 성분이 들어 있어서 대감님께서 꿀을 많이 드시고 장수를 하신 것으로 보였답니다.

그러나 건강하셨던 대감님도 흐르는 세월을 이길 수는 없는지 차츰 거동도 불편해 지시고 쇠약해지시더니 몸져누우시고 말았어요.

 

작은아씨가 궁궐로 떠나고 꿀봉이는 대감님께 꿀을 제공하고 대감님의 보살핌도 받으면서 서로 의지하고 살면서 정도 많이 들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파왔어요.

꿀봉이 자신도 이제 나이가 많아져서 예전처럼 힘찬 날개 짓도 못하고 겨우 움직이다 보니 대감님을 이해할 수는 있었답니다.

 

김 대감님은 잠을 자듯이 하늘나라로 떠나셨고 슬픈 일은 연이어 일어나는지 하루사이로 정경부인께서도 돌아가셨답니다.

갑자기 부모님을 여윈 작은아씨 왕후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과 큰 충격을 받으셨어요.

 

꽃마을 사람들도 모두 슬퍼하며 문상을 왔습니다.

꽃마을에 꽃구경을 왔던 많은 사람들도 대감님 내외분이 돌아가신 것을 알고는 좋은 곳으로 가시어 영면하시기를 바라면서 무척 슬퍼하셨답니다.

 

- 40 -

 

꽃마을의 모든 어르신들이 앞장서서 장례 준비를 하고 나라에서도 장례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물품들을 지원해 주었어요.

그리고 많은 관원들이 직접 나와서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어서 대감님 내외분의 장례식 준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답니다.

 

 

- 41 -

 

12. 꿀봉이네 식구들 상복을 입다

 

배 꽃밭에서 꿀 채취를 하고 있다가 대감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꿀봉이네 식구들은 너무도 슬픈 나머지 일을 중단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얀 배꽃가루가 꿀 성분과 뒤섞여 온몸에 묻었지만 너무 슬픈 나머지 그대로 귀가를 하였답니다.

 

꿀봉이 여왕벌은 대감내외분이 돌아가신 것을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면서 꿀벌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어요.

여왕벌인 꿀봉이는 우선 모든 벌들이 하얀 상복을 갖추어 입고 대감님 내외분이 좋은 곳으로 가시도록 기도하기로 결정하였어요.

 

꿀벌의 머리와 허리에 하얀 배꽃가루를 붙이고 꿀을 약간 발라 떨어지지 않도록 했어요.

그리고 열흘 동안 꿀 채취를 삼가하고 그 동안 모아 놓은 꿀을 문상객에게 제공하기로 하였답니다.

 

 

- 42 -

 

김 대감님 내외분의 빈소에는 하얀 띠의 상복을 입은 꿀벌들이 지키고 있어 문상을 오신 많은 분들이 세상에 이런 희한한 일이 있느냐고 하시면서 처음 보는 광경에 모두들 놀라워했습니다.

 

 

김 대감님 내외는 꽃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나지막한 동산의 양지바른 곳에 나란히 잠드셨답니다.

작은 아씨 왕후의 마음은 부모님 곁에 계속 있고 싶었지만 몸은 다시 궁궐에 들어가야만 했어요.

김 대감님 내외분의 장례식은 모두 끝이 났지만 수많은 벌들이 대감님 무덤을 떠나지 않고 묘역을 지키고 있었는데요.

이때부터 벌들이 무덤가에 벌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였답니다.

 

음력 팔월 한가위 이전에 꽃마을 사람들이 김대감님 내외분의 묘소에 벌초를 할 때는 대감님을 지키는 벌들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을 하였답니다.

 

- 43 -

 

김 대감님의 산소를 지키는 벌들은 낮선 사람들이 접근을 하면 자신의 목숨과 같은 벌침을 쏘았어요.

그리고는 대감님 곁에서 생을 마치니 마을사람들 모두 꿀벌의 충성심이 대단하다고 칭송이 자자하였답니다.

 

 

- 44 -

 

13. 아씨는 모르는 비밀

 

꿀봉이 여왕벌의 신랑 토종이 수벌이 세상을 떠난지도 수년이 지났습니다.

꿀봉이 여왕벌은 꿀에 들어있는 다양한 종류의 영양분을 섭취하고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은 덕분에 다른 여왕벌보다 장수하며 살고 있었어요.

 

화창한 봄날에 꿀봉이는 조용하게 자신이 낳은 여왕벌들을 모두 소집하였답니다.

그리고 제일 믿음직한 여왕벌에게 대표 여왕벌 직책을 물려주며 하시는 말씀이 나는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좋은 환경이라 남들보다 두 배는 오래 살았다.

 

내가 보이지 않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행복하고 의좋게 잘 살라고 당부하시며 작은 아씨 왕후가 친정에 오거나 꽃마을을 방문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시게 될 터이니 나의 죽음을 미리 알리지 말라고 하시었다.

 

대표 여왕벌에게는 예전과 동일하게 꿀을 생산하여 우리가 먹을 양식을 제외하고 왕궁에도 보내고 김 대감님 댁에도 정성껏 꿀을 드리도록 하였다.

 

우리가 꿀을 얻는 생활터전인 꽃나무들과 통나무집은 대감님과 작은 아씨 왕후의 덕택으로 모두 얻게 되었으니 후손들에게도 일러 꿀 양식을 나누어 먹도록 전해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 45 -

 

꿀봉이 여왕벌은 피곤하니 조금 쉬겠다고 하시며 물러나시더니 대감님을 따라 하늘나라로 떠나셨답니다.

 

일년이 지난 어느 봄날에 왕후님이 되신 작은 아씨가 친정 꽃마을을 찾으셨다가 꿀봉이 여왕벌의 운명 소식을 접하셨어요.

작은 아씨 왕후님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시며 꿀봉이와의 지난 추억을 되새기며 몹시 슬퍼하시었답니다.

 

작은아씨 왕후님은 대표 여왕벌 직책을 물려받은 여왕벌에게 꿀순이라는 이름을 내리셨어요.

그리고 마을사람에게 꿀벌들이 살기 좋도록 통나무집도 많이 지어주고 벚꽃나무도 많이 심도록 많은 돈을 하사하셨답니다.

 

- 46 -

 

14. 아씨를 따라 나서다

 

꿀봉이네 후손들도 그 동안 많이 번창하여 여러 마을로 분가를 하여 대가족이 되었습니다.

초대 여왕벌 김꿀봉이의 후손들은 2대 김꿀순이, 3대 김꿀동이, 4대 김꿀남이, 지금은 5대 김꿀왕이 여왕벌이 대표직을 수행하며 대대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어요.

 

많은 세월이 흐른 어느 가을날에 작은 아씨 왕후의 부음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김 대감님 내외가 세상을 떠나고 작은아씨 왕후를 의지하며 살던 꿀벌들은 왕후께서 돌아가시자 모두 슬퍼서 어찌할 줄을 몰라 우왕좌왕 하였답니다.

 

김 꿀왕이 대표 여왕벌은 여왕벌들과 의논하여 김 대감님이 돌아가셨을 때처럼 모든 벌들이 꿀 채취는 잠정 중단하고 열흘동안 상복을 입고 작은아씨 왕후의 죽음을 애도하기로 결정을 하였어요.

 

여왕벌 백마리와 수벌들은 머리와 허리에 하얀 띠를 두르고 일벌들은 모두 허리에 하얀 띠를 두르기로 하였답니다.

그리고 비축하여 놓았던 많은 토종꿀을 왕궁의 문상객에게 대접하기 위해 왕궁 앞으로 옮겨 놓았어요.

수만마리의 꿀벌들이 하얀 띠를 두른 상복을 입고 왕궁 출입문 앞으로 모여들어 슬퍼하였답니다.

 

- 47 -

 

왕후의 죽음을 애도하는 꿀벌들은 창백하고 슬픈 모습이었지만 왕후께서 고향 꽃마을로 장지를 원하셨다는 소식에 자주 뵐 수 있겠다며 북받치는 슬픔을 참고 또 참았어요.

 

궁궐조문에 참석하지 못한 많은 꿀벌들은 꽃마을에서 왕후님이 꽃마을로 돌아오시기를 기다리며 애도를 하였답니다.

 

 

- 48 -

 

15. 꿀봉이와 작은아씨가 남긴 것은

 

작은 아씨 왕후의 장례를 마치자 대표 여왕벌 김꿀왕이는 여왕벌 회의를 소집하였습니다.

먼저 후임 대표 여왕벌을 선출하고 김꿀왕이는 당부사항을 말씀하셨어요.

 

나는 작은아씨 왕후를 가까이에서 모시러 떠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같이 따라나서고 싶겠지만 그 동안 꽃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잘 보살펴 준 은공에 보답하기 위해서 남아서 마을 사람들에게 꿀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꿀왕이 여왕벌은 몇 마리의 가신 꿀벌만을 대동하고 길을 떠나며 내 비록 하늘나라에 가더라도 우리 후손들을 잘 지켜줄 것이야 라고 말씀 하셨답니다.

 

남아 있게 된 여왕벌들과 일벌들은 너무도 슬픈 현실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지만 모두 따라 나설 수는 없었어요.

그동안 꿀을 즐겨 찾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서 부지런히 꿀을 생산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었답니다.

 

그로부터 이천년이란 세월이 흘러 많은 것들이 변하고 변하였지만 꿀봉이의 후손들과 김 대감의 후손들은 옛 인연을 잊지 않고 서로를 의지하며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김 대감님의 후손들은 꿀봉이 후손들을 가족처럼 살갑게 대하고 꿀봉이 후손들 또한 지금까지 토종꿀과 봉산물을 아무런 대가없이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니까요.

 

- 49 -

 

아름다운 인연을 맺은 작은아씨 가족과 꿀봉이 가족의 훈훈하고 아름다운 사랑에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따뜻한 영혼이 깃들면 참 좋겠습니다. .

 

 

'서 예 방 > 동화,전래,창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금으로 운명을 바꾼 동자  (0) 2013.09.24
귀신이 오히려 구제하다   (0) 2013.09.24
상도 (商道)  (0) 2013.09.24
동화란 무엇인가 ?  (0) 2012.10.08
꿀봉이와 작은 아씨 - 동화  (0) 201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