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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경제]회장님은 왜 지하를 깊게 팔까?

by 연송 김환수 2011. 3. 8.

[Why 경제]회장님은 왜 지하를 깊게 팔까?

최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강남에 100억원대 단독주택을 짓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부동산업계와 서울 강남구청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초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바로 뒤편 고급 주택가에 지하 3층~지상 2층 규모의 단독주택 신축 인허가를 받고 8월부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주택의 대지면적은 823.1㎡(약 250평)이며 신축 건물의 연면적은 411㎡(약 120평)이다. 1월 현재 이미 터파기와 지하 3층~지상 1층 토목공사가 끝났으며, 곧 건물 공사에 들어가 오는 11월 말 준공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자택. 본채와 별채 두 건물을 잇는 지하 공간에 첨단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는 게 건축업계의 분석이다.

 

 

이 대목에서 의아한 것이 바로 ‘지상 2층, 지하 3층’이다. 이왕이면 층수를 높이 올리는 일반인의 개념과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지하층을 기피하는 요즘 추세를 보면 더욱 그렇다.

 

고급 주택을 시공하고 있는 한 시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단독주택의 공사기간은 6개월 정도. “단독주택 공사에 지하를 3층이나 파고 토목공사만 6개월씩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이번에 건축 중인 주택뿐만 아니라 소유하고 있는 주택 역시 지하를 깊게 팠다.

 

이 회장이 현재 살고 있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단독주택도 지상 2층, 지하 2층 건물이며, 두 해 전 사들인 국내 최고가 빌라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도 유사시 2개월 이상 생활할 수 있는 대피 시설인 지하 철벽 방공호가 있어 유명세를 치렀다.

 

그룹 회장님의 ‘지하층 사랑’은 이 회장뿐만이 아니다. 한남동과 성북동, 청담동 일대 그룹 총수의 주택은 건축시 지하 1~2층이 기본이다. 대신 지상층은 2층을 넘어서는 경우가 거의 없다.

 

조망권 분쟁·사생활 침해 탓에 ‘꼭꼭 숨어라’

 

지하층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무엇 때문일까? 건축업계에서는 우선 ‘조망권 분쟁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실례도 있다. 2005년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이 서울 이태원동에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의 새 집을 짓자 농심 신춘호 회장은 소음과 조망권 피해를 주장하며 서울서부지법에 공사중지소송을 냈다.

 

이후 합의를 통해 소송을 취하해 정식 판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어 2009년에는 서울 한남동에서 부영그룹과 신세계그룹이 한강 조망권을 가지고 맞붙었다.

 

부영 이중근 회장은 신세계 이명희 회장이 딸에게 주려고 짓는 집이 자신의 조망권을 침해한다며 서울서부지법에 공사중지 신청을 냈다.

 

재벌가의 두 차례 큰 송사를 통한 학습효과로, “분쟁의 소지가 있는 지상보다는 지하를 선호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사생활 보호 차원의 목적도 있다. 담장을 높이 세워도 옆 건물이 높으면 집안이 노출되는 법. 이 때문에 아예 지하층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재벌 총수들이 넓은 마당에 키 높은 나무들은 심은 이유 또한 조경 효과와 함께 커튼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하층엔 ‘그들만의 시설’이 들어서기도 한다. 이 회장의 새 주택은 소규모 수영장이 설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의 용도 또한 실거주용이 아닌 연회장 등의 용도일 것으로 관할 구청은 보고 있다. 특히 삼성가는 지하층에 인공지능 시스템에 의한 자체 공기정화 시설 등 첨단 시스템을 설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회장의 집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승지원에 대해 홍하상 씨는 <이건희>(한국경제신문사, 2003)라는 책에서 “내방객들은 개인 정보를 담은 핀을 옷깃에 꽂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가 좋아하는 음악과 향기가 흘러나온다.

 

지하 집무실에는 위성통신 장비와 팩시밀리 등이 갖춰져 있고 미래 주택이라는 홈 네트워크 시스템도 구축돼 있다”고 밝혔다.

 

아버지로부터 한남동 집을 물려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자택 또한 월 2500만원 상당의 전기요금이 나올 정도로 지하에 첨단 시스템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벌가 총수들의 경우 대부분 자택에 자가발전 시설을 갖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