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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예 방/청계 안정환

화제(畫題)란 무엇인가?

by 연송 김환수 2010. 1. 30.

 

 

 

 

■ 화제(畫題)란 무엇인가? ■

 

 

화제는 문인들이 그림의 여백에 시나 좋은 글귀를 쓰는 것을 말한다.

*** 화제(畫題) : 그림의 이름이나 제목 또는 그림 위에 쓰는 시문(詩文).

 

옛날에는 문인이면 누구나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릴 줄 알아 그림을 그린 후에 흥이 나면 그림을 그린 뜻과 못다 표현한 것을 시로 지어 운치를 더했다. 그림을 그리고 꼭 화제를 써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좋은 그림을 그리고 화제를 잘못 써서 그림을 망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예로부터 화제를 써야 한다는 것 때문에 서투른 글솜씨를 아무 구석에나 휘갈겨 명작을 망친 경우가 허다하다. 화제도 엄격히 말하면 그림 속에서 조형으로 존재하는 것이니, 꼭 좋은 시구가 절대적일 수는 없다.

 

화제는 그림을 보조하는 역할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알아야 한다. 화제는 작은 글씨로 행서나 초서로 많이 썼고, 근대의 명가들은 전서, 해서로 쓰기도 하였다.

 

특히 사군자 같은 그림은 여백을 많이 남기기 때문에 화제를 많이 쓴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묵화를 많이 그린 원나라 때 그림에는 화제가 거의 없고 있다 해도 몇 자 정도였다. 그림이 주가 되는 것이고 글씨는 다만 작가의 성명 정도였다.

 

화제를 꼭 써야 할 때는 그림의 구도나 균형을 생각하여 심사숙고한 후에 그림과 어울리게 써야 하고 나중에 도장을 찍을 공간까지 생각해서 너무 크지 않게 알맞게 몇 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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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도의 화제 ■

 

 

⊙ 聯珠碧玉(연주벽옥) - 연한 구슬 푸른 옥.

⊙ 葉裏驪珠(엽리여주) - 잎새 속에 검은 구슬.

⊙ 艸龍弄珠(초용롱주) - 풀용이 구슬을 희롱한다.

⊙ 聯珠碧玉(연주벽옥) - 푸른 옥구슬이 연이어 달렸다.

⊙ 草龍爭珠(초룡쟁주) - 풀룡이 구슬을 다툰다

    용 같은 포도넝쿨이 포도알을 싸안고 있다.
    초원의 용이 여의주를 두고 서로 다투네.
    포도줄기가 넝쿨져 구슬같은 포도송이가 다투어 매달리고 있다.
    의역을 한다면 자연스럽고 태평스러운 세상을 느낄수 있다.

⊙ 百斛明珠富 淸陰翠幕張(백곡명주부 청음취막장) - 백 말쯤 밝은 구슬 많기도 한데 청음은 푸른 장막 펼쳐 있구려.

⊙ 色暎金盤果 香流玉椀漿(색영금반과 향류옥완장) - 색깔은 금반의 과일처럼 빛나고 향기는 옥완의 장에 흐를는 듯 하네.

⊙ 滿筐圓實驪珠滑 入口甘香水寒玉(만광원실여주활 입구감향수한옥) - 광주리에 검은 열매 곱고도 매끄러운데 입에든 향기는 옥같이 차가웁네.

⊙ 碧雲 冷驪龍睡 拾得遺珠月下歸(벽운량냉여용수 습득유주월하귀) - 푸른 구름 싸늘한데서 검은 용이 조는 통에 놓친 구슬 주워가지고 달빛아래 돌아왔다.

⊙ 若欲滿盤惟馬乳 莫辭添竹引龍鬚(약욕만반유마유 막사첨죽인용수) - 소반 가득 포도를 쌓을 양이면 검은데 용발 올림 사령.

⊙ 葉裡開花蝶不見 隱身守節綠珠香(엽리개화접불견 은신수절녹주향) - 잎 속에 꽃 피니 나비 보지 못하고 몸 숨겨 절개 지켜 푸른 구슬 향기롭다.

⊙ 芸香亭上汗如珠 起 淸風爲掃除(운향정상한여주 기진청풍위소제) - 운향정 위에 땀방울 구슬 같을때 때 맞추어 청풍일어 씻어 주누나.

⊙ 酒醒西樓月欲斜 滿窓晴影走秋蛇(주성서루월욕사 만창청영주추사) - 술이 깬 서쪽 다락에 달이 기울고져 하는데 창에 가득한 맑은 그림자가 달아나는 가을 뱀 이로다.

⊙ 千莖萬葉黑珠垂 一摘啖之香滿口(천경만엽흑주수 일적담지향만구) - 천 줄기 만 잎에 검은 구슬이 드리웠는데 한번 따서 먹으니 향기가 입에 가득하다.

⊙ 靑莖黃葉如龍體 大朶小珠聚甘香(청경황엽여용체 대타소주취감향) - 푸른 줄기 누런 잎 용의 몸과 같은데 큰 떨기 작은 구슬 달콤한 향기.

⊙ 夏添 潤靑油幕 秋摘甘寒黑水精(하첨량윤청곡막 추적감한흑수정) - 여름되면 시원한 청유막(푸른 장막) 펼치고 가을에는 달콤한 검은 수정을 따네.

⊙ 新莖未半猶枯 高架支離卷復扶 若欲滿盤堆馬乳 莫辭添竹引龍鬚(신경미편반유고 고가지리권부부 약욕만반퇴마유 막사첨죽인용수) - 새로 난 줄기 뻗기 전에 절반은 먼저 시들면서 높은 횃대를 느릿느릿 고달프게 붙들었다. 만약 쟁반 위에 포도를 가득 쌓아놓고 싶고든 횃대를 더 매어서 용수염을 붙게 아여라.

⊙ 露顆含香近客衣 蜜蜂蝴蝶云飛 夜來應値驪龍睡 探得明珠月下歸(로과함향근객의 밀봉호접요등비 야래응치려용수 탐득명주월하귀) - 드러난 열매 향기 나그네 옷으로 스며들고 어우러진 넝쿨속으로 벌 나비 날아든다. 밤에는 응당 까만 용이 잠들 터이니 달빛에 더듬어서 구슬을 따오리라.

⊙ 滿筐圓實驪珠滑 人口甘香玉寒 若使文園知此渴 露應不乞金般(만광원실려주활 인구감향빙옥한 약사문원지차갈 로화응불걸금반) - 둥글고 검은 열매가 광주리에 가득 굴러 입에 넣으면 달콤한 향기 얼음같이 싸늘하다. 만약 사마상여가 목마름을 잘 풀줄 알았다면 이슬 방울을 금쟁반에 담아주기를 바라지 않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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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련의 화제 ■

 

⊙ 日暖風和(일난풍화)-날이 따뜻하고 바람이 화창하다.

⊙ 蓮形玉色似蘭香(연형옥색사난향) - 연모습 옥빛에 난초같은 향기여.

⊙ 雖信花中原有筆 毫端方欲吐春霞(수신화중원유필 호단방욕토춘하) - 비록 꽃 속에 붓이 있는줄 알지만 붓끝에서 바야흐로 봄아지랑이를 토한다.

⊙ 蓮形玉色似蘭香 點斷春風衆潔芳(연형옥색사난향 점단춘풍중결방) - 형태는 연꽃의 옥빛을 닮았고 향기는 난향 같은데 스치는 봄바람에 고결한 자태를 뽐내는구나.

⊙ 應是玉皇曾擲筆 落來紙上自生花(응시옥황증척필 낙래지상자생화) - 아마도 옥황께서 일찍이 붓을 던진 것이 땅에 떨어져 스스로 생긴 꽃이다.

⊙ 一樣木蓮色不同 滿枝紫白艶濃中(일양목련색불동 만지자백염농중) - 같은 모양의 목련이 빛은 같지 않으나 가지에 가득한 붉고 흰 꽃이 어여쁘게 무르녹았다.

⊙ 翠篠無力引風長 點綴銀花玉雪香(취소무력인풍장 점철은화옥설향) - 푸른 가지가 힘이 없으니 바람따라 늘어지고 은빛 꽃 수 놓아서 옥설같이 향기롭다.

⊙ 花紫葉靑滿院開 姸姸如錦入眸來(화자엽청만원개 연연여금입모래) - 자주 꽃 푸른 잎 집에 가득 피니 비단처럼 곱게 눈동자에 들어온다.

⊙ 百蓮花發滿庭香 素艶團端粧似玉娘(백련화발만정향 소염단단장사옥낭) - 백목련 꽃이 피니 향기 뜰에 가득하고 희고 어여쁜 단장 옥랑자를 닮았다.

⊙ 彫飾固堂去 泥豈必渾 熾然新設法 陸地又高原(조식고당거 어니기필혼 치연신설법 육지우고원) - 원래 단청에 그려지는 꽃은 아니지만 어찌 진흙 속에 섞여 피겠는가 부처도 새로운 법을 설할 땐 육지에서도 다시 높은 곳을 찾아 하지 않았던가.

⊙ 一筆不嫌少萬筆 不嫌多盖畵本無 法惟求其趣巳耳(일필불혐소만필 불혐다개화본무 법유구기취사이) - 한획이 적은 것도 아니요 만획이 많은 것도 아니라 그림은 본시 법이 없는 것이요 다만 그 의취 만을 구할 뿐이다.

⊙ 花房似紅蓮朶 艶色鮮如紫牡丹 唯唯詩人能解愛 丹靑寫出與君看(화방니사홍연타 염색선여자모단 유유시인능해애 단청사출여군간) - 꽃방이 살찐 것은 연꽃과 비슷하고 탐스런 빛은 자모란 같이 선명하여 어떤 시인이 능히 그를 사랑할줄 알아 그대와 같이 보려고 채색으로 그렸지.

⊙ 蓮香玉色似蘭香 占得春風衆潔芳 最是賞心明月夜 塵中煩惱總遊忘(연향옥색사난향 점득춘풍중결방 최시상심명월야 진중번뇌총유망) - 연 향기 구슬빛은 난초향기 닮아 봄바람 차지해 모두 깨끗하고 꽃다웁다. 달 밝은 밤 구경하는 마음 가장 옳으니 속진중의 번뇌 모두 잊어버린다.

⊙ 花房似紅蓮朶 艶色鮮如紫牧丹 唯有詩人能解愛 丹靑寫出與君看(화방니사홍연타 염색선여자목단 유유시인능해애 단청사출여군간) - 꽃방이 살찐 것은 연꽃과 비슷하고 탐스런 빛은 자모란 같이 선명하여 어떤 시인이 능히 그를 사랑할 줄 알아 그대와 같이 보려고 채색으로 그렸지.

⊙ 流光荏苒屬端陽 玉馨聲中年日長 老鶴無心庭畔立 好風時送木蘭香(유광임염속단양 옥형성중년일장 노학무심정반입 호풍시송목란향) - 세월이 느릿느릿해도 벌써 초닷새. 관청 안 풍경소리 해는 솟아 대낮. 들가에 무심히 선 나이 든 학이 때때로 바람 타고 보내는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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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단의 화제 ■ / 모란

 

⊙ 合房如握拳 吐如掌口(합방여악권 토악여장구) - 머금은 화방은 주먹만한데 꽃술을 토하며 손바닥 입벌린 듯.

⊙ 芳名競占百花玉 更見長安繡蕭帳(방명경점백화옥 경견장안시수장) - 다투어 꽃중의 왕이라 높은 이름 얻었고 장안의 수놓은 휘장에 의지함을 다시 보네.

⊙ 慣把笑容誇絶艶 更含啼淚作嬌姿(관파소용과절염 경함제누작교자) - 항상 웃는 듯한 모양 탐스러움 자랑하고 다시 눈물을 머금어 가냘픈 자태 지어내네.

⊙ 三月洛陽花如錦 春風得意冠群芳(삼월낙양화여금 춘풍득의관군방) - 삼월 낙양에 비단같이 꽃이 피어 봄바람에 뜻을 얻어 뭇꽃 중에 으뜸일세.

⊙ 小院香凝花正好 平安富貴最宜人(소원향응화정호 평안부귀최의인) - 작은 뜰에 만발한 꽃 향기가 얽혀 평안하고 부귀하고 의좋은 사람.

⊙ 玉環去後千年恨 留與東風作夢看옥환거후천년한 유여동풍작몽간) - 양귀비 돌아간 후 천년 묵은 한동풍 불 때마다 꿈에서 보네.

⊙ 雨後名花睡正濃 芳姿艶質勝芙容(우후명화수정농 방자염질승부용) - 비 온 뒤 모란꽃 짙게 머리 숙여서 향기로운 자태 탐스런 맵시 부용보다 곱구나.

⊙ 倚欄 重愁無力 繞幕香濃欲醉人(의란장중수무력 요막향농욕취인) - 단장하고 난간에 의지하였으나 수심 깊어 힘 빠졌고 짙은 향기 휘장으로 스며 사람들을 취하게 한다.

⊙ 淺淺花開料 風 苦無妖色畵難工(전전화개요초풍 고무요색화난공) - 잔잔하게 핀 꽃에 가파른 바람불어 요염한 빛 사라진 괴로움 그려내기 어려워.

小園一闢花王國(소원일벽화왕국) 綠葉紅朶錦繡成(녹엽홍타금수성) 작은 정원에 한 꽃 왕국을 열고, 푸른잎과 붉은 꽃봉오리(꽃송이) 비단수를 이루었네.

소원일개화왕국(小園一開花王國) 녹화고타절미성(綠華孤朶節彌成)

작은 정원에 모란이 피어 화왕국을 만들었고, 외로운 꽃떨기 푸르게 푸르게 봄기운을 이루었네.

⊙ 本無塵士氣 自在水雲鄕 楚楚淨如拭 亭亭生妙香(본무진사기 자재수운향 초초정여식 정정생묘향) - 본래 진토에 머물 기질이 아니어서 속기를 떠난 맑은 물에서만 핀다. 말끔히 닦은 듯 선명하고 우뚝 솟아올라 묘한 향기까지.

⊙ 世愛牧丹紅 裁培滿院中 誰知荒草野 亦有好花叢(세애목단홍 재배만원중 수지황초야 역유호화총) - 세상이 모란 붉음을 사랑해 집 가운데 가득히 재배한다. 거치른 초야에 역시 좋은 꽃이 떨기로 있음을 뉘라서 알것인가.

⊙ 東風未放曉泥幹 紅蘂花開不奈寒 待得天晴花已老 不如携手雨中看(동풍미방효니간 홍예화개불내한 대득천청화이로 불여휴수우중간) - 봄 바람 불지 않아도 새벽 진흙은 말랐으나 붉은 꽃수염의 꽃 피었으니 어찌 춥지 않으랴, 하늘 맑기 기다리니 꽃은 이미 늙었네, 손 잡고 빗속에서 보는 것만 못하다.

 

⊙ 階前紅牧丹 晩來唯有兩枝殘 明朝風起應吹盡 夜惜衰紅把火看(추창계전홍목단 만래유유양지잔 명조풍기응취진 야석쇠홍파화간) - 근심하고 슬퍼하는 섬돌 앞에 붉은 모란 늦게 오니 오직 두 가지만 남았다. 내일 아침 바람이 일면 응당 날라가버릴 것 밤에 붉음 쇠하는 것 아까워 불 켜들고 본다.

⊙ 長安豪貴惜春殘 爭賞新開紫牧丹 別有玉盤承露冷 無人起就月中看(장안호귀석춘잔 쟁상신개자목단 별유옥반승로랭 무인기취월중간) - 장안 호걸들은 봄 쇠잔함을 아쉬워 해 새로 피는 붉은 목단을 다투어 감상하노라. 따로 달이 있어서 이슬 받아 차가우니 일어나서 달 아래 보는 사람 없구나.

⊙ 閨中如妬新將婦 陌上須傳粉朗 昨夜月明渾似水 入門唯覺一庭香(규중여투신장부 맥상수참전분랑 작야월명혼사수 입문유각일정향) - 규중에서 투기할 것 같은 단장한 신부지만 언덕 위에선 단장한 낭군에게 전하기 부끄럽다. 지난 밤 달 밝으니 혼연히 물처럼 맑아 문에 들어서도 뜰에 가득한 향기만 깨달았을 뿐.

⊙ 陽和不擇地 海角赤逢春 憶得上林色 相看如故人(양화불택지 해각적봉춘 억득상림색 상간여고인) - 따뜻한 햇빛은 어디에나 비쳐 바다모퉁이에서도 봄을 만났네. 궁궐 안 꽃빛이 생각이 나서 바라 보니 옛 친구를 만난 듯.

⊙ 一朶妖紅翠欲流 春光回照雪霜差 化工只欲呈新巧 不放閑花得少休(일타요홍취욕류 춘광회조설상차 화공지욕정신교 불방한화득소휴) - 한가닥 휘늘어진 생긋 웃는 꽃에 선명한 빛 흘러 넘쳐 번져 가는 봄빛에 눈서리 녹아날 제 천공은 훌륭한 솜씨 내보이려고 가지 피지 아니한 봉오리를 잠시 쉬고 있구나.

⊙ 小檻徘徊日自斜 只愁春盡委泥沙 丹靑欲寫傾城色 世上今無楊子華(소함배회일자사 지수춘진위니사 단청욕사경성색 세상금무양자화) - 해가 저물도록 난간 곁을 배회하며 봄 가면 진흙 위에 떨어져 버릴 것을 근심하다가 빨강 파랑 물감으로 뛰어난 빛깔을 그려두려하나 이 세상에 지금 양자화가 없구나.

⊙ 白雲堆裏紫霞心 不與姚黃色鬪深 閒伴春風有時歇 豈能長在玉階陰(백운퇴이자하심 불여요황색투심 한반춘등유시헐 기능장재옥계음) - 흰구름같은 꽃무더기 속 노란 꽃술이 도황과 더불어서 볼 만함을 다투지만 때로는 봄바람 다하기 전 떨어져 버리니 대궐 섬돌 밑에 오래 있지 못하겠네.

⊙ 百寶于護曉寒 沈香亭畔若爲看 春來誰作韶華主 總領群芳是牡丹(백보난우호효한 침향정반약위간 춘래수작소화주 총영군방시목단) - 꾸민 손잡이도 싸늘한 아침 침향정 가에 피어 있는 듯. 봄 들면 누가 아름다운 경치를 주관할꼬. 꽃 중에 왕이 되는 모란꽃.

⊙ 長安豪貴惜春殘 爭賞新開紫牧丹 別有玉盤承露冷 無人起就月中看(장안호귀석춘잔 쟁상신개자목단 별유옥반승로냉 무인기취월중간) - 장안의 부호들이 얼마 남지 않은 봄을 아까워하여 새로 핀 자모란을 다투어 구경하는데 따로 있는 흰쟁반에 싸늘한 이슬 바쳐든 듯한 꽃을 달밤에 가서 보는 이 아무도 없구려.

⊙ 風流富貴百花尊 國色天香到十分 如何箇樣花開大 不及區區茶子孫(풍유부귀백화존 국색천향도십분 여하개양화개대 불급구구다자손) - 부귀스런 멋은 꽃중의 으뜸이라 빛깔과 향기는 더 보탤게 없으나 어째서 꽃 모양은 그렇게 크면서 작은 열매라도 맺지 않는가.

⊙ 落盡殘紅始吐芳 佳名喚作百花王 競誇天下無雙艶 獨占人間第一香(낙진잔홍시토방 가명환작백화왕 경과천하무쌍염 독점인간제일향) - 붉은 빛 다 시들 때 비로소 활짝 피어 꽃 중의 왕이라는 아름다운 이름 얻고 탐스러움은 천하에 다시 없음을 자랑하니 이 세상에 제일가는 꽃이로구나.

⊙ 葉底風吹紫錦囊 宮爐應近更添香 詩看沈色濃如潑 不愧達君翰墨場(엽저풍취자금낭 궁로응근경첨향 시간침색농여발 불혼달군한묵장) - 잎 사이 노란 주머니에 바람이 일면 향을 더한 궁로에 가까이 간 듯. 가라앉힌 물감을 뿌린 듯 짙은 빛은 그림을 그려도 부끄럽지 않겠네.

⊙ 翠幄籠霞護曉寒 無人凝笑倚于 玉環去後千年恨 留與東風作夢看(취악롱하호효한 무인응소의란우 옥환거후천년한 유여동풍작몽간) - 푸른 장막에 안개 얽혀 아침 추위 팔리는데 난간에 의지하여 웃음짓는 사람 없어 양귀비 떠나간 뒤 긴긴 세월 한을 품고 동풍과 더불어서 옛 생각에 잠겼는 듯.

⊙ 嬌無力任支撑 笑瞼初開尙宿 雨濕紅粧終不管 憐渠元自大感生(교요무력임지탱 소검초개상숙정 우습홍장종불관 련거원자대감생) - 힘 빠진 예쁜 꽃이 받침목에 의지하여 갓피어 웃는 맵시 오래 취한 듯. 붉은 단장 비에 젖는 것 관심이 통 없으니 애처롭다 원래 어리석게 태어났음이여.

⊙ 醉中眼自班 天雨曼陀照玉盤 一朶淡黃微拂凉 紅魏紫不須看(취중안힐자란반 천우만타조옥반 일타담황미불량 정흥위자불수간) - 취한 눈에 여러 가지 무늬가 반들반들 아롱져서 하늘에서 온갖 빛이 구슬쟁반에 비치는 듯. 한가지 담황색 꽃이 유별나게 돋보여서 정흥이나 위자는 뒤에 쳐져 보이지 않는 듯.

⊙ 蟾精雪魄孕雲亥 春入香一夜開 宿露枝頭藏玉魂 暖風庭面倒銀杯(섬정설백잉운해 춘입향유일야개 숙로지두장옥혼 난풍정면도은배) - 달의 정령과 눈의 넋이 구름 뿌리로 잉태되어 살찌고 향기로운 꽃 봄들자 피어나네. 이슬내린 가지 위엔 구슬덩이가 감춰 있고 앞뜰에 바람일 적 은술잔이 기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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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의 화제 ■

 

⊙ 魚戱蓮葉間(어희연엽간) - 물고기는 연 잎 사이에서 희롱한다.

⊙ 蓮 雨退紅(연시우퇴홍) - 연꽃 볼은 비 온 뒤에 붉어진다.

⊙ 流魚動綠荷(유어동녹하) - 노니는 물고기 푸른 연 움직인다.

⊙ 荷背風 白(하배풍번백) - 연 잎 뒤쪽은 바람에 뒤집혀 희고.

 

⊙ 一朶荷花滿院香(일타하화만원양) - 한 송이 연꽃은 집에 향기를 채운다.

⊙ 荷葉淸香却勝花(하엽청향각승화) - 연 잎 맑은 향기 도리어 꽃보다 낫다.

 

⊙ 果熟愁枝重 荷生覺渚香(과숙수지중 하생각저향) - 열매 익으니 가지 무거움 근심하고 연꽃이 피니 물가의 향기 깨닫는다.

⊙ 論渠淸絶趣 天下少同人(논거청절취 천하소동인) - 저 꽃의 맑고 뛰어난 정취를 의론한다면 천하에 같이 할 사람이 적을 것이다.

⊙ 畔覆濂溪草 中移玉井荷(반복렴계초 중이옥정하) - 못 가엔 염계의 풀을 심고 못 속엔 옥정의 연꽃을 심어.

⊙ 船入荷花裏 船衝荷葉開(선입하화이 선충하엽개) - 배는 연꽃 속으로 들어가고 배에 부딪쳐야 연잎이 열려.

⊙ 粧凝朝日麗 香逐晩風多(장응조일여 향돈만풍다) - 아침의 맑은 햇빛을 녹여 단장한 듯 저녁바람 따라 쫓겨오는 향기여.

⊙ 湖聲連葉雨 野色稻花風(호성연엽우 야색도화풍) - 호수의 소리는 연 잎에 내리는 비 들의 모양은 벼 꽃에 부는 바람.

 

⊙ 綠水紅蓮一朶開 千花百草無顔色(녹수홍련일타개 천화백초무안색) - 푸른 물에 붉은 연꽃 한 송이 피니 수많은 화초들 안색이 없다.

⊙ 綠萍池沼垂楊裏 初見芙 弟一花(녹평지소수양이 초견부거제일화) - 파란 마름 잎 버들에 가리운 연못 연꽃 한 송이가 처음 보이네.

⊙ 濃淡共姸香名散 東西分艶替相連(농담공연향명산 동서분염체상련) - 짙고 엷음 함께 고우니 향명이 흩어지고 동서가 어여쁨을 나누면서 뿌리 서로 연한다.

⊙ 丹靑安得龍眼手 氣色添來滿水香(단청안득용안수 기색첨래만수향) - 채색과 명인을 얻은들 어찌 그려낼 수 있을까 빛의 생기에다 물 속의 가득한 향기를.

⊙ 露濕紅房雙朶重 風搖綠帶一枝長(로습홍방쌍타중 풍요록대일지장) - 두 떨기 빨간 꽃이 이슬에 젖어 무거운 듯 푸른 띠 바람에 흔들려 한 가지가 길게 보여.

⊙ 素房含露王冠鮮 紺葉搖風鈿扇圓(소방함로왕관선 감엽요풍전선원) - 흰 봉우리 이슬 머금으니 왕관처럼 산뜻하고 푸른 잎 바람에 흔들리니 전선처럼 둥글다.

⊙ 水宮仙女鬪新粧 輕步緩波踏明鏡(수궁선녀투신장 경보완파답명경) - 수궁 선녀들 다투어 새 단장해 느린 물결을 가벼히 걸으며 명경지수 밟는다.

⊙ 移舟水差差綠 倚檻風搖炳炳香(이주수천차차녹 의함풍요병병향) - 배가 옮겨갈 적 물은 점점 푸르르고 의지한 난간이 바람에 흔들릴 제 그윽한 향기.

⊙ 翠木蒼藤一兩家 門依古柳抱谿斜(취목창등일량가 문의고류포계사) - 푸른 나무 창등의 한 두어 집이 문은 고류 의지해 시내 안고 비꼈다.

⊙ 波澄夜靜花無影 露冷風淸玉有香(파징야정화무영 노랭풍청옥유향) - 물결 맑고 밤 고요하니 꽃은 그림자 없고 이슬 차고 바람 맑으니 옥에 향기가 있다.

⊙ 紅衣不讓美人面 芳性眞宜君子名(홍의불양미인면 방성진의군자명) - 붉은 옷은 미인의 모습에 양보하지 않고 꽃다운 성품 진실로 군자 이름에 마땅하다.

 

⊙ 庭前綠荷葉 香氣濃於酒 疏雨忽飛來 的明珠走 (정전녹화엽 향기농어주 소우홀비래 적력명주주) - 앞 뜰의 푸른 연잎 술보다 향기가 짙어. 주르르 비가 떨어져 흰 구슬이 굴러 흐른다.

⊙ 浮香繞曲岸 圓影覆華池 常恐秋風早 飄零君不知(부향요곡안 원영복화지 상공추풍조 표령군불지) - 뜬 향기 골짜기와 언덕에 가득 못은 온통 둥근 꽃그림자에 덮여. 가을 바람 일찍 불까 근심스러운데 그대는 나부껴 떨어질 일을 생각지 못하니.

 

⊙ 不怨池塘不怨甁 只愁濃艶易飄零 紅顔尙帶三生醉 禁澤何人敢獨醒(불원지당불원병 지수농염이표령 홍안상대삼생졸금택하인감독성) - 못에 피어 있어도 좋고 병에 꽂혀있어도 좋지만 짙고 고운 꽃이 쉬이 떨어지지나 말았으면. 붉은 얼굴은 피어 있을 때나 떨어져 있을 때나 취한 빛이나 초나라의 어떤 사람만 홀로 깰 수 있을까.

⊙ 何淸入水銀甁 香露處處替淚零 離却一塘應有限 也從詩老醉還醒(하염청입수은병 향로처처체누령 이각일당응유한 야종시노취환성) - 무엇 때문에 맑은 꽃을 병에 꽂기 꺼려할 것인가 향기와 이슬이 곳곳에서 눈물되어 떨어지는 것을. 못 속에만 있게 말고 잘라 내다가 시 짓는 늙은이 취했다 깰 즈음 보게 해야지.

⊙ 揷折蓮花白玉甁 紅衣濕盡露華零 中通外直君知否 夢斷溪酒半醒삽절연화백옥병 홍의습진로화령 중통외직군지부 몽단염계주반성) - 연꽃 꺾어다 흰 병에 꽂으려니 짙은 이슬 떨어져 붉은 옷이 젖는다. 속은 비어 있고 줄기는 곧은 뜻을 그대는 모르는가 염계선생은 거나하게 취하여서도 알아냈는데.

⊙ 今年池水盡成枯 翠盖紅粧掃地無 只有小荷雙葉在 西風吹折誰扶(금년지수진성고 취개홍장소지무 지유소하쌍엽재 서풍취절천수부) - 금년에 못물이 모두 말라서 푸른 잎 빨간 꽃 쓸어버린 듯. 다만 자그마한 잎 둘만이 남아 그마저 서풍에 꺾였으니 누가 붙들꼬.

⊙ 水檻風來夏赤凉 滿池荷月正蒼蒼 只恐白露凋紅粉 減却鴛鴦夢裡香(수함풍래하적량 만지하월정창창 지공백로조홍분 감각원앙몽리향) - 물가에 바람 인 시원한 여름날 새파란 연못엔 연이 가득 달이 가득. 이슬내려 빨간 꽃가루 떨어질까 하였는데 갑자기 원앙새가 향기꿈을 깨운다.

⊙ 去時荷出小如錢 歸見荷枯意然 秋後漸稀霜後少 白頭黃葉兩相憐(거시하출소여전 귀견하고의망연 추후점희상후소 백두황엽양상련) - 돈짝만큼 연잎날 때 떠나갔다가 시들 때 돌아오니 망연하구나 가을 들어 서리 끝에 적어져 흰 머리 누른 잎 모두 다 불쌍하네.

⊙ 出水芳姿再再輕 圓珠灑落見光明 淡香不作芳菲面露冷風凄倍覺情(출수방자재재경 원주쇄락견광명 담향불작방비면 로냉풍처배각정) - 물 위에 핀 꽃이 아래로 늘어져서 속기없이 둥근 모습 광명을 보는 듯. 꽃이 핀 땐 엷은 향기나지 않다가 이슬 바람 싸늘해야 갑절이나 풍겨온다.

⊙ 玉井根株望巳灰 前塘剩喜兩三開 徘徊正引翁興 莫遺西風湯來(옥정근주망사회 전당승희양삼개 배회정인염옹흥 막유서풍탕양래) - 옥정의 연 줄기는 막 시들려 하는데 전당에 두세송이 피어 웃는다. 둘러보매 염웅의 흥취 절로 나니 서풍이 불어 와서 물결치치 말았으면.

⊙ 池面輕風細細吹 淸香扁與夜凉宜 天公更借氷輪影 高葉繁花光陸離(지면경풍세세취 청향편여야량의 천공경차빙륜영 고엽번화광육리) - 못 물엔 가는 바람 살살 불어 밤 들어 서늘한데 맑은 향기 퍼진다. 천공이 또다시 둥근 달을 빌려 주어 잎 밑에 번화한 꽃이 뒤섞여 아름답네.

⊙ 初見新荷疊小錢 漸看千朶翠如烟 可憐葉大眞如許 會作神仙太乙船(초견신하첩소전 점간천타취여연 가련엽대진여허 회작신선태을선) - 처음에는 겹친 잎이 엽전만 하였다가 자라나면 천 가지가 연기같이 푸르르다. 잎이 넓어 아름다움이 저와 같으니 태을신선은 뜯어다가 배라도 짓겠네.

⊙ 芙蓉照水弄嬌斜 白白紅紅各一家 近日新花出新巧 一枝能著兩般花부용조수농교사 백백홍홍각일가 근일신화출신교 일지능저양반화) - 아리땁게 기울여져 물에 비친 부용 흰 빛 붉은 빛이 제각기 또렷또렷. 요즈음 새 꽃이 어여쁘게 막 피어나 한 줄기에 두 송이가 달라붙은듯.

⊙ 南浦荷香水欲秋 晝船歌曲響中流 多情採滿停橈戱 綠子紅房笑揷頭(남포하향수욕추 주선가곡향중류 다정채만정요희 녹자홍방소삽두) - 남포 연꽃 향기 가을이 깊어오면 뱃노래 메아리가 물 위로 흘러간다. 가득히 채워져 노 젓는 손 멈춰질 때 머리에 꽂혀진 열매송이 보고 웃네.

⊙ 秋來喜見露蜂房 玉子瓊珠箇箇香 嚼能渾驚兼至味 淸心可補十全湯(추래희견로봉방 옥자경주개개향 작능휘경겸지미 청심가보십전탕) - 가을이 오면 가깝게 벌집이 드러나 구슬같은 씨 낱낱이 향기로워 씹어보면 지극한 맛 놀라웁기만 마음을 맑혀 주는 십전탕일세.

⊙ 秋淨長湖碧玉流 荷花深處繫蘭舟 逢郎隔水投蓮子 恐被人知半日羞(추정장호벽옥류 하화심처계란주 봉낭격수투연자 공피인지반일수) - 가을날 맑은 호수 푸른 물 넘실넘실. 연숲 깊숙이 매어있는 목란주에 총각이 저쪽에서 연밥을 던졌는데 사람들이 알까 두려워 반나절 붉은 얼굴.

⊙ 挺出泥不梁塵 艶香淸氣白無倫 誰知君子貞心在 當日濂溪最獨親정출어니불양진 염향청기백무륜 수지군자정심재 당일염계최독친) - 진흙 속에서 빼어나 티끌에 물들지 않으니 탐스런 향기와 맑은 기운은 견줄 게 없네. 누가 군자에게 곧은 마음이 있음을 알까 지난날 주렴계(周濂溪)가 가장 이 꽃을 사랑했지.

⊙ 物欲其全不欲 問渠何似舊池開 芳等是終銷歇 願被高人採來(물욕기전불욕최 문거하사구지개 방향등시종소헐 원피고인채철래) - 물욕은 온전히 꺾어버리기 어려운 것 너는 무슨 일로 흙탕물에 피어나서 그토록 맑은 향기 다할 때까지 고상한 사람이 캐어 가길 바라니.

⊙ 終宵浙浙送寒聲 容枕無聊睡不成 却憶故園池上雨 碧荷千點散輕明(종소절절송한성 용침무요수불성 각억고원지상우 벽하천점산경명) - 밤 새도록 주르륵주르륵 싸늘한 소리 베개를 당겼으나 애오라지 잠못이뤄. 도리어 고향집 비내리는 연못에 푸른 잎에 맑게 구르던 물방울이 생각나서.

⊙ 畵樓東畔俯蓮池 罷酒來看急雨時 溜滿卽傾器似 聲喧不厭淨襟宜(화누동반부연지 파주래간급우시 류만즉경의기사 성훤불염정금의) - 그림으로 꾸민 다락 동쪽 부련지를 급한 비 내릴 때 술잔 놓고 바라보니 낙숫물 떨어져 차면 기울어짐이 물 기울기 같으니 소리는 시끄러우나 가슴속이 시원하다.

⊙ 葉展影當月 花開香散入簾風 不如種在天池上 猶勝生於野水中(엽전영번당체월 화개향산입렴풍 불여종재천지상 유승생어야수중) - 섬돌에 달 비칠 제 펴진 잎 그림자 지고 꽃필 제 흩어진 향기 바람에 날아든다. 궁궐 연못에 심어짐만 못하지만 들판에서 자라는 것보다 오히려 낫지.

⊙ 翠蓋佳人臨水立 檀粉不勻香汗濕 一陳風來碧浪飜 珍珠零洛難收拾(취개가인임수립 단분불균향한습 일진풍래벽랑번 진주령락난수합) - 가인이 우산을 받치고 물가에 서있는 듯 단향가루 안뿌려도 향기가 땀에 젖어. 한 구비 바람따라 푸른 물결 출렁거릴 때 떨어지는 진주를 주워 거두기 어려워.

⊙ 蒲葦蕭蕭送晩凉 滿池雲錦媚新粧 酒醒夢斷疎簾下 風便飄過數陳香(포위소소송만량 만지운금미신장 주성몽단소렴하 풍경표과수진향) - 냇버들 바람 소리 시원한 저물녘. 울긋불긋 새로 핀 꽃 연못에 가득. 주렴 밑 취한 잠 깨어날 때에 바람결에 밀려오는 한바탕 향기.

⊙ 楣移從玉井旁 花開十丈是尋常 月明露冷無人見 獨爲先生引興長(문도이종옥정방 화개십장시심상 월명로랭무인견 독위선생인흥장) - 듣건대 옥정에서 옮겨다 신었다하나 핀 꽃은 열이나 여덟 이나 다름이 없이 달 밝고 이슬 내린 조용한 밤이면 유독 선생의 흥취를 돋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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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의 화제 ■

 

⊙ 溪回松風長(계회송풍상) - 시내 돌아오니 솔바람이 길다.

⊙ 古交松栢心(고교송백심) - 오랜 사귐은 송백같은 마음이라.

⊙ 孤吟對古松(고음대고송) - 외로히 시 읊조리며 고송을 대한다.

⊙ 冬嶺秀孤松(동령수고송) - 겨울 재의 외로운 솔 뺴어나다.

⊙ 松聲五月寒(송성오월한) - 소나무의 바람소리 오월이 차가워진다.

⊙ 松風落澗泉(송풍낙간천) - 솔바람이 시내 샘에 떨어진다.

⊙ 松風半夜雨(송풍반야우) - 소나무 바람 불고 한 밤중에 내리는 비.

⊙ 松合風裏聲(송합풍리성) - 소나무는 바람속의 소리를 머금는다.

⊙ 雲濤萬壑松(운도만학송) - 구름은 만학의 소나무에 물결 이룬다.

⊙ 停策倚茂松(정책의무송) - 지팡이 멈추고 무성한 소나무에 기대본다.

⊙ 塵心洗長松(진심세장송) - 세속의 마음을 장송에서 씻는다.

⊙ 瀑水映杉松(폭수영삼송) - 폭포수에 삼나무 소나무 비친다.

 

⊙ 雪峰明處見寒松(설봉명처견한송) - 눈 봉우리 밝은 곳 찬 소나무를 본다.

⊙ 歲寒然後知松栢(세한연후지송백) - 세월 추워진 뒤에 송백을 알게 된다.

⊙ 松下看雲讀道經(송하간운독도경) - 소나무 아래 구름을 보며 도경 읽는다.

⊙ 長松石上聽泉聲(장송석상청천성) - 장송 있는 돌에 앉아 샘 소리 듣는다.

⊙ 盡日松堂看畵圖(진일송당간화도) - 하루종일 송당에서 그림을 본다.

⊙ 千歲孤松生綠煙(천세고송생녹연) - 천년 외로운 솔 푸른 연기 생긴다.

⊙ 靑松手植變龍文(청송수식변용문) - 청송 손수 심으니 용 무늬 변한다.

⊙ 寒流石上一株松(한유석상일주송) - 찬 시내 돌 위의 한 그루 소나무.

 

⊙ 不愛松色奇 只聽松聲好(불애송색기 지청송성호) -

소나무 경치 기이함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소나무 소리 듣는 것이 좋다.

 

⊙ 歲月靑松老 風霜苦竹疎(세월청송로 풍상고죽소) -

세월 따라서 청송은 늙고 풍상 겼으며 참대는 성기어진다.

 

⊙ 松月生夜凉 風泉滿淸廳(송월생야량 풍천만청청) -

소나무에 걸린 달 밤 서늘함 샘에는 맑게 들리는 것 가득하다.

 

⊙ 松竹含新秋 軒窓有餘淸(송죽함신추 헌창유여청) -

송죽이 새 가을 머금으니 헌창에 남은 맑음이 있다.

 

⊙ 流水千溪月 寒巖萬壑松(유수천계월 한암만학송) -

흐르는 물 천 시내에 달이요. 차가운 바위 만학에 소나무다.

 

⊙ 長松入雲漢 遠望不盈尺(장송입운한 원망불영척) -

커다란 소나무 하늘에 닿았으나 멀리서 바라보니 한 자에 차지도 못한 것 같다.

 

⊙ 竹露閑夜滴 松風淸晝吹(죽로한야적 송풍청주취) -

대나무 이슬은 한가한 밤에 젖어들고 소나무 바람은 맑은 낮에 분다.

 

⊙ 淸泉映疏松 不知幾千古(청천영소송 부지기천고) -

맑은 샘에 성긴 솔 비치니 몇 천년이나 오래 됐는지를 알지 못한다.

 

⊙ 古寺春山靑更姸 長松修竹翠含煙(고사춘산청갱연 장송수죽취함연) -

옛 절 봄산의 푸르름 더 고우니 장송과 수죽은 푸르름이 연기 머금는다.

 

⊙ 白首歸來種萬松 待看千尺舞霜風(백수귀래종만송 대간천척무상풍) -

늙어서 돌아 와 만 그루 솔을 심어 천자나 자라 서리 바람에 춤추는 것 보기를 기다린다.

 

⊙ 江月白於水 冷冷湖上亭 幽人夜開戶 松影滿前庭

(강월백어수 냉냉호상정 유인야개호 송영만전정) -

강물에 비친달 물보다 맑고 물가에는 시원한 정자

유인이 밤에 창문을 열면 솔 그림자가 뜰에 가득.

 

⊙ 孤嶼何亭亭 蒼松鬱相對 池中蛟龍起 天際風雨會

(고서하정정 창송울상대 지중교용기 천제풍우회) -

우뚝 솟은 외로운 섬 푸른 솔 울창하여

못 속에서 용이 날 듯 하늘에서 비바람 칠 듯.

 

⊙ 萬玉層崖裏 九秋霜雪枝 持來贈君子 歲寒是心知

(만옥층애리 구추상설지 지래증군자 세한시심지) -

언제나 아껴 보는 층층한 벼랑에서 눈 덮이고 서리 맞으며 자란 가을 가지를 꺾어다

군자(그대)에게 드리노니 추워지거든 이 마음을 알아주소서.

 

⊙ 屛去庭中列 惟存松與石 朝來倚檻看 不見風霜跡

(병거정중열 유존송여석 조래의함간 불견풍상적) -

뜰에 심은 것들 모두 쳐내니 남은 것은 돌과 솔 아침에 일어나 보면

바람 서리 자취는 볼 수가 없어.

 

⊙ 雪裏秀孤松 凜然君子容 回看衆芳質 笑爾不知冬

(설이수고송 늠연군자용 회간중방질 소이불지동) -

눈 속에 빼어난 솔 늠름한 군자의 기상. 뭇꽃들을 둘러보면 겨울을 모르니 우스워.

 

⊙ 小松未三尺 屈曲像龍起 憶我復何人 他年風雨裏

(소송미삼척 굴곡상용기 억아복하인 타년풍우리) -

작은 솔 석자 못되나 굴곡은 용이 날으는듯 나 자신을 생각해 보면 훗날 비바람 속에서를.

 

⊙ 松柏皆長壽 與竹爲三友 歲寒堅貞姿 巍巍共不朽

(송백개장수 여죽위삼우 세한견정자 외외공불후) -

소나무 잣나무는 장수하는 나무들 대와 더불어 셋이 벗을 삼았으니

곧은 맵시를 추위에도 변치 않아 함께 썩지 않고 크고 높겠네.

 

⊙ 修竹想高致 蒼松無媚姿 軟塵飛不到 一鶴伴吟詩

(수죽상고치 창송무미자 연진비부도 일학반음시) -

수죽은 높이 이룸 생각하고 창송은 미태 부린 모습이 없다.

속세의 티끌 날아오지 않으니 한 마리 학이 시 읊음을 싹한다.

 

⊙ 猶嫌直先伐 故爲曲其身 直性存心內 那能免斧斤

(유혐직선벌 고위곡기신 직성존심내 나능면부근) -

(남보다) 먼저 잘려지기를 꺼려하여 고의로 몸을 구부렸지만

마음 속에 곧은 성품이 간직되어 있으니 어찌 도끼 날을 면하겠는가.

 

⊙ 酌酒坐松下 松花落酒缸 缸乾人赤起 風雨又前

(작주좌송하 송하난주항 항건인적기 풍우우전강) -

소나무 아래서 술을 펴낼 때 술동이엔 솔 꽃이 둥둥.

술동이 비우고 일어설 즈음 앞 내에는 바람 비 내려.

 

⊙ 半依岩岫半雲端 獨立亭亭耐歲寒 一事頗爲淸節累 秦時曾作大夫官

(반의암수반운단 독립정정내세한 일사파위청절루 진시증작대부관) -

반은 바위굴에 반은 구름 끝에 의지해서 홀로 정정하게 추운 계절을 견대며 섰도다

자못 맑은 절개 쌓는 일만해서 진나라때 일찍이 대부 벼슬 했네.

 

⊙ 百尺孤松紫閣陰 成公不死歲寒心 明白日靈如下 根到黃泉恨赤深

(백척고송자각음 성공불사세한심 뢰명백일영여하 근도황천한적심) -

자각을 덮은 백척되는 외로운 솔 성공의 변치 않는 마음이 죽지 않았음인가.

대낮인데도 흐느끼는 듯한 바람소리 영혼이 내려오는 듯 원한도 뿌리가 뻗어간 땅속까지

깊이깊이 맺혔겠네.

 

⊙ 手種矮松三十秋 如今長不出墻頭 憐渠晩翠遲遲節 許我同終老一丘

(수종왜송삼십추 여금장불출장두 련거만취지지절 허아동종노일구) -

작은 소나무를 소수 심어 삼십 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자랐어도 울타리를 넘지 못해

언제나 푸른 빛을 지녀 기다리는 절개여. 나와 같이 한곳에서 늙기를 바란다네.

 

⊙ 陰崖風雪大冬窮 惟見孤松特地穹 可棟可樑廊廟器 如今何限老巖中

(음애풍설대동궁 유견고송특지궁 가동가량랑묘기 여금하한노암중) -

그늘진 낭떠러지 아주 추운 곳 외로이 소나무가 활골로 솟아 있네.

용마루 들보 낭묘의 재목인데 지금까지 무슨 일로 바위 틈에서 늙을꼬.

 

⊙ 一樹孤松不記齡 天寒柯葉半凋零 如何雨露三春遍 依舊長風晩節馨

(일수고송불기령 천한가엽반조령 여하우로삼춘편 의구장풍만절형) -

나이를 알 수 없는 외로운 솔 추운 날씨에 가지 잎 반은 말라 어째서 단비는 봄에만 내려

늦게 지키는 향기로운 절개에 바람은 예와 같은가.

 

⊙ 風雨山頭閱幾歲 蒼髥若戟拂靑雲 棟樑他日扶傾厦 分付樵夫遠斧斤

(풍우산두열기세 창염약극불청운 동량타일부경하 분부초부원부근) -

산등성이 비바람을 몇 년이나 겪었는가 푸른 잎이 가래창 같이 푸른 하늘에 나부낀다

훗날 동량이 되어 큰집을 지탱하겠기로 나무꾼에게 분부하여 자르지 말라고 하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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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화(菊) ■

 

국화는 다른 꽃들이 만발하는 계절을 참으며 서리 내리는 늦가을에 그 인내와 지조를 꽃피운다. 만물이 시들고 퇴락해 가는 시절에 홀로 피어나는 이러한 국화의 모습은 현세를 외면하며 사는 품위있는 자의 모습이나 傲霜孤節한 군자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옛부터 국화는 晩餉, 傲霜花, 鮮鮮霜中菊, 佳友, 節華, 金華 등으로 불리면서 정절과 은일의 꽃으로 알려져 왔다. 그리고 국화는 본성이 西方을 좋아하기 때문에 동쪽 울밑에 흔히 심는 것으로 되어 있어 東籬佳色이라는 별명이 생겼으며, 특히 晋나라의 유명한 전원시인이며 은사였던 陶淵明(365∼427)으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 더욱 시인묵객들의 상탄의 대상이 되었다.

 

국화도 다른 사군자와 마찬가지로 北宋代부터 문인화의 성격을 띠고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묵국만을 전문으로 다룬 화가는 매우 드물었으며 靑末期에 와서 吳昌碩 등에 의해 회화성 강한 彩菊이 많이 그려졌다. 우리 나라에서도 묵국화는 그다지 성행하지 못했고 조선 말기 이후로 오히려 花畵로서 보다 많이 다루어졌다.

 

국화의 종류도 상당히 많지만 그 중 빛깔에서 黃菊을 으뜸으로 친다. 국화는 단독으로 그려지는 경우보다 다른 초화나 괴석과 함께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국화 전체 모습의 운치는 꽃이 높은 것도 있고 낮은 것도 있으면서 번잡하지 말아야 하며, 잎은 상하, 좌우, 전후의 것이 서로 덮고 가리면서도 난잡하지 말아야 한다.

 

국화의 꽃과 꽃술은 덜 핀 것과 활짝 핀 것을 갖추어서 가지 끝이 눕든지 일어나 있든지 하여야 한다. 활짝 핀 것은 가지가 무거우므로 누워있는 것이 어울리고 덜 핀 것은 가지가 가벼울 수밖에 없으므로 끝이 올라가는 것이 제격이다. 그러나 올라간 가지는 지나치게 꼿꼿해서도 안되고 누운 것은 너무 많이 드리워서는 좋지 않다.

 

국화의 잎의 형태는 다섯 갈래로 갈라지고 파진 곳이 네 군데가 있어서 그리기가 어렵다. 이를 나타내는 데는 反葉法, 正葉法, 捲葉法, 折葉法 등의 네 가지 화법이 있다.

 

그러나 국화는 늦가을에 피는, 서리에도 오연한 꽃이다. 그러므로 섬세하고 화사한 봄철의 꽃과는 특성이 다르다. 그림이 종이 위에 이루어졌을 때 晩節을 굳게 지켜 그윽한 향기를 풍기는 국화를 대하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 孤芳獨茂(고방독무) - 홀로 피고 홀로 무성하고.

⊙ 金風玉露(금풍옥로) - 가을 바람에 옥같은 이슬을 머금은 국화.

⊙ 冷淡淸幽(냉담청유) - 차고 맑고 깨끗하고 그윽한 향기를 지닌 국화.

⊙ 冷香有韻(냉향유운) - 차가운 향기에는 운치가 있다.

⊙ 冷香貞色(냉향정색) - 냉냉한 향기와 변함없는 빛깔을 지닌 황국화.

⊙ 獨秀孤芳(독수고방) - 홀로 뛰어나고 홀로 향기로운 국화.

⊙ 東籬佳色(동리가색) - 동쪽 울차리 밑에 핀 국화의 아름다운 빛깔.

⊙ 東籬餘興(동리여홍) - 동쪽 울타리 향이 남아있고.

⊙ 東離秋色(동리추색) - 동쪽 울타리 밑에 국화 피는 가을 빛이 완연하다.

⊙ 冷淡淸幽(냉담청유) - 차고 맑고 깨끗하고 그윽한 향기.

⊙ 晩節冷香(만절냉향) - 늦은 절기에 차가운 향기를 지닌 국화.

⊙ 晩餉寒翠(만향한취) - 국화의 늦은 향기가 차고 푸르도다.

⊙ 三徑冷香(삼경냉향) - 삼경의 차가운 향기.

⊙ 三色凌霜(삼색능상) - 세가지 빛깔의 국화가 서리를 이겨내고 피었다.

⊙ 三色凌霜(삼색릉상) - 세 가지 색깔의 국화가 서리를 이기고 피어 있다.

⊙ 素艶芳姿(소염방자) - 흰 국화의 아름다운 모습.

⊙ 秀色三秋(수색삼추) - 삼추에 빼아난 빛.

⊙ 永壽墨菊(영수묵국) - 장수하는 수묵국.

⊙ 傲霜一枝(오상일지) - 서리를 이겨내고 핀 한 가지 국화.

⊙ 搖落獨秀(요략독수) - 나뭇잎 떨어지는데 홀로 피어나다.

⊙ 幽色在野(유색재야) - 그윽한 빛깔이 들에 있다(들국화).

⊙ 異品奇香(이품기향) - 특이한 자태와 기이한 향기.

⊙ 淸風香露(청풍향로) - 맑은 바람에 향기로운 이슬을 머금은 국화.

⊙ 淸香一室(청향일실) - 맑은 향기가 방안에 가득히.

⊙ 秋色淡淸(추색담청) - 가을빛이 맑고 깨끗한 국화.

⊙ 秋影孤寒(추영고한) - 가을 그늘에 홀로 추위를 이겨내고 핀 국화.

⊙ 秋耀金花(추요금화) - 가을에 황금같이 빛나는 국화.

⊙ 秋輝金花(추휘금화) - 가을을 빛내는 황금의 꽃송이.

⊙ 香垂潭影(향수담영) - 국화의 향기가 연못 그늘에 드리웠도다.

⊙ 香飄風外(향표풍외) - 국화 향기 바람 밖으로 풍기네.

⊙ 黃花朱實(황화주실) - 누런 꽃 붉은 열매.

 

⊙ 菊松多喜色(국송다희색) - 국화와 대나무에 기쁜 빛이 많도다.

⊙ 菊意多甘苦(국의다감고) - 국화의 뜻은 고생을 달게 여김이 많다.

⊙ 露下發金英(노하발금영) - 이슬 아래 황금과 같은 국화가 피었네.

⊙ 山秋菊葉香(산추국엽향) - 산 속에 가을이 오니 국화 잎새가 향기롭다.

⊙ 霜滿邊 色(상만이변색) - 울타리가의 꽃에 서리 가득하고.

⊙ 細雨菊花天(세우국화천) - 가는 비 내리니 국화 필 계절이다.

⊙ 疏徑隱 落(소경은이락) - 외진 길 울타리에 숨어 떨어지고.

⊙ 所尙雪霜姿(소상설상자) - 눈과 서리맞을 모습 높이는 바다.

⊙ 詩意問淵明(시의문연명) - 시의 뜻 도연명에게 묻는다.

⊙ 只愛柴桑處(지애시상처) - 다만 섶이나 뽕나무 울타리 사랑하고.

⊙ 枝枝送秋影(지지송추영) - 가지마다 가을의 그림자 보내고 있다.

⊙ 秋霜不改條(추상불개조) - 가을 서리도 조리 고치지 않는다.

⊙ 秋色靜中生(추색정중생) - 가을 빛이 고요한 가운데 피어난다.

⊙ 秋香霜下菊(추향상하국) - 가을 향기가, 서리 아래서 핀 국화에서 풍긴다.

⊙ 寒菊帶霜甘(한국대상감) - 찬 국화가 이슬을 머금어 향기롭다.

⊙ 寒花發黃彩(한화발황채) - 추위에 피는 국화가 황금빛 색채를 발한다.

⊙ 黃花細雨中(황화세우중) - 노란 국화가 가는 비 속에 피었구나.

 

⊙ 江邊楓落菊花黃(강변풍락국화황) - 강변의 단풍 떨어지니 국화 노랗게 핀다.

⊙ 孤芳晩節見高風(고방만절견고풍) - 늦은 계절에 외로이 핀 국화꽃에서 높은 풍치를 본다.

⊙ 故園黃菊待君開(고원황국대군개) - 고향집 황국화 그대 돌아오기를 기다렸네.

⊙ 半開半蘂亦相宜(반개반예역상의) - 반은 피고 반은 꽃술 또한 서로 좋다.

⊙ 繁花片片含秋淸(번화편편함추청) - 많은 꽃 조각마다 가을 맑음 머금고.

⊙ 霜菊新花一半黃(상국신화일반황) - 서리 기운에 핀 국화의 새로운 꽃은 반쯤 노랗도다.

⊙ 西風重九菊花天(서풍중구국화천) - 가을 바람이 쌀쌀한 9월 9일이 되니 국화가 필 계절이다.

⊙ 小園黃白九秋香(소원황백구추향) - 작은 정원에 노란 국화 흰 국화가 피니 9 월달 향기로다.

⊙ 瘦莖葉葉帶霜氣(수경엽엽대상기) - 메마른 줄기 잎마다 서리 기운 띄고.

⊙ 且看黃花晩節香(차간황화만절향) - 노란 국화꽃을 보니 또 늦은 절기의 향기를 맡는구나.

⊙ 此花開盡更無花(차화개진경무화) - 국화꽃이 다 피고 나면 다시 필 꽃이 없네.

⊙ 秋風籬落菊花開(추풍리락국화개) - 가을 바람 쌀쌀한 울 밑에 국화꽃이 피었네.

⊙ 紅葉黃花秋景觀(홍엽황화추경관) - 단풍 속에 황국화 피니 가을 경치가 너그러워 볼만하다.

⊙ 黃菊花開黃葉飛(황국화개황엽비) - 노란 국화 피는데, 단풍잎은 떨어져 날린다.

 

⊙ 佳色不爲艶 貞心常自持(가색불위염 정심상자지) - 아름다운 빛을 고운 체하지 않고, 곧은 마음을 항상 스스로 지니는 국화꽃.

⊙ 讀書知夜靜  菊見秋深(독서지야정 채국견추심) - 책을 읽으매 밤의 고요함을 알겠고, 국화를 뜯으매 가을이 깊은 줄을 알겠다.

⊙ 萬紫春風樂 一黃九月香(만자춘풍락 일황구월향) - 만 가지 붉은 꽃 봄바람 즐기는데 노란 국화 하나 구월에 향기롭다.

⊙ 晩香風味好 正在菊花天(만향풍미호 정재국화천) - 늦은 절기에 향기 바람 맞아 좋으니 바야흐로 국화 피는 계절이로다.

⊙ 素心常耐冷 晩節本無瑕(소심상내냉 만절본무하) - 본디의 마음은 항상 추위를 이겨내고 늦도록 지키는 계절에는 원래 티가 없다(절개).

⊙ 影搖金澗水 香染玉潭風(영요금간수 향염옥담풍) - 그림자는 금빛 시냇물에 흔들리고, 향기는 맑은 연못 바람에 스며든다.

⊙ 衆芳當秋瘦 爾香待霜新(중방당추수 이향대상신) - 모든 꽃 가을 되면 메마르지만 네 향기는 서리 기다려 새롭다.

⊙ 淸霜下籬落 佳色散花枝(청상하리락 가색산화지) - 맑은 서리가 울타리 아래로 내리니, 아름다운 빛이 꽃가지로 흩어진다.

 

⊙ 萬紫千紅秋風落 東籬佳菊傲霜新(만자천홍추풍락 동리가국오상신) - 울긋불굿한 단풍 가을 바람에 지니 동쪽 울타리 고은 국화 서리 맞아 새롭다.

⊙ 淵明去後誰能採 我愛東籬九月香(연명거후수능채 아애동리구월향) - 도연명 가고 난 뒤 뉘 능히 따리요 나도 동쪽 울타리 구월향을 사랑한다.

⊙ 月色半留梧影上 露華應到菊花團(월색반류오영상 노화응도국화단) - 달빛은 반쯤 오동나무 그늘 위에 머물렀으니 맑은 이슬은 아마도 국화 떨기에서 빛나리.

⊙ 千花萬卉消零後 如見閒人把一枝(천화만훼소령후 여견한인파일지) - 천 가지 풀이 다 시든 후에 마치 한가한 사람이 꽃 한 송이를 들고 있는 것과 같음을 보내.

⊙ 秋霜滿地東籬下 晩節黃花看未萎(추상만지동리하 만절황화간미위) - 가을 서리 땅에 가득한 동쪽 울타리 밑에 절개를 지키는 노란 국화가 시들지 않고 피었네.

 

⊙ 微草幽貞趣 正猶君子人 斯人不可見 徒與物相親(미초유정취 정유군자인 사인불가견 도여물상친) - 숨은 듯한 풀의 그윽하고 곧은 풍취야 말로 바로 군자의 사람 됨 같다. 이 사람을 볼 수 없으면 헛되이 물건과 서로 친할 뿐.

⊙ 正色黃僞貴 天姿白亦奇 世人看雖別 均是傲傲枝(정색황위귀 천자백역기 세인간수별 균시오상지) - 바른 색으로는 노란 것을 귀히 여기지만 타고난 모습은 흰 것도 또한 기이하다. 사람마다 보는 것 비록 다르지만 이 모두가 서리에 굽히지 않는 가지다.

⊙ 佳色含霜向日開 餘香覆 苔 獨憐節操非凡種 曾向陶君徑東來(가색함상향일개 여향염염복매태 독련절조비범종 증향도군경동래) - 국화 아름다움 해를 향해 피었으니 뒤에 남은 향기 부드럽게 이끼를 덮는다. 홀로 절조 사랑하니 범상한 종류 아니라 일찍이 도연명 향해 동쪽에서 왔었다.

⊙ 春榮夏茂季秋香 晩節還能傲雪霜 不見東風桃李面 畿竿修竹伴孤芳(춘영하무계추향 만절환능오설상 불견동풍도리면 기간수죽반고방) - 봄에 성하고 여름에 우거져 가을에 향기로우니 늦은 절기에 도리어 눈 서리 굽히지 않는다. 동풍에 피어나는 도리를 보지 않고 몇 그루 수죽은 국화를 짝한다.

⊙ 一夜新霜著瓦輕 芭蕉新折敗荷傾 耐寒唯有東籬菊 金粟花開曉更淸(일야신상착와경 파초신절패하경 내한유유동리국 금속화개효갱청) - 하룻밤새 서리가 기와에 가벼히 내리니 파초는 꺽어지고 연대도 쓰러졌다. 추위 견디는 것은 오직 동쪽 울타리의 국화꽃 뿐 금빛 꽃이 피니 새벽 다시 맑다.

⊙ 一叢霜菊笑庭園 不與群芳獨秀繁 靑玉葉凌寒雨襲 黃金蘂傲冷風(일총상국소정원 불여군방독수번 청옥엽능한우습 황금예어넹풍번) - 한 떨기 서리 맞은 국화 정원에 피었으니 뭇 꽃과 어울리지 않고 홀로 곱게 피었다. 청옥같은 잎은 찬비 덮쳐도 업신여기고 황금 빛 꽃술은 찬 바람 불어도 굽히지 않는다.

⊙ 餐英幾上屈翁卓 釀酒曾盈陶老樽 又與孤松同節操 逕雖荒蕪猶存(찬영기상굴옹탁 양주증영도로준 우여고송동절조 경수황무공유존) - 국화 꽃잎 몇 번이나 굴원의 식탁에 올랐으며 국화술은 일찍이 도연명의 술독 채웠다. 또 외로운 솔과 더불어 절조 같이 하니 길 비록 거칠지만 오직 함께 있도다.

⊙ 露香草色淺深中 靑蘂黃華自一叢 最是南國似凝雨 短籬扶杖看西風(노향초색천심중 청예황와자일총 최시남국살응우 단리부장간서풍) - 이슬 향기 띈 풀빛이 얕고 깊은 중에 푸른 꽃술 노란 꽃이 한 떨기 있네 아마도 남국에 비가 엉긴 것 같아서 낮은 울타리에 지팡이 짚고 서풍을 본다.

 

국화菊花

 

『황화 黃華』『가색 佳色』『연연延年』 국화를 지칭하는 말.

『삼경추색 三徑秋色』은자의 집을 뜻함.(松,竹,菊)의 길을 만듦..

『영수묵국 永水墨菊』.

묵으로 그린 국화와 더불어 오래 산다.

『노포추용 老圃秋容』 밭 포:圃. 채전菜田의 가을 모습.

『동리가색 東籬佳色』울타리가의 좋은 빛깔.

『추요금화秋耀金華』 빛날요:耀. 가을에 노란 꽃이 빛난다.

『청향일실 淸香一室』맑은 향기가 가득한 집안이다.

『만향한취 晩香寒翠』 비취색취:翠. 석양의 향기가 싸늘하다.

『독수고방 음담청유 獨秀孤芳 吟淡淸幽』읊을 음:吟 묽을 담:淡

홀로 빼어난 외로운 향기.

『유염냉향 국영냉향 幽艶冷香 菊映酒香』고울염:艶 비출영:映

그욱한 자색에 차거운 향기, 국화에 비춘 술이 향기롭다.

『금풍옥로 약간심추 金風玉露 弱幹深秋』

滿瑟(큰거문고슬)한 가을 바람 옥같은 이슬이........

연약한 가지에 가을은 깊고.............

『소염방자 유절향기 素艶芳姿 幽絶香奇』

소담하고 요염한 꽃다운 모습 그윽함은 그지없고 향기는 기특하다.

『냉향정색 冷香貞色』국화의 변함 없고 절조 바른 빛.

『청풍향로 淸風香露』맑은 바람과 향기로운 이슬.

『황리만염 荒籬晩艶』

황폐한 울에 늦가을 국화가 요염하게 피었다.

『추상불개조 秋霜不改條』

가을에 서리가 내려도 貞操(정조)를 고치지 아니한다.

『함로국화수 含露菊花垂』 垂(드리울수)

이슬에 젖어 국화가 늘어 젔다.

『동리일지국 東籬一枝菊』동력울타리에 한가지 국화.

『세우국화천 細雨菊花天』가는비속에 국화필 때로다.

『靑條若摠翠黃花如散金』 摠(모두총)翠(비취색취)

푸른 가지는 비취색을 엮어놓은 것 같고

노란 꽃은 금을 뿌린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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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梅) ■

 

매화는 추위를 이기고 눈 속에서 피는 강인하면서도 고귀한 운치를 그 특성으로 한다. 살을 에이는 추위 속에서도 풍기는 매화의 향기는 맑고 깨끗한 인품으로, 눈 속에서도 아름다운 자태는 봄을 알려주는 선구자적인 뜻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반드시 늦겨울 이른봄의 추위속에 피는 강건한 특성은 훌륭한 덕성을 지닌 군자의 강인한 절개와 지조 및 세속을 초월한 은일로 상징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매화를 가리켜 雪中君子, 淸香, 玉骨, 花御史, 淸客, 世外佳人 등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매화가 재배되고 시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매우 오래 전부터였으나 수묵으로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북송 때였으며 창시자는 선승인 仲仁이었다. 그는 호남성 華光寺의 주지로 문인사대부였던 蘇東坡, 黃庭 등과 교유하면서 매화를 사랑하고 이에 대한 시를 읊고 지내다가 우연히 창문으로 매화나무의 성근 그림자가 빗겨드는 것을 보고 그 소쇄한 맛이 너무 좋아 붓으로 그 형태를 따라 그리다가 墨梅三味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발생된 묵매화는 같은 禪僧인 妙高에 의해 이론적 체계화가 시도되었으며, 南宋 때에는 꽃잎의 윤곽을 그리는 圈法이 완성되기도 하였다. 묵매의 이러한 전통은 원대에 와서 王, 吳太素 등에 의해 크게 성행되었으며 구도에서 북방식인 形式보다 남방식인 貫式이 더 유행하였다. 명대부터는 화보 등의 출현으로 다소 형식화되었지만 청대에 이르러 金農등의 개성파 화가들에 의해 보다 담채가 많이 곁들어진 화사한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매화는 묵죽과 함께 고려 중기부터 그려졌으며, 조선시대에는 각 시기마다 구도와 기법을 달리하면서 독특한 양식으로 전개되었다. 조선 초, 중기에는 선비들의 기상과 밀착되어 고담한 모습으로 그려졌으며, 후기에는 문인화의 담백한 분위기가 강조되다가 말기에 이르러 趙熙龍 등에 의해 봄의 화사한 계절적 정취와 함께 보다 회화성을 짙게 나타내었다.

 

난초를 곡선미, 대나무를 직선미로 본다면 매화는 굴곡미에서 그 조형적 특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매화를 그리는 데는 전통적으로 다섯 가지의 필수적인 방법(五法)이 있다. 뿌리는 서로 얽혀야 하고 대목은 괴이해야 하고 가지는 말쑥해야 하며 줄기는 강건하고 꽃은 기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36가지의 병(三十六病)이 있다 하여 한 가지라도 잘못 그리면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기본수련의 중요성과 함께 매화 역시 높은 경지에 들기가 어렵다는 점을 말해 주는 것으로 문제는 형식의 충실한 모방이 아니라 이를 통하여 자신의 감성과 뜻을 얼마만큼 구현시킬 수 있는가에 참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필법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담긴 정신세계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매화의 품종으로는 白梅, 紅梅, 朱梅, 時梅, 綠梅, 千葉梅, 九英梅 등이 있다. 그리고 많이 다루어졌던 화제로는 月梅, 雪中梅, 老梅, 羅浮梅, 西湖梅, 庭梅, 梅, 夜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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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의 화제 ■

 

⊙ 瓊花浴月(경화욕월) - 구슬 같은 매화가 달빛에 어른거린다.

⊙ 孤芳皎潔(고방교결) - 고고히 꽃답고 맑고 깨끗함.

⊙ 孤芳獨茂(고방독무) - 고고히 꽃답고 홀로 무성함.

⊙ 高士美人(고사미인) - 지조있는 선비와 아름다운 여인 같은 매화.

⊙ 孤山淸影(고산청영) - 외로운 산 맑은 그림자.

⊙ 空山裁玉(공산재옥) - 고요한 산에 옥을 발라놓은 것 같은 매화.

⊙ 空山裁玉(공산재옥) - 고요한 산에 핀 매화.

⊙ 君子之交(군자지교) - 매화의 지조는 군자의 사귐.

⊙ 冷香寒玉(냉향한옥) - 싸늘한 향기가 찬 구슬같은 매화.

⊙ 萬古淸香(만고청향) - 만고에 변함없는 향기.

⊙ 萬玉玲瓏(만옥영롱) - 매화가 일만 구슬처럼 영롱하다.

⊙ 梅林解渴(매림해갈) - 매화 수풀에서 갈증을 푼다.

⊙ 梅竹雙淸(매죽쌍청) - 매화와 대가 둘다 맑다.

⊙ 墨影含芳(묵영함방) - 수묵으로 그린 매화의 그림자가 꽃다운 향기를 머금었네.

⊙ 芳信先傳(방신선전) - 꽃다운 봄 소식을 먼저 전하는 매화.

⊙ 雪裏開花(설리개화) - 눈 속에 꽃이 핀다.

⊙ 歲寒三友(세한삼우) - 추위 속의 소나무 대나무 매화.

⊙ 歲寒二雅(세한이아) - 추위 속의 대나무 매화.

⊙ 歲寒二友(세한이우) - 추위속의 매화 국화.

⊙ 素艶芳馨(소염방형) - 흰 꽃송이 꽃다운 향기.

⊙ 素艶芳馨(소염방형) - 흰 꽃송이에 꽃다운 향기.

⊙ 疎影橫斜(소영횡사) - 매화의 성긴 그리자 옆으로 비스듬히 누웠네.

⊙ 神僊雪氷(신선설빙) - 신선의 고장함이 눈과 얼음과 같다.

⊙ 暗香籠月(암향농월) - 달빛에 어려 있는 매화.

⊙ 暗香浮動(암향부동) - 매화 향기가 떠서 움직인다.

⊙ 暗香疎影(암향소영) - 매화의 향기와 가지의 그림자.

⊙ 雨香雲淡(우향운담) - 비는 향기롭고 구름은 담담하다.

⊙ 韻勝格高(운승격고) - 운치가 뛰어난 격조높은 매화.

⊙ 幽姿疎影(유자소영) - 은은한 자태와 그윽한 그림자.

⊙ 幽香帶月(유향대월) - 그윽한 향기에 달빛이 서리었다.

⊙ 一庭春色(일정춘색) - 매화가 피니 온 뜰이 봄빛이로다.

⊙ 一枝春信(일지춘신) - 매화 한 가지가 봄 소식을 전한다.

⊙ 一枝春花(일지춘화) - 한가지의 봄꽃.

⊙ 臨風一笑(임풍일소) - 봄바람에 핀 매화의 웃는 모습.

⊙ 節操自持(절조자지) - 절개와 지조를 스스로 지닌 매화.

⊙ 早梅春信(조매춘신) - 일찍 핀 매화가 봄 소식을 전한다.

⊙ 早傳春信(조전춘신) - 일찍 봄 소식을 전하는 매화.

⊙ 蒼龍臥雪(창룡와설) - 눈에 덮인 매화 가지.

⊙ 鐵骨生春(철골생춘) - 매화의 가지에서 봄이 왔네.

⊙ 淸香暗送(청향암송) - 맑은 향기를 보내는 매화.

⊙ 寒骨淸珍(한골청진) - 찬 뼈대에 맑은 구슬같은 매화.

 

⊙ 江路野梅香(강로야매향) - 강 길에는 들 매화 향기롭다.

⊙ 溪梅作小春(계매작소춘) - 시냇가의 매화가 작은 봄을 이루었다.

⊙ 孤芳壓俗姿(고방압속자) - 고고한 꽃다움이 속된 모습 누르다.

⊙ 弄花香滿衣(농화향만의) - 매화를 희롱하니 그 향기가 옷에 가득하다.

⊙ 梅邊別有香(매변별유향) - 매화나무 주변에 별다른 향기가 있네.

⊙ 梅邊有別春(매변유별춘) - 매화 주변에는 특별한 봄이 있노라.

⊙ 梅將雪共春(매장설공춘) - 매화는 눈과 봄을 함께한다.

⊙ 梅化如高人(매화여고인) - 매화는 기품이 고사와 같다.

⊙ 餘香千載淸(여향천재청) - 매화에서 풍기는 그윽한 향기는 천년 뒤까지 맑으리.

⊙ 雨熟野梅黃(우숙야매황) - 비 한동안 오니 야매는 노래진다.

⊙ 早梅消息動(조매소식동) - 이른 매화는 보이게 안보이게 움틀대다.

⊙ 淸極不知寒(청극부지한) - 지극히 맑은 매화가 추위도 모르네.

⊙ 春近有梅知(춘근유매지) - 봄이 가까움을 매화가 있어 알겠노라.

⊙ 風吹梅徑香(풍취매경향) - 바람이 매화 길에 부니 향기롭다.

⊙ 香中別有韻(향중별유운) - 그윽한 향기 속에 특별한 운치가 있다.

 

⊙ 江上梅花獨自春(강상매화독자춘) - 강 위의 매화는 홀로 스스로의 봄.

⊙ 梅花獨對寒流潔(매화독대한류결) - 매화는 찬 시내를 대해 홀로 맑다.

⊙ 半夜梅花人夢香(반야매화인몽향) - 밤중에 매화는 꿈에 들어와 향기롭다.

⊙ 半窓明月數株梅(반창명월수주매) - 반쯤 열린 창문밖의 밝은 달 아래 두어 그루의 매화나무.

⊙ 氷肌玉骨不知寒(빙기옥골부지한) - 얼음과 같은 살갗, 옥 같은 뼈에 추위를 알지 못하네.

⊙ 氷姿雪魂自無塵(빙자설혼자무진) - 얼음같은 모습과 눈같은 정신이 스스로 티끌을 없앤다.

⊙ 雪裏香來蝶未知(설리향래접미지) - 눈속에서 향기나니 나비 알지 못한다.

⊙ 雪滿山中高士臥(설만산중고사와) - 눈 가득한 산속에 고사인 매화 누웠다.

⊙ 瘦梅疏竹一窓風(수매소죽일창풍) - 메마른 매화 성긴 대, 한 창의 바람.

⊙ 水邊林下自燃春(수변임하자연춘) - 물가의 수풀 아래는 자연히 봄이다.

⊙ 水殿風來暗香滿(수전풍래암향만) - 물가의 전각에 바람이 불어오니 매화의 그윽한 향기가 전각에 가득하다.

⊙ 心與梅花一樣淸(심여매화일양청) - 마음은 매화와 더불어 한결같이 맑다.

⊙ 愛梅自古屬詩人(애매자고속시인) - 매화 사랑함은 자고로 시인에 속한다.

⊙ 玉雪爲骨氷爲魂(옥설위골빙위혼) - 옥 같은 눈을 뼈로 삼고 맑은 얼음으로 혼을 삼네.

⊙ 一枝梅花和雪香(일지매화화설향) - 한 가지 매화가 눈과 더불어 향기롭네.

⊙ 一枝疏影臥東窓(일지소영와동창) - 한가지 성긴 그림자 동창에 와 누웠다.

⊙ 竹裏梅花淡泊香(죽리매화담박향) - 대나무 속에 매화가 피니. 그 향기 담박하다.

⊙ 枝繞春風降雪香(지요춘풍강설향) - 매화나무 가지에 봄바람이 부니 내리는 눈도 향기롭다.

⊙ 晴雪梅花照玉堂(청설매화조옥당) - 개인 눈과 매화꽃이 집안에 비치네.

⊙ 春近野梅香欲動(춘근야매향욕동) - 봄 닥아오자 야매의 향기 동하려 한다.

⊙ 春到梅邊千里心(춘도매변천리심) - 봄이 매화가지에 이르니 마음은 벌써 술렁이네.

 

⊙ 獨有梅花白 含香色相奇(독유매화백 함향색상기) -

홀로 핀 매화가 희니 향기를 머금은 빛깔이 더욱 신기롭다.

 

⊙ 素艶雪凝樹 淸香風漫枝(소염설응수 청향풍만지) -

흰 꽃은 눈이 나무에 엉긴 것 같고, 맑은 향기는 바람결에 가지가 가득하다.

 

⊙ 香中別有韻 淸極不知寒(향중별유운 청극부지한) -

매화의 향기 속에 특별한 운치가 있고 맑음이 극진하여 추위를 모른다.

 

⊙ 風引三春香 雪弄南枝色(풍인삼춘향 설롱남지색) -

사람은 삼춘가절의 향기를 끌어오고, 눈송이 같은 매화는 남쪽 가지의 빛을 희롱한다.

 

⊙ 獨有梅花白 含香色相奇(독유매화백 함향색상기) -

홀로 핀 흰 꽃이 향기를 품으니 빛깔이 더욱 신기하구나.

 

⊙ 昨夜前村深雪陽春又見梅花(작야전촌심설양춘우견매화) -

간밤에 앞마을에 눈이 많이 내리더니, 따뜻한 봄에 다시 매화꽃을 보네.

 

⊙ 老枝橫出數花新 誰寄茅齊雪夜春(노지횡출수화신 수기모제설야춘) -

늙은 매화가지 가로 뻗어 두어 꽃 새로우니 뉘라서 초가에 눈 오는 밤 봄을 보냈나.

 

⊙ 萬花敢向雪中出 一樹獨先天下春(만화감향설중출 일수독선천하춘) -

일만 송이 꽃이 감히 눈을 뚫고 나오니, 한 그루의 매화나무가 온 천지에 봄을 앞질렀네.

 

⊙ 雪消晴幹寒餘白 月上疏枝淡似金(설소청간한여백 월상소지담사금) -

눈 녹고 개인 가지에 고드름이 희게 달리고 달은 늙은 가지에 올라 금과같이 맑네.

 

⊙ 疏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소영횡사수청천 암향부동월황혼) -

성긴 그림자 가로 비끼니 물 맑고 얕아 그윽한 향기 떠도니 달은 황혼이라.

 

⊙ 素節自矜高士操 淡粧元稱美人心(소절자긍고사조 담장원칭미인심) -

깨끗한 절개는 선비의 지조를 자랑하고 소박한 단장은 본래 미인의 마음일세.

 

⊙ 詩高自與梅花好 食談方知菜味長(시고자어매화호 식담방지채미장) -

시흥 높으니 스스로 매화 좋아해 식성 담박하니 바야흐로 채소 맛좋음 알더라.

 

⊙ 有梅花處惜無酒 三嗅淸香當一杯(유매화처석무주 삼후청향당일배) -

매화 있는데 술이 없음이 애석하나, 세 번 향기를 맡으매 술 한잔 마신 것 같도다.

 

⊙ 臨水一枝春早占 照人千樹雪同淸(임수일지춘조점 조인천수설동청) -

물에 임한 한가지가 봄을 일찍차지해 사람에 비친 많은 나무 눈과 같이 맑아라.

 

⊙ 姑射仙人氷雪容 塵心已共彩雲空 年年一笑相逢處 長在愁煙苦霧中

(고사선인빙설용 진심이공채운공 연년일소상봉처 장재수연고무중) -

고사산 선인의 빙설같은 모습 속진의 마음 이미 채운과 함께 비웠다. 해마다 한 번 피어

서로 만나는 곳에 모진 안개속에 수연이 길이 있다.

 

⊙ 君自故鄕來 應知故鄕事 來日綺窓前 寒梅着花未

(군자고향래 응지고향사 내일기창전 한매착화미) -

그대 고향에서 왔으니 응당 고향 일 알리라 오던 날 비단창 앞에 한매 꽃이 치었더냐.

 

⊙ 梅花得月太淸生 月到梅花越樣明 梅月蕭疎雨奇絶 有人踏月繞花香

(매화득월태청생 월도매화월양명 매월소소우기절 유인답월요화향) -

매화가 달 얻으면 하늘이 생기고 달 매화에 이르면 모양 날려 밝다. 매월이 쓸쓸하니 비 더욱

기이하고 사람 달빛 밟으니 꽃향기 둘렸다.

 

⊙ 梅花莫嫌小 花小風味長 私見竹外影 時聞月下香

(매화막혐소 화소품미장 사견죽외영 시문월하향) -

매화 꽃 작다고 싫어하지 마라. 꽃이 작으면 풍미 뛰어난다.

잠깐씩 대 밖의 그림자도 보고 때로는 달빛 아래 향기도 맡는 것을.

 

⊙ 夢覺瑤臺踏月華 香魂影橫 斜 似嫌玉色天然白 一夜東風染彩霞

(몽각요대답월화 향혼고고영횡사 사혐옥색천연백 일야동풍염채하) -

꿈 깨어 요대에서 달 빛을 밞으니 꽃 향기 고고히 그림자 가로 비꼈다.

옥색 싫은 것 같아 천연으로 흰데 하룻 밤 동풍이 아름다운 노을 물들인다.

 

⊙ 問春何妻來 春來在何許 月墜花不言 幽禽自相語

(문춘하처래 춘래재하허 월추화불언 유금자상어) -

묻나니 봄은 어디서 오며 봄은 와서 어디메 있는가. 달이 지고 나자 꽃은 말 없는데

깊은 산의 새들 스스로 속삭인다.

 

⊙ 白雪初晴皓月來 暗香疎影臘前梅 自將冷淡欣然立 不向東風怨未開

(백설초청호월래 암향소영납전매 자장냉담흔연립 불향동풍원미개) -

흰 눈 개이자 밝은 달 떠오니 은은한 향기 성긴 그늘의 섣달의 매화 몸소 냉담하게 혼연히 서서

오지않는 동풍을 원망해 피지 않네.

 

⊙ 百玉堂中樹 開花近客杯 滿天風雪裏 何妻得夫來

(백옥당중수 개화근객배 만천풍설리 하처득부래) -

백옥당 가운데 있는 나무에 꽃이 피면 가까이 있는 손님 술잔을 든다.

하늘 가득 찬 풍설속에 어디에서 이것을 얻어 왔는가.

 

⊙ 碧癎千尋逈 寒梅幾樹春 芳枝邊水淨 瘦影波新

(벽간천심형 한매기수춘 방지변수정 수영읍파신) -

푸른 도랑은 천길이나 먼데 한매 몇 그루에 봄이 왔다.

꽃다운 가지 물가에 맑고 수척한 그림자 물결에 짖어 새롭다.

 

⊙ 北風吹倒人 古木化委鐵 一花天下春 萬里江南雪

(북풍취도인 고목화위철 일화천하춘 만리강남설) -

북풍이 사람에게 휘몰아치니 고목은 거친 쇠로 화한다.

매화 하나 피니 천하가 봄인데 먼 만리 강남엔 눈이 내린다.

 

⊙ 三十年前植此梅 年年長向壽筵開 至今疾風霜後 每到花時不忍來

(삼십년전식차매 연년장향수연개 지금최질풍상후 매도화시불인래) -

삼십년 전에 이 매화 심었더니 해마다 늘 수연 향해 피었다.

지금에는 풍상에 꺾여 버린 뒤라 매양 꽃 필 때면 참아올 수 없네.

 

⊙ 雪滿山中高士臥 月明林下美人來 瀟灑江梅似玉人 倚風無語澹生春

(설만산중고사와 월명임하미인래 소쇄강매사옥인 의풍무어담생춘) -

눈 쌓인 산중에 고사가 누었으니 달 밝은 숲 아래 미인이 찾아온다.

산뜻한 강매는 미인을 닮아서 바람 의지해 말 없으니 맑은 봄이 생긴다.

 

⊙ 我家洗硯池邊樹 朶朶花開澹墨痕 明月孤山處士家 湖光寒浸玉橫斜

(아가세연지변수 타타화개담묵흔 명월고산처사가 호광한침옥횡사) -

우리 집 세연지가의 나무엔 가지마다 꽃 피니 담묵의 흔적 달 밝은 외로운 산 처사의 집에

호수 빛 차게 스며 매화 가로 비꼈다.

 

⊙ 愛看仙資白雪容 惟恐他日落枝空 年年一聞香日 長在歡情美園中

(애간선자백설용 유공타일낙지공 연년일소문향일 장재환정미원중) -

신선 바탕 백설같은 모습 보기 사랑하나 다만 어느 날 떨어진 가지 빌가 두렵다.

해마다 한 번 피어 향기를 맞는 날 깊이 아름다운 동산에서 기쁜 정에 잠긴다.

 

⊙ 月下獨吟時 寒香暗襲衣 直疑春信早 胡作團飛

(월하독음시 한향암습의 직의춘신조 호접작단비) -

달빛아래 홀로 시를 읊을 때 매화향기 그윽히 옷에 스민다.

그렇다 봄 소식 빠른 줄 알고 나비가 떼지어 날지나 않을지.

 

⊙ 有梅無雪不精神 有雪無詩俗了人 薄暮詩成天又雪 與梅倂作十分春

(유매무설부정신 유설무시속료인 박모시성천우설 여매병작십분춘) -

매화 있어도 눈이 없으면 정신마저 거칠고 눈이 있어도 시가 없다면 세속화 된 사람이라,

박모에 시 이루어지니 하늘에서 또 눈이 내려 매화와 더불어 넉넉히 봄을 아울러 짓는다.

 

⊙ 一樹寒梅白玉條 迫臨村路傍溪僑 不知近水花先發 疑是經春雪不消

(일수한매백옥조 박림촌로방계교 부지근수화선발 의시경춘설불소) -

한 나무 찬 매화 백옥같은 가지가 시골길에 바싹 붙어 시내다리 옆에 있다.

물이 가까우면 꽃 먼저 피는지 모르지만 봄 지나도 아직 눈 안 녹은 것이나 아닐런지.

 

⊙ 墻角數枝梅 凌寒獨自發 遙知不是雪 爲有暗香來

(장각수지매 능한독자발 요지불시설 위유암향래) -

담모퉁이의 두어가지 매화 추위 떨치고 스스로 피었네 멀리에서 이것이 눈 아님을 앎은

그윽한 향기가 오기 때문이라.

 

⊙ 竹色淸梅色 梅香澹竹香 色香相蕩滌 眼鼻細參詳

(죽색청매색 매향담죽향 색향상탕척 안비세참상) -

대나무 빛은 매화빛보다 맑고 매화 향기는 대나무 향보다 맑다.

색과 향기가 서로 깨끗이 씻으니 눈과 코가 자세히 뚜렷하다.

 

⊙ 盡日尋春不得春 芒鞋踏遍頭雲 還來適過梅花下 春在枝頭已十分

(진일심춘부득춘 망혜답편농두운 환래적과매화하 춘재지두이십분) -

종일 봄 찾았으나 봄은 얻지 못하고 짚신 끌고 언덕위의 구름속 서성이네.

돌아오다 마침 매화 밑을 지나니 가지머리에 이미 봄이 충분히 있었네.

 

⊙ 春風園裏君先發 月夜慇懃對美人 千紫萬紅渾失色 小園驚動兩三枝

(춘풍원리군선발 월야은근대미인 천자만홍혼실색 소원경동양삼지) -

봄바람 동산속에 그대 미리 피니 달밤에 은근히 미인을 대한다.

울긋불긋한 꽃들이 혼연히 빛 잃으니 작은 동산은 두세가지에 놀라서 움직인다.

 

⊙ 寒巖如削鐵 凡木未堪依 獨有梅花冷 疎疎點翠微

(한암여삭철 범목미감의 독유매화랭 소소점취미) -

추위 속 바위는 쇠 깍아 놓은듯 해 범상한 나무들은 의지함 감당 못한다.

홀로 매화는 차가움이 있어서 듬성듬성 점들이 아련히 푸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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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竹) ■

 

대나무는 옛부터 문인사대부들의 가장 많은 애호를 받으면서 사군자의 으뜸으로 꼽혀 온 것이다. 그것은 대나무의 변함없는 청절한 자태와 그 정취를 지조있는 선비의 묵객들이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늘 푸르고 곧고 강인한 줄기를 가진 이러한 대나무는 그래서 충신열사와 열녀의 절개에 비유되기도 하였다.

 

대나무가 그림의 소재로 등장한 것은 삼국시대부터였으나 수묵화의 기법과 밀착되어 문인사대부들의 화목으로 발달시킨 사람은 북송의 蘇東波와 文同이었다. 소동파는 특히 그리고자 하는 대나무의 본성을 작가의 직관력으로 체득하여 나타낼 것을 주장한 '中成竹論' 을 제창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문동은 '湖州竹派'를 형성하여 묵죽화의 성행에 크게 기여하였다.

 

南宋 때에 이르러 묵죽은 더욱 유행하였고 元代에는 문인사대부들의 저항과 실의의 표현방편으로 성황을 이루기도 하였다. 이 때 벌써 李에 의해 [竹譜] 7권이 만들어져 화법이 체계적으로 발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죽의 생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묵죽화가로서 유명하였다.

 

元代에는 이 밖에도 조맹부, 吳鎭, 瓚 등의 명가들이 나와 가늘면서 굳센 묵죽화풍을 형성했으며, 이러한 전통이 明代의 夏 (1388∼1470)등을 통해 자연미와 이념미가 융합되면서 청대로 계승되었다.

 

죽을 그리는 데 묵죽을 기본으로 삼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으나 묵죽 이전에 寫竹과 채색죽의 방법이 이미 있었음을 기록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사죽은 사생에 의한 대나무의 묘사방법이고 채색죽은 윤곽을 선묘로 두르고 안에 칠을 하는, 이른바 彩의 방법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대나무는 수묵법과 결부됨으로써 비로소 동양회화의 중심적 창작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氣韻과 정신의 주관적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墨이란 선으로서 작용할 뿐 아니라 색채를 대신한 면으로서도 작용한다. 文同이나 蘇東波에 의해 처음 시도된 묵죽은 바로 대상물의 외형적 사생을 떠난 傳神의 실천적 방법으로 죽을 그린 것이 되며, 이 때의 묵은 현상세계 너머의 조화력을 암시하는 것으로 묵선이나 목면 모두 그 기운을 담는 형식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묵죽과 동양회화가 지니고 있는 사의정신은 이러한 창작사상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묵죽도 묵란과 마찬가지로 서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찬은 서법 없는 묵죽은 병든 대나무를 보는 것 같다고 했으며, 明代의 王 은 서법과 죽법은 동체라고 하였다.

 

그러나 묵란이 짧고 긴 곡선의 반전 등을 통해 풍부한 변화를 보이는 데 비해 묵죽은 직선이 위주이며 그 구도에서도 보다 다양한 것이 특색이다.

 

묵죽을 그리는 데도 절차와 방법이 있는데, 줄기(幹)와 마디(節), 가지(枝)와 잎(葉)마다 그리는 순서가 있다. 먼저 죽간을 그리고 다음에 가지를, 이어서 방향과 필법을 변화시켜 잎을, 마지막으로 마디를 그리는 것이 청대 이후 확립된 죽화법이다.

 

이 순서는 시에서의 起承轉結과 같다. 이러한 붓질의 흐름은 사군자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지만 그 중에서도 죽의 경우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묵죽을 그리는 것이 다른 사군자에 비해 어렵게 여겨지는 것은 대나무의 형태 자체는 단순하지만 일기와 계절적 정취에 따른 변화가 다양하고 미묘하기 때문이다.

 

대나무는 이러한 기후와 자연적 정경에 따라 晴竹, 仰竹, 露竹, 雨竹, 風竹, 雪竹, 月竹 등의 화제로 다루어졌는데 대가들조차 50년을 그린 후에야 비로소 그 경지가 터득되고 마음에 드는 죽화를 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곧 묵죽의 높은 경지와 깊은 맛을 시사하면서 이러한 사군자그림들이 결코 본격적인 회화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기초 내지는 예비단계의 차원이 아니라 동양 회화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의의를 내포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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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의 화제 ■

 

⊙ 格淸貌古(격청모고) - 격은 맑고 모습 예스럽다.

⊙ 勁質貞心(경질정심) - 굳센 바탕 곧은 마음.

⊙ 高竿垂綠(고간수록) - 높은 대나무의 줄기 푸르름을 드리우고 있다.

⊙ 交幹拂雲(교간불운) - 대나무 줄기가 엇갈리어 구름을 쓸고 있다.

⊙ 綠竹靑靑(녹죽청청) - 푸른 대나무가 푸르고 푸르구나.

⊙ 濃葉垂煙(농엽수연) - 대나무의 짙은 잎이 안개 속에 드리워 있다.

⊙ 淡然幽趣(담연유취) - 담담하게 그윽한 정취를 지닌 대나무.

⊙ 拂雲帶雨(불운대우) - 구름을 쓸고 비를 머금은 대나무.

⊙ 瀟 臨風(소쇄임풍) - 맑고 깨끗한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 修筠抱節(수균포절) - 겉을 닦고 절개를 지닌 대나무.

⊙ 水竹山居(수죽산거) - 맑은 냇물이 흐르고 대숲이 우거진 산속의 생활.

⊙ 水竹淸閒(수죽청한) -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대숲이 우거진 한가한 생활.

⊙ 修竹薰風(수죽훈풍) - 수죽의 향기로운 바람.

⊙ 心虛師竹(심허사죽) - 마음 비워 대를 배운다.

⊙ 雙竿比玉(쌍간비옥) - 두 줄기 대나무 옥에 비기고.

⊙ 煙枝雨葉(연지우엽) - 안개 속에 드리운 가지와 비에 젖은 잎.

⊙ 雨後淸姿(우후청자) - 비 개인 뒤 대나무의 맑고 깨끗한 모습.

⊙ 雲根玉立(운근옥립) - 구름까지 닿은 옥과 같이 서있는 대나무.

⊙ 月影風聲(월영풍성) - 대나무의 달 그림자와 맑은 바람 소리.

⊙ 有君子風(유군자풍) - 군자의 풍도를 지닌 대나무.

⊙ 幽節孤芳(유절고방) - 그윽한 절조 외로운 꽃다움.

⊙ 柔枝帶雨(유지대우) - 어린 가지에 비를 머금었다.

⊙ 一窓風竹(일창풍죽) - 창문에 비치는 대나무의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린다.

⊙ 竹裏淸風(죽리청풍) - 대숲에 부는 맑은 바람.

⊙ 竹林高士(죽림고사) - 속세를 떠나 대나무 숲에서 한가히 지내는 뜻 높은 선비.

⊙ 淸影搖風(청영요풍) - 대나무의 맑은 그림자가 바람결에 흔들림.

⊙ 淸節凌秋(청절능추) - 대나무의 맑은 절개가 가을 서리를 이겨낸다.

⊙ 淸風高節(청풍고절) - 맑은 바람과 절개를 지닌 대나무.

⊙ 淸風不盡(청풍부진) - 맑은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온다.

⊙ 秋聲滿耳(추성만이) - 바람이 대숲에 부니 가을소리 귀에 가득하다.

⊙ 風竹取勢(풍죽취세) - 풍죽이 기세를 취하고.

⊙ 虛心高節(허심고절) - 빈 마음 높은 절개.

⊙ 虛心友石(허심우석) - 욕심없는 마음으로 바위를 벗삼은 대나무.

⊙ 虛心直節(허심직절) - 속이 비고 마디가 곧은 절개가 있는 대나무.

⊙ 廻風帶雨(회풍대우) - 바람에 흔들리고 비를 머금은 대나무.

⊙ 胸有成竹(흉유성죽) - 가슴에 자란 대가 있다.

 

⊙ 綠竹動淸風(녹죽동청풍) - 푸른 대나무 맑은 바람에 움직인다.

⊙ 綠竹助秋聲(녹죽조추성) - 푸른 대가 가을 소리 돕고.

⊙ 萬竹引淸風(만죽인청풍) - 일만 대나무가 맑은 바람을 불러 일으킨다.

⊙ 無竹使人谷(무죽사인곡) -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의 마음을 속되게 만든다.

⊙ 半夜竹窓雨(반야죽창우) - 한 밤중에 대나무 창에 비 오고.

⊙ 四時淸風來(사시청풍래) - 사시사철 맑은 바람 온다.

⊙ 新筍補疎林(신순보소림) - 새로 난 죽순이 성긴 대 숲 보충하고.

⊙ 種竹引秋聲(종죽인추성) - 대나무 심어 가을소리 끌어 들이고.

⊙ 竹細野池幽(죽세야지유) - 대가 가느니 들 못이 그윽하고.

⊙ 竹樹更淸幽(죽수갱청유) - 대나무는 다시 맑고 그윽하다.

⊙ 竹靑風自薰(죽청풍자훈) - 대나무가 푸르니 바람이 절로 향기롭다.

⊙ 淸風滿竹林(청풍만죽림) - 맑은 바람이 대 숲에 가득하다.

⊙ 淸風在竹林(청풍재죽림) - 맑은 바람은 대 숲에 있다.

⊙ 秋竹共蟬淸(추죽공선청) - 가을 대나무 매미와 함께 맑다.

⊙ 春風花竹明(춘풍화죽명) - 봄 바람에 꽃과 대 밝아지다.

⊙ 風定竹無聲(풍정죽무성) - 바람이 자니 대나무 소리 없다.

⊙ 風靜竹含秋(풍정죽함추) - 바람 고요하니 대나무 가을 머금다.

⊙ 虛心秉高潔(허심병고결) - 마음을 비워 높은 절조 잡는다.

 

⊙ 歲寒誰似此君(세한수사차군) - 추운 겨울에 누가 대나무처럼 절개를 지키랴.

⊙ 確守堅貞之節(확수견정지절) - 굳은 절개를 지키는 대나무.

 

⊙ 江南煙雨竹枝低(강남연우죽지저) - 강남의 연기와 비에 대나무 가지가 늘어졌다.

⊙ 琴書窓小竹香遲(금서창소죽향지) - 금서의 창이 적으니 대 향기 더디 온다.

⊙ 老松瘦竹臨煙亭(노송수죽임연정) - 노송과 메마른 대나무 연기 낀 정자에 임했다.

⊙ 綠竹高松無俗塵(녹죽고송무속진) - 푸른 대나무와 늙은 소나무는 속세의 티끌을 묻지 않았구나.

⊙ 晩風庭竹已秋聲(만풍정죽이추성) - 늦 바람에 뜰의 대엔 이미 가을의 소리.

⊙ 山間古竹引人淸(산간고죽인인청) - 산속의 늙은 대나무 사람의 맑은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 修竹無心亦有情(수죽무심역유정) - 길찬 대나무는 마음이 비었건만 정을 지니고 있다.

⊙ 野館風來竹氣淸(야관풍래죽기청) - 시골 집 바람 부니 대나무 기운 맑다.

⊙ 夜靜惟聞寫竹聲(야정유문사죽성) - 밤 고요한데 오직 들리는 것 대를 씻는 바람소리.

⊙ 雨餘虛館竹陰淸(우여허관죽음청) - 비 온 뒤 빈 집에 대 그늘이 맑다.

⊙ 月冷空庭竹影間(월냉공정죽영한) - 달 빛에 찬 빈 뜰에 대 그림자 한가하다.

⊙ 竹林多處聚人家(죽림다처취인가) - 대 숲 많은 곳에 인가 모이고.

⊙ 竹林啼鳥不知休(죽림제조부지휴) - 대 숲에 우는 새 그칠 줄 모른다.

⊙ 村前竹樹半藏谿(촌전죽수반장계) - 마을 앞 대나무 시내 반을 감추고.

⊙ 翠竹高梧爽後谿(취죽고오상후계) - 푸른 대 높은 오동 뒷 계곡 시원하고.

⊙ 翠竹寒消雪未收(취죽한소설미수) - 푸른 대나무에 취위는 사라졌으되 눈은 아직 남아있다.

⊙ 寒梅修竹共風流(한매수죽공풍류) - 추위 속에 핀 매화와 대나무는 함께 풍류를 지니고 있다.

⊙ 花暗深深竹裏窓(화암심심죽리창) - 대 속의 창에는 꽃이 깊숙이 어둡다.

 

⊙ 明月直入 淸風徐來(명월직입 청풍서래) -

밝은 달빛은 곧게 들어오고, 맑은 바람은 서서히 불어온다.

 

⊙ 四壁淸風 一輪明月(사벽청풍 일륜명월) -

사방에서 맑은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엔 둥근 달이 밝게 비춘다.

 

⊙ 貞而不剛 柔而不屈(정이불강 유이불굴) -

곧되 강하지 않고 부드럽되 비굴하지 않은 대나무.

 

⊙ 風淸雲靜 山高水長(풍청운정 산고수장) -

바람음 맑고 고요한데, 산은 높고 물은 길게 흐른다.

 

 

⊙ 高節人相重 貞心世所知(고절인상중 정심세소지) -

대나무의 높은 절개는 사람마다 중히 여기고, 그 곧은 마음을 세상이 다 아는 바다.

 

⊙ 落葉逐霜風 幽人愛松竹(낙엽축상풍 유인애송죽) -

낙엽은 상풍을 몰아내고 그윽한 사람은 송죽을 사랑한다.

 

⊙ 買田帶修竹 築室依淸流(매전대수죽 축실의청류) -

밭을 사서 수죽 둘러심고 집을 지어 맑은 흐름에 의지한다.

 

⊙ 歲月靑松老 風霜苦竹疏(세월청송로 풍상고주소) -

세월에 따라 푸른 솔 늙어가고 풍상이 감에 고죽 성기어진다.

 

⊙ 水影搖叢竹 林香動落梅(수영요총죽 임향동락매) -

물에는 총죽 흔들리는 그림자 있고 숲에는 떨어지는 매와의 향기가 동한다.

 

⊙ 約客同看竹 留僧與對 (약객동간죽 유승여대기) -

손과 기약해 같이 대를 보고 스님 머물게 해 더불어 바둑 둔다.

 

⊙ 雨洗娟娟淨 風吹細細香(우세연연정 풍취세세향) -

비가 씻기니 대나무는 곱고 깨끗하며 바람이 불리니 가지마다 향기롭다.

 

⊙ 幽蝶弄晩花 晴池映疏竹(유접농만화 청지영소죽) -

그윽한 나비는 늦은 꽃을 희롱하고 개인 못은 성긴 대 비추인다.

 

⊙ 離竹和烟淨 江梅帶雪香(이죽화연정 강매대설향) -

울타리 대나무는 연기와 어울려 맑으며 강변의 매화는 눈을 띠어서 향기롭다.

 

⊙ 林深禽鳥樂 塵遠竹松淸(임심금조락 진원죽송청) -

숲이 깊으매 새들이 즐거워하고, 속세가 멀 때는 대나무와 소나무가 더욱 맑다.

 

⊙ 竹露閑夜滴 松風淸晝吹(죽로한야적 송풍청주취) -

대나무의 이슬은 한가한 밤에 스며들고 소나무의 바람은 맑고 낮에 분다.

 

⊙ 淸風兩窓竹 白露一庭松(청풍양창죽 백로일정송) -

맑은 바람은 두 창죽에 불고 백로는 한 뜰의 소나무에 내린다.

 

 

⊙ 古寺春山靑更姸 長松修竹翠含煙(고사춘산청갱연 장송수죽취함연) -

옛 절과 봄 산이 푸르고도 고운데 장송 수죽이 푸르러 연기 머금다.

 

⊙ 門前自有千竿竹 免向人家看竹林(문전자유천간죽 면향인가간죽림) -

문 앞에 자연스레 천 그루 재가 있어 남의 집 향하지 않고 대 숲을 본다.

 

⊙ 世間那有千尋竹 月落空庭影許長(세간나유천심죽 월락공정영허장) -

세상에 어찌 천길의 대 있으랴, 달 떨어진 빈 뜰에 그림자 길다.

 

⊙ 修竹萬竿松影亂 山風吹作滿窓雲(수죽만간송영란 산풍취작만창운) -

수죽 만 그루에 소나무 그림자 어지럽고 산 바람 불어 창에 구름 가득 피운다.

 

⊙ 深墨畵竹竹明白 淡墨畵竹竹帶煙(심묵화죽죽명백 담묵화죽죽애연) -

짙은 먹으로 대나무 그리니 대가 명백하고 엷은 먹으로 대나무 그리니 대 연기 띄었다.

 

⊙ 庭前有月松無影 欄外無風竹有聲(정전유월송무영 란외무풍죽유성) -

뜰 앞에 달이 밝되 소나무엔 그림자 없고, 난간 밖에 바람이 없으되 대나무에 바람소리가 들린다.

 

⊙ 香隨靜婉哥塵起 影伴嬌繞舞袖垂(향수정완가진기 영반교요무수수) -

향기 고요하고 아름다움 따라서 노래 티끌일고 그림자 아리따움 의지해 춤추는 소매 드리웠다.

 

⊙ 翡翠含春霧 浪振曉風 淸聲來枕上 秀色入簾中

(비취함춘무 낭간진효풍 청성내침상 수색입염중) -

비취 봄 안개 머금는데 대나무는 새벽바람 떨친다. 맑은 소리 베갯머리에 오니

빼어난 빛이 주렴 안으로 든다.

 

⊙ 於見書法 蕭然無滯情 君看片石畔 叢竹忽然生

(어화견서법 소연무체정 군간편석반 총죽홀연생) -

그림에서 서법을 보니 소연히 막히는 정이 없다.

그대 보는가 조각돌 두둑에 대 숲이 홀연히 나는 것을.

 

⊙ 衆木搖落時 此君特倉然 節直心愈空 抱獨全其天

(중목요락시 차군특장연 절직심유공 포독전기천) -

뭇 나뭇잎이 흔들려 떨어질 때 대나무만은 창연히 섰네 절개 곧고

마음 더욱 비워 홀로 그 진리를 온전히 품었네.

 

⊙ 翠竹奇石 蒼松留古柯 明窓坐相對 試門興如何

(취죽병기석 창송유고가 명창좌상대 시문흥여하) -

푸른 대와 기석이 나란히 있고 푸른 솔은 오래된 가지 머무르게 했다.

밝은 창에 앉아서 서로 대하여 묻노니 흥이 어떠하시오.

 

⊙ 側石狀奇 橫竹枝扶疎 蘭復參立 信哉德不孤

(측석상기초 횡죽지부소 의란부참립 신재덕불고) -

옆의 돌은 모양이 기이하고 험하며 가지 성긴 것 돕는다.

부드러운 난초 다시 참여해 서니 덕 외롭지 않음을 믿겠다.

 

⊙ 抱節元無心 凌雲如有意 寂寂空山中 凜此君子志

(포절원무심 능운여유의 적적공산중 늠차군자지) -

절조 품어 원래 무심하니 높이 우뚝 설 뜻 있는 것 같다.

적적하게 텅 빈 산 가운데의 늠연한 대의 군자의 뜻.

 

⊙ 閑餘弄筆硯 寫作一竿竹 時於壁上看 幽姿故不俗

(한여농필연 사작일간죽 시어벽상간 유자고불속) -

한가로운 틈에 붓을 놀려서 한 그루의 애를 그렸다.

때때로 벽 위에 걸린 것 보니 그윽한 모습 때문에 속되지 않다.

 

⊙ 虛心秉高潔 不受一塵浸 五月淸溪上 蕭蕭風滿林

(허심병고결 불수일진침 오월청계상 소소풍만림) -

마음 비우고 고결함 잡으니 한 점의 속진도 침입 받지 않는다.

오월의 맑은 시내 위에는 소소한 바람이 숲에 가득하다.

 

⊙ 鳳凰臺畔竹 別出參差一枝 閱盡雪霜心似鐵 高風惟許歲寒知

(봉황대반죽의의 별출참차일지 열진설상심사철 고풍유허세한지) -

봉황대 두둑엔 대 아름답게 무성해 연이어 따로 나온 옥같은 한 가지

눈서리 다 겪어서 마음은 쇠 닮아 굳고 높은 절조는 오직 세월 추워져야 아는 것을.

 

⊙ 拂雲標格歲寒心 墨色分陰重又輕 不似渭川千畝綠 只和風雨作秋聲

(불운표격세한심 묵색분음중우경 불사위천천묘록 지화풍우작추성) -

구름 떨치고 높이 솟은 세한의 마음 먹색으로 그늘을 짙고 엷게 나눈다.

위천의 천이랑 푸르름 닮지 않고 다만 풍우 순해 가을소리 이룬다.

 

⊙ 幾竿淸影映窓紗 篩月梳風帶雨斜 相對此君殊不俗 幽齋松徑伴梅花

(기간청영영창사 사월소풍대우사 상대차군수불속 유재송경반매화) -

몇 그루 맑은 그림자 창사에 비치니 달 거르고 바람에 빗질해 비 띄고 비낀다.

대를 상대하니 특히 속되지 않고 그윽한 집 솔 길에 매화를 짝한다.

 

⊙ 溪上殘春黃鳥稀 辛夷花盡杏花飛 始憐幽竹山窓下 不改淸陰待我歸

(계상잔춘황조희 신이화진행화비 시련유죽산창하 불개청음대아귀) -

시내 위의 쇠잔한 봄 꾀꼬리 드물고 백목련 꽃 다 지고 살구꽃 휘날린다.

산창 아래 유죽이 맑은 그늘 안고쳐 내 돌아감 기다림을 비로소 사랑한다.

 

⊙ 高人石上種琅 林屋秋晴共倚蘭 不送軒轅裁鳳管 小留得一枝看

(고인석상종낭간 임옥추청공의란 불송헌원재봉관 소창유득일지간) -

고인이 돌 위에 아름다운 대 심어 임옥에 가을 맑으니 함께 난간에 기댄다.

봉관 피리 만들어 헌원에게 보내지 않고 한 가지를 머물러 둬서 작은 창에 서 본다.

 

⊙ 遠看如淡近看濃 雙立停停傲晩風 俗眼未應輕揀擇 此君淸致本來同

(원간여담근간농 쌍립정정오만풍 속안미응경간택 착군청치본래동) -

멀리서 보면 산뜻하고 가까이선 진하고 정정하게 쌍으로 서서 늦은 바람 즐긴다.

속안으론 가벼히 가려내지 못하지만 대나무 맑은 풍치 본래 같은 것이다.

 

⊙ 此君不可一日無 未著數竿淸有餘 露葉風稍承硯滴 湘江一曲在吾廬

(차군불가일일무 미저수간청유여 노엽풍초승연적 상강일곡재오려) -

대나무 하루라도 없어선 안 되니 나타나지 않은 두어 줄기도 여유가 있다.

이슬 머금은 잎 바람 끝에서 연적 받으니 상강 한 구비 내 집에 있다.

 

⊙ 幽逕陰陰竹掩 蕭森叢影映秋交 輝輝淨日飜湘淚 颯颯淸風寄楚騷

製律粲然昭盡美 聽梅凄也韻孤高 歲寒祗賞氷霜氣 何用區區六七號

(유경음음죽엄고 소삼총영영추교 휘휘정일번상루 삽삽청풍기초소

제율찬연소진미 청매처야운고 고세한지상빙산기 하용구구육칠호) -

그윽한 길은 어둠침침하게 대가 언덕 엎었다. 조용하고 쓸쓸한 떨기의

그림자 가을 비쳐 섞였다. 밝게 빛난 맑은 해에 소죽의 눈물 번뜩이고 맑은 바람의

시원스런 소리 초의 이소경에 기여한다.

찬연한 음율 제정하니 풍류 아름다움 다 하고 매화소리 들으니 바람 차도 찰사 운치 고고하다.

세월 추워지면 얼음 서리 기운이나 삼가 구경하지 어찌 구구히 육려 칠률을 부르짖으려 하는가.

 

⊙ 玉立蕭蕭竹數竿 (옥립소소죽수간 )

아름답게 서있는 모습, 우수수 들리는 대나무 몇 그루

風枝露葉帶淸寒 (풍지로엽대청한)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 이슬 맺힌 잎사귀는 맑고 서늘한 기운을 띠고 있구나

去年湖曲人家見 (거년호곡인가견)

작년 어느 날 호숫가의 뉘 집에선가 보았는데

底事移來紙上看 (저사이래지상간)

오늘은 어인 일로 종이 위에 옮겨와 다시 보이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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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초(蘭) ■

 

난초는 옛부터 깊은 골짜기에서 홀로 고고하게 향기를 품고 있는 모습이 세속의 이욕과 공명에 초연하였던 고결한 선비의 마음과 같다고 하여 '幽谷佳人', '幽人' 또는 '香組', '君子香' 등으로 불리었다. 그리고 정절과 충성심의 상징으로 찬미되기도 하였다.

 

난초의 상징성은 楚나라의 시인이며 충신이었던 屈原이 난의 고결한 자태를 거울로 삼았다고 읊었듯이 이미 오래 전부터 형성되었다. 그러나 난초가 그림으로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北宋때부터였으며, 처음에는 화조화의 일부분으로 그려지다가 米 에 의해 수묵법에 의한 독립된 화제로 다루어지기 시작하였다. 미불은 서예에도 뛰어났던 당대 최고의 문인화가로 그의 난화에 대해 비평가들은 잎이 서로 교차하는데도 혼란치 않고 실로 희대의 奇品이라고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같이 화조화의 배경에서 하나의 화제로 독립된 묵란을 보다 사의적으로 발전시킨 사람은 鄭思였다. 그는 南宋이 元에 망하자 평생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면서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땅을 그리지 않음으로써 뿌리가 드러난 露根蘭을 통해 토로하였다. 그의 이러한 정신과 蘭法은 一代宗師로서 후인들의 규범이 되어 오랫동안 영향을 미쳤다.

 

원나라 때는 松雪體로 유명한 趙孟 와 雪窓등에 의해 산뜻하고 단아한 모습의 묵란이 유행되기도 하였으며, 특히 조맹부의 부인인 管道昇의 맑고 수려한 난화는 馬守貞,  表表등의 여류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쳐 이들을 '閨秀傳神派'라 부르기도 한다.

 

문인화가 널리 보편화되었던 明代에 와서 묵란은 더욱 크게 성행하였고, 이러한 전통이 靑代에도 계속 이어져 보다 다양하고 개성이 넘치는 화풍으로 발전하였다. 그 중에서도 石 등의 明朝遺民畵家와 陽州八의 鄭燮 등이 특히 뛰어났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묵란은 고려 말기에 전래되어 조선 초기부터 그려지다 秋史 金正喜에 이르러 대성되었고 그 전통이 근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묵란은 그 은은한 먹향기와 수려한 곡선미와 청초한 분위기를 통해 고결한 이념미가 역대의 뛰어난 문인화가들에 의해 계승, 발전되어 오면서 사군자 그림과 문인화의 발달에 중요한 구실을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군자 그림을 배울 때 이러한 전통과 상징성을 지닌 묵란을 제일 먼저 시작하는 것은 난초의 생김새가 한자의 서체와 닮은 점이 가장 많다는 데 있다. 난엽을 그리는 것을 잎을 그린다고 하지 않고 앞을 삐친다고 하는 것도 글씨에서 삐치는 법을 쓰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김정희는, "난초를 치는 법은 隸書를 쓰는 법과 가까워서 반드시 文字香과 書卷氣가 있은 뒤에 얻을 수 있다."고 하여 이론적으로 서체훈련이 회화기술의 기초가 되고 있음을 말한 바 있다. 이 점은 묵란화가 문인묵객들이 즐겨 찾던 주제의 하나로서 시,서,화에 능한 三絶, 특히 서예에 뛰어난 사람들에 의해 주로 그려졌던 사실로도 알 수 있다.

 

난초의 종류는 상당히 많지만 묵란화에서는 주로 春蘭과 建蘭을 다룬다. 춘란은 草蘭, 獨頭蘭, 幽蘭이라고도 하는데, 잎의 길이가 각각 달라서 길고 짧으며 한 줄기에 한 송이의 꽃이 피는 것으로 청의 鄭板橋와 조선 말기의 김정희, 대원군 李昰應, 金應元 등이 잘 그렸다.

 

건란은 雄蘭, 駿河蘭, 란이라고도 했으며, 잎이 넓적하고 뻣뻣하며 곧게 올라가는데 한 줄기에 아홉 송이의 꽃이 핀다. 福建 지방이 명산지인 이 난은 청의 吳昌碩과 조선 말기의 閔泳翊이 특히 잘 그렸다.

 

 

■ 난초의 화제 ■

 

⊙ 紺碧垂香(감벽수향) - 벼랑에 짙푸른 난초가 향기를 풍기며 드리워 있다.

⊙ 格貴品高(격귀품고) - 격조 높은 품위가 귀하기만 하구나.

⊙ 空谷幽芳(공곡유방) - 고요한 골짜기에 피어있는 난의 그윽한 향기.

⊙ 君子之風(군자지풍) - 군자의 풍도로다.

⊙ 君子之香(군자지향) - 군자의 향기를 지닌 난.

⊙ 其馨如蘭(기형여란) -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

⊙ 蘭竹雙淸(난죽쌍청) - 난의 맑은 향기와 대나무의 맑은 그늘이 한데 어울리다.

⊙ 蘭竹爭姸(난죽쟁연) - 난초와 대는 어여쁨을 다투네.

⊙ 蘭竹蒼崖(난죽창애) - 푸르른 이끼가 낀 벼랑의 난초와 대나무.

⊙ 蘭吐幽香(난토유향) - 난은 그윽한 향기를 내뿜는다.

⊙ 蘭薰桂馥(난훈계북) - 난초의 향과 계수나무의 향기.

⊙ 露根折葉(노근절엽) - 드러난 뿌리와 꺽인 잎.

⊙ 露溫風開(노온풍개) - 이슬에 윤기내며 바람에 드러난다.

⊙ 濃薰淸艶(농훈청염) - 짙은 향기와 깨끗한 자태.

⊙ 淡月香風(담월향풍) - 맑은 달빛 아래 향기로운 바람이 인다.

⊙ 舞風臨流(무풍임류) - 바람에 춤추며 물흐름을 굽어보는 난초.

⊙ 美人香草(미인향초) - 미인의 향기를 지닌 화초인 난.

⊙ 芳馥乘風(방복승풍) - 난의 꽃향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온다.

⊙ 百媚千般(백미천반) - 온갖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 迎風帶露(영풍대로) - 바람에 나부끼고 이슬을 머금은 난초.

⊙ 幽谷佳人(유곡가인) - 그윽한 난은 나라에서 으뜸가는 향기.

⊙ 幽蘭國香(유란국향) - 그윽한 난초는 일명 국향이다.

⊙ 幽節呱芳(우절고방) - 난의 그윽한 절개와 고요한 향기.

⊙ 幽香淸遠(유향청원) - 난의 그윽한 향기가 맑게 멀리까지 풍긴다.

⊙ 淸香倚石(청향의석) - 맑은 향기의 난 꽃이 바위를 의지하여 피었다.

⊙ 淸香自遠(청향자원) - 난의 맑은 향기가 멀리까지 풍겨온다.

⊙ 醉客笑影(취객소영) - 취객의 웃는 그림자, 물가에 있는 풍란을 말함.

⊙ 風露淸香(풍로청향) - 바람에 나부끼고 이슬을 머금어 더욱 향기가 많은 난.

⊙ 懸崖幽芳(현애유방) - 벼랑에 난 난초가 풍기는 그윽한 향기.

 

⊙ 蘭桂起香風(난계기향풍) - 난초와 계수나무는 향기로운 바람 일으키고.

⊙ 蘭葉遼階生(난엽요계생) - 난초가 섬돌에 둘리어 났다.

⊙ 蘭薰 席香(난훈점석향) - 난초가 좋으니 삿자리에 향기 풍긴다.

⊙ 素心自芳潔(소심자방결) - 소심란의 향기가 스스로 맑다.

⊙ 幽蘭帶露香(유란대로향) - 그윽한 난은 이슬을 머금어 향기롭다.

⊙ 自然之高介(자연지고개) - 자연의 높은 절개를 지닌 난.

⊙ 淸寒蘭氣遠(청한란기원) - 맑고 찬 난의 향기가 멀리까지 풍긴다.

⊙ 風淸蕙帶香(풍청혜대향) - 바람 맑으니 난초 향기 뛴다.

 

⊙ 紺碧吹香玉兩叢(감벽취향옥량총) - 검푸르며 향기 뿜는 옥같은 두 떨기.

⊙ 空谷佳人抱幽貞(공곡가인포유정) - 빈 골짜기에 아름다운 사람(난초)이 그윽한 정절을 품고 있다.

⊙ 空谷幽蘭人共馨(공곡유란인공형) - 빈 골짜기의 그윽한 난초가 사람마저 향기롭게 한다.

⊙ 九 香淸露氣寒(구원향청노기한) - 구원의 난향 맑으니 이슬 기운이 차다.

⊙ 幾葉幽蘭帶露香(기엽유란대로향) - 몇 잎의 그윽한 향기를 지니고 있어 마치 덕이 높은 사람과 같다.

⊙ 蘭在幽林亦自香(난재유림역자향) - 난초는 깊은 숲속에 있어도 스스로 향기를 내뿜는다.

⊙ 名在山林處士家(명재산림처사가) - 이름은 산림의 처사 집에 있다.

⊙ 氷根亂吐小紅芽(빙근난토소홍아) - 맑은 뿌리 어지러히 작고 붉은 싹이 돋고.

⊙ 生無桃李春風面(생무도리춘풍면) - 살아서 도리가 춘풍과 만남 없다.

⊙ 雪俓偸開淺碧花(설경투개천벽화) - 눈 길에 엷게 핀 얕고 푸른 매화.

⊙ 深谷香風泛紫蘭(심곡향풍범자란) - 깊은 골짜기에 부는 바람에 자란의 향기가 감돈다.

⊙ 沈林不語抱幽貞(심림불어포유정) - 깊은 숲 말없이 그윽한 난초 품는다.

⊙ 葉葉莖莖吐幽思(엽엽경경토유사) - 잎마다 꽃대마다 그윽한 생각을 내뿜는다.

⊙ 幽谷無人獨自香(유곡무인독자향) - 깊은 골짜기에 사람이 없는데 난초는 제 홀로 향기롭다.

⊙ 一庭春靄蕙蘭香(일정춘애혜란향) - 뜰의 봄 아지랑이에 혜란이 향기롭다.

⊙ 自有幽香似德人(자유유향사덕인) - 난은 스스로 그윽한 향기를 지니고 있어 마치 덕이 높은 사람과 같다.

 

⊙ 琴瑟常在 芝蘭自馨(금슬상재 지란자형) -

거문고와 비파가 늘 같이 있어야 하듯이 지초와 난초는 스스로 향기롭다.

 

⊙ 其臭如玉 君子可佩(기취여옥 군자가패) -

그 냄새가 구슬 같으니 군자가 찰만하다.

 

⊙ 蘭似君子 蕙似大夫(난사군자 혜사대부) -

난은 덕 높은 군자와 같고 혜초는 귀한 대부와 같다.

 

⊙ 蘭芽吐玉 柳眼挑金(난아토옥 유안도금) -

난초는 백옥같이 흰 꽃송이를 토해내고, 버들눈은 황금처럼 노랗게 돋아난다.

 

⊙ 生於幽谷 香開十里(생어유곡 향개십리) -

그윽한 계곡에 생겨나서 향기가 십리에 퍼진다.

 

 

⊙ 墨妙蘭不俗蘭香墨更精(묵묘란불속란향묵경정) -

먹의 선이 절묘하여 난이 속되지 않고, 난이 향기로워 먹이 더욱 정교하다.

 

⊙ 佳人幽谷裡高士白雲中(가인유곡리고사백운중) -

아름다운 여인은 골짜기에 있고 뜻 높은 선비는 구름 속에 있다.

 

⊙ 蘭以比君子所貴者幽深(난이비군자소귀자유심) -

난초를 군자에 비유하거니와, 그윽하고 깊은 곳에 있음을 귀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 佳人幽谷裡 高士白雲中(가인유곡리 고사백운중) -

아름다운 여인은 골짜기 속에 있고 뜻 높은 선비는 백운 속에 있다.

 

⊙ 蘭蕙生深林 結根同芬芳(난혜생심림 결근동분방) -

향기로운 난초는 깊은 숲에 나서 뿌리를 맺어서 좋은 향기가 같다.

 

⊙ 竝石疎花瘦 臨風細葉長(병석소화수 임풍세엽장) -

돌과 함께 있어 성긴 꽃은 여위고 바람에 임해서 가는 잎은 길다.

 

⊙ 野竹自蕭散 幽蘭亦錯雜(야죽자소산 유란역착잡) -

들 대나무는 스스로 쓸쓸하고 한산하며 그윽한 난초 또한 뒤섞이어 엉키었다.

 

⊙ 幽蘭本自香 不用風相借(유란본자향 불용풍상차) -

그윽한 난초는 본시 스스로 향기로워 바람을 서로 빌려 쓰지 않는다.

 

⊙ 蘭幽人操 綠竹君子德(의란유인조 녹죽군자덕) -

가냘픈 난초는 은자의 지조요. 푸른 대나무는 군자의 덕이라.

 

⊙ 折莖聊可佩 入室自成芳(절경요가패 입실자성방) -

줄기 꺽어서 차고 다닐 수 있으니 방에 들어가면 자연히 꽃다워진다.

 

⊙ 處僞幽谷香 出僞王煮瑞(처위유곡향 출위왕자서) -

제 자리에서는 그윽한 골짜기의 향기가 되고 나가서는 왕자의 상서로움이 된다.

 

⊙ 春蘭如美人 不採羞自獻(춘란여미인 불채수자헌) -

봄의 난초는 미인과 같아서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드리려 하지 않는다.

 

⊙ 風吹亂香草 斜陽路難尋(풍취난향초 사양노난심) -

바람 불어 향초에 어지럽고 해 비끼니 길 찾기 어렵다.

 

⊙ 懸崖露奇節 空谷播幽香(현애노기절 공곡파유향) -

벼랑에서 기이한 마디 드러내고 빈 계곡에 그윽한 향기 퍼뜨린다.

 

⊙ 蕙本蘭之族 倚然息味同(혜본난지족 의연식미동) -

혜초는 본래 난초의 무리이니 의연히 냄새와 맛이 같다.

 

⊙ 蘭吐幽香竹弄姿 蝴蝶不來黃鳥睡(난토유향죽농자 호접불래황조수) -

난초 유향 뿌리고 대는 미태를 부리고 나비는 오지 않으나 꾀꼬리는 졸고 있다.

 

⊙ 晩晴庭院黴風發 忽送淸香度竹來(만청정원미풍발 홀송청향도죽래) -

늦게 개인 정원에 미풍이 부니 문득 맑은 향기 대나무 건너온다.

 

⊙ 石根蘭芷香無價 雲頂松杉翠作層(석근난지향무가 운정송삼취작층) -

돌뿌리의 난초 백지는 향기에 값이 없고 구름에 솟은 솔과 산나무는 푸르게 층이 이룬다.

 

⊙ 深谷香風泛紫蘭 雲根斜倚碧琅(심곡향풍범자란 운근사의벽낭간) -

깊은 골짜기의 향기로운 바람은 자란에 뜨고 돌에 비스듬히 풀에 대가 기댄다.

⊙ 賢者天懷虛似竹幽人風致靜如蘭(현자천회허사죽유인풍치정여란) -

현자의 마음은 대나무처럼 속이 비어 있고 은사의 모습은 고요하기가 난초와 같다.

 

⊙ 雨後竝開香細細月中同立影珊珊(우후병개향세세월중동립영산산) -

비갠 뒤에 핀 꽃이라 향기가 은은한데 달빛에 어린 그림자 스산도 하다.

 

⊙ 居高貴能下 値險在自恃 此日或可轉 此根終不以

(거고귀능하 치험재자시 차일혹가전 차근종불이) -

높은데 있어도 귀함을 능히 낮추고 험함을 당해도 스스로 믿음이 있다.

어느날 혹 옮겨갈 수도 이 뿌리는 종지않으리.

 

⊙ 磊磊幾塊石 馥馥數枝蘭 寫得其中意 幽情在筆端

(뇌뢰기괴석 복복수지란 사득기중의 유정재필단) -

우둘두툴한 몇 덩어리 돌 향기 풍기는 두어가지 난초 거기에 담긴 뜻 그려내니

그윽한 정이 붓 끝에 담긴다.

 

⊙ 明月不留人 紅顔自衰老 何日歸湘濱 與君還舊好

(명월불유인 홍안자쇠로 하일귀상빈 여군환구호) -

명월은 사람을 머물러 있게 하지 않으니 홍안도 저질로 쇠잔해 늙는다.

어느 날 상강가에 되돌아 가서 그대와 더불어 옛 좋던 때로 돌아갈 것인가.

 

⊙ 璧一千尺 蘭花在空碧 下有採人 伸手折不得

(초벽일천척 난화재공벽 하유채초인 신수절부득) -

깍아지른 언덕 일천자나 되니 그 공중에 푸른 난초꽃이 있네.

그 밑에 나무하는 사람 있으나 손 뻗어도 그것을 꺽을 수 없네.

 

⊙ 崇蘭生澗底 香氣滿幽林 采采欲僞贈 何人是同心

(숭란생간저 향기만유림 채채욕위증 하인시동심) -

숭란은 산골짜기 밑에서 나와 향기를 그윽한 숲에 채운다.

캐고 또 캐서 보내 드리고져 뉘라서 이 마음과 같은 이 있으랴.

 

⊙ 幽蘭旣叢茂 刑棘仍不除 素心自芳決 怡然與之俱

(유란기총무 형극잉부제 소심자방결 이연여지구) -

그윽한 난초 떨기 이미 우거지고 가시덩굴도 그대로 둬 뽑지 않았다.

본 마음 그대로 꽃답고 깨끗하니 즐거운 모양으로 더불어 함께 한다.

 

⊙ 陰崖百草枯 蘭蕙多生意 君子居險夷 乃與恒人異

(음애백초고 난혜다생의 군자거험이 내여항인이) -

그늘진 벼랑에 모든 풀이 마르지만 난초는 거기에 살 뜻이 많다.

군자는 험하거나 평평한 곳에 있어도 보통 사람과는 다른데가 있다.

 

⊙ 從風不惜香 俯溪自憐影 空山狼藉春 半屬野樵領

(종풍불석향 부계자련영 공산낭자춘 반속야초령) -

바람에 따라 보내는 향기 아끼지 않고 시내 굽어 보며 스스로의 그림자 사랑하네,

공산에 낭자의 펼쳐진 봄이야 반은 시골 나무꾼의 차지인 것을.

 

⊙ 芝蘭生於深 林不以無人 而不芳君子不 以困窮而改常

(지란생어심 림불이무인 이불방군자불 이곤궁이개상) -

지란은 깊은 숲에서 나서 사람이 없다해서 향기 내지 않지 않으며

군자는 곤궁하다고 떳떳함을 고치지 않는다.

 

⊙ 蘭花本是山中草 還向山中種此花 塵世紛紛食盆央 不如鍮與伴煙霞

(난화본시산중초 환향산중종차화 진세분분식분앙 불여유여반연하) -

난초 꽃은 본시 산중의 풀이니 다시 산으로 돌아가 이 꽃을 심는다.

속세에선 어지러히 화분에 심지만 고요한 산수화 짝하게 머물러 두게 함만 같지 않으리라.

 

⊙ 手培蘭蘂兩三栽 日暖風和次第開 坐久不知香在室 推窓時有蝶飛來

(수배난예양삼재 일난풍화차제개 좌구부지향재실 추창시유집비래) -

난초 두 세그루 가꾸어 놓으니 따뜻하고 바람 그르니 차례로 피어나네.

오래 앉았으나 창을 열면 때때로 나비가 날아든다.

 

⊙ 綠葉靑傍石栽 孤根不與衆花開 酒蘭展卷山窓下 習習香從紙上來

(녹엽청총방석재 고근불여중화개 주란전권산창하 습습향종지상래) -

푸른 난초를 돌 옆에 심으니 꽃들과 어울려 피지 않는다.

술 다하고 산창 아래 책을 펴 보니 산들산들 향기가 종이 위로 오네.

 

⊙ 春蘭未了夏蘭開 畵裏分明喚阿 閱盡榮枯是盆 幾回拔去幾回栽

(춘란미료하란개 화리분명환아애 열진영고시분앙 기회발거기회재) -

춘란 지기 전에 하란이 피니 그림 속엔 분명 부드러움 불러 우두커니 섰다.

이 화분의 피고 짐 다 보았으니 몇 번이나 또 심었던가.

 

⊙ 春雨春風寫妙顔 幽情逸韻落人間 而今究竟無知己 打破烏盆更入山

(춘우춘풍사묘안 유정일운낙인간 이금구경무지기 타파오분갱입산) -

봄 비 봄 바람에 신비한 모습 다 해서 그윽한 정 좋은 운율 인간에게 내렸는데,

지금에 이르도록 진가 아는이 없으니 화분 깨뜨려 버리고 다시 산에 들어가리.

 

⊙ 寫得芝蘭滿幅春 傍添畿筆亂荊榛 世間美惡俱容納 想見溫馨澹遠人

(사득지란만폭춘 방첨기필난형진 세간미오구용납 상견온형담원인) -

지란 그리니 화폭에 봄 가득하고 옆에 몇 자 쓰니 잡목처럼 어지럽다.

세상의 곱고 미움 모두 받아들여 부드러운 향기 담원한 사람을 생각해본다.

 

⊙ 此是幽貞一種花 不求問達只煙霞 采樵惑恐通來徑 更寫高山一片遮

(차시유정일종화 불구문달지연하 채초혹공통래경 경사고산일편차) -

이것은 그윽 하고 정결한 하니의 꽃, 이를 알려지기 보다 고요한 산수 바란다.

나뭇군이 호경 이 기로 오까 두려우 다시 높은 산 하나 그려넣어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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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초의 화제

 

⊙ 徑竹色逾淨 窓蕉聲轉寒(경죽색유정 창초성전한) - 곧은 대나무 색은 더욱 맑은데 창의 파초소리 차갑게 변한다.

⊙ 卷舒今自知 衰榮隨萬長(권서금자지 쇠영수만장) - 말렸다 펴짐은 지금 알 수 있지만 쇠잔하고 번성하는 것은 천명에 맡길밖에.

⊙ 葉如似界紙 心似倒抽書(엽여사계저 심사도추서) - 잎사귀는 비스듬히 그린 종이 같고 속은 거꾸로 뽑아 올린 책 같구려.

⊙ 暎水靑三尺 當簾綠一叢(영수청삼척 당렴녹일총) - 푸른빛 삼척 몸은 물에 잠겨 비추고 연두빛 한 떨기 주렴에 걸려 있네.

⊙ 一種靈苗異 天然體性虛(일종영묘이 천연체성허) - 일종에 영한 싹이 특이도 한 데 천연으로 생긴 몸과 성지도 허하기만 하구나.

⊙ 蕉葉卷舒雨 鳩聲問答風(초엽권서우 구성문답풍) - 파초 잎을 비에 말고 펴는데 비둘기 소리는 바람과 문답한다.

⊙ 前蕉葉錄成林 長夏全無暑氣侵(첨전초엽록성림 장하전무서기침) - 처마 밑이 파초잎으로 숲을 이루어 긴긴 여름날 더운 기운이 밀려들지 못하네.

⊙ 孤心只在葉中央 一夕抽開二尺長(고심지재엽중앙 일석추개이척장) - 외로운 꽃잎 속에 있었는데 다시보니 밤사이 두자나 자랐구나.

⊙ 美人間立秋風裏 容孤眼夜雨中覇(미인간립추풍이 용고안야우중패) - 미인은 가을바람에 한가로이 서있고 패용은 밤비 속에 외로이 졸고 있네.

⊙ 不雨寒聲猶滴瀝 無風 影巳淸 (불우한성유적력 무풍소영사청량) - 비개어도 찬소리는 물뿌린 듯 나고 바람 없어도 듬성한 그림자가 시원도 하구나.

⊙ 仙仙毫擧碧嵯峨 泛欲光風縮欲波(선선호거벽차아 범욕광풍축욕파) - 시원하게 당당한 모습 푸르름 드높은 데 두엉실 광풍이 일려하니 움추려 물결이 일려한다.

⊙ 繞身無數靑羅扇 風不來時也不凉(요신무수청라선 풍불래시야불량) - 푸른 몸을 수없이 여는 푸른 비단 부채 련만 바람이 오지 않을 때엔 서늘하지 않고여.

⊙ 一封書札藏何事 會被東風暗折看(일봉서찰장하사 회피동풍암절간) - 한봉 서찰에 무슨 사연 갊았는고 인제 동풍이 가만히 펴보게 되리라.

⊙ 早鞏啼復歇 殘燈滅又明 隔窓知夜雨 芭蕉先有聲(조공제부힐 잔등멸우명 격창지야우 파초선유성) - 이른 귀뚜라미 울다 다시 쉬니 쇠잔한 등불은 꺼졌다 또 밝는다. 창 너머 밤비 옴을 앎은 파초가 먼저 소리를 내어서다.

⊙ 不枝惟葉茂 無幹信中空 所以免折 爲衣君子風(불지유엽무 무간신중공 소이면최절 위의군자풍) - 가지는 없는데 무성한 이이 줄기 없이 공중에 펄럭이면서 그러고도 꺾이지 아니하는 까닭은 군자의 풍도를 지녔기 때문.

⊙ 詩人觀物渺無邊 笑殺西方長舌禪 三十三春淡盡否 一重還有綠天天(시인관물묘무변 소살서방장설선 삼십삼춘담진부 일중환유녹천천) - 시인은 만물을 봄에 묘연히 가이 없고 서방의 수다스런 선일소에 부친다. 세상 모든 봄 맑음은 다 했는가 한 번 거듭되면 도리어 푸르름 밝게 있음을.

⊙ 窓前栽竹與芭蕉 避俗遮塵夢亦 遙可喜吾園秋氣早 風聲剩有雨聲饒(창전재죽여파초 피속차진몽역요 가희오원추기조 풍성잉유우세요) - 창 앞에 대나무와 파초를 심어두어 속세를 피하고 먼지를 가리는 꿈결도 아스랗다 기쁘다 우리 정원엔 가을 기운이 빨리 들어 바람소리도 넉넉하고 빗소리도 많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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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화(文人畵) 식물 화제(畵題)

 

1. 매화(梅花), 2. 목련(木蓮), 3. 모란. 4. 파초(芭蕉), 5. 난초(蘭草). 6. 연(蓮) 꽃, 7. 포도(葡萄), 8. 국화(菊花), 9. 대(竹)나무, 10. 소(松)나무, 11. 장미(薔薇), 12. 감(柿)나무, 13. 비파(枇杷), 14. 동백(冬栢). 15. 수선화(水仙花), 16. 조롱박, 17. 진달래(杜鵑花), 18. 石榴(석류), 19. 복숭아나무(桃夭), 20. 등(藤)나무, 21. 수세미, 22. 홍매(紅梅)

 

 

1. 매화

 

 

梅經寒苦發淸香(매경한고발청향):매화는 차가운 고 통은 겪고 맑은향기를 피운다.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로항장곡):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그 곡조를 간직하고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매화는 한 평생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으며

月到千虧餘本質(원도천휴여본질):달은 천번을 이지러지더라도 그 본래의 성질이 남아있으며

柳經百別又新枝(류경백별우신지):버들가지는 백 번을 꺾어도 새 가지가 나온다. (문인인 신흠[申欽 1566(명종 21)

 

疎影橫斜水淸淺; 성긴그림자 맑고 얕은 물에 가로비치니

暗香不動月黃昏; 그윽한 향기떠도는 곳에 달이 어슴프레하다

 

晴窓畵出橫斜影; 날이 갠 창에 비스듬한 그림자 그려내니

絶勝前邨夜雪時; 앞 마을에 밤눈 올때 더욱 좋아라

 

苦枝東風着意佳(고지동풍착의가):괴로운 가지 뜻 붙임이 아름다운데

初無心事占春魁(초무심사점춘괴):애당초 봄의 괴수가 될 마음은 없었는데

年年預得南枝信(년년예득남지신):해마다 남쪽가지에 미리 봄 소식을 전하니

不許群花作伴開(불허군화작반개):여러꽃과 짝지어 피기 를 허락하지 않는다.

 

墻角數枝梅(장각수지매);담장 모퉁이 두서너 가지 매화가

 

凌寒獨自開(능한독자개); 차가움을 이기고 스스로 홀로 피었네

遙知不是雪(요지불시설); 멀리서도 이것이 눈이 아님을 알수 있는것은

爲有暗香來(위유암향래);그윽한 향기가 있어 날아오기 때문이다

 

梅花(매화)韓愈(한유)

 

君自故鄕來(군자고향래):그대 내 고향에서 왔으니

應知故鄕事(응지고향사):응당 고향 일을 알리니

來日綺窓前(래일기창전):오던날 비단 창 앞에

寒梅著花未(한매저화미):한매가 피었던가?

 

春風園裏群先發(춘풍원리군선발); 봄바람 동산속에 그대가 먼저 피니

月夜慇懃對美人(월야은근대미인); 달밤에 은근히 미인을 대하는 것 같네

千紫萬紅渾失色(천자만홍혼실색);울굿 불굿 모든 꽃들이 혼연히 빛을 잃었는데

小園驚動兩三枝(소원경동양삼지);작은 동산에 두서너 가지 놀라서 움직이네.

 

雪梅,盧梅坡(北宋사람)

 

梅雪爭春未肯降(매설쟁춘미긍항):매화와 눈이 봄을 두고 다투는데(梅雪爭春), 항복을 수긍하러들지 않는다

 

騷人?筆費評章(소인각필비평장):그것을 보고 있는 근심스런 나는 붓을 들고 놨다 하며(騷人?筆), 느낌을 글로 써보려고(評章) 시간과 종이만 허비하고 있구나..

 

梅須遜雪三分白(매수손설삼분백):매화는 오로지(梅須) 봉오리 끝만 하얗게 살짝 내밀어(三分白) 눈한테 공손하게 대하고 있는데

 

雪?輸梅一段香(설각수매일단향):눈은 도리어(雪?) 적은 냄새라도 왜 풍기느냐고(一段香) 매화에게 트집잡아 말하고 있다.다.

 

有梅無雪不精神(유매무설부정신):매화에 대한 평만 쓰고(有梅) 눈에 대한 평을 글로 쓴 것이 없다면

 

有雪無詩俗了人(유설무시속료인):눈에 대하여 평할 일이 분명 있는데도(有雪) 눈을 평하여 글쓴바가 없다면(無詩) 그는 속된 사람에 지나지 않는데.

 

日暮詩成天又雪(일모시성천우설):해질녘이 되어서야(日暮) 글쓰기에 대한 생각의 틀이 이루어졌는데(詩成) 때맞춰 하늘에서 눈 또한 내리니,

 

與梅幷作十分春(여매병작십분춘):매화와 더불어(與梅) 봄 향기 활짝 피어오른 글도(十分春) 함께 마음껏 쓸 수 있게 되었구나.

 

梅花 唐.崔道融 ( ? ~ ? )

 

數?初含雪, (수악초함설) -몇몇 꽃망울은 처음 눈을 머금었고,

孤標?本難. (고표화본란) -삐쭉 튀어나온 가지 끝은 그림본으로 삼기 어렵네.

香中別有韻, (향중별유운) -피어나는 향기 속에서도 운치는 따로 있어야 하고,

淸極不知寒. (청극부지한) -맑음이 지극해도 추위를 알지 못해야 하는 것이네.

橫笛和愁聽, (횡적화수청) -부는 피리 소리에 따라서 근심걱정 솟아나고,

斜枝倚病看. (사지의병간) -비스듬히 벋은 가지에 기대 보면 몸에 병도 보이지만.

朔風如解意, (삭풍여해의) -북쪽의 찬 바람 불어 오는 의미를 이해하고서,

容易莫?殘. (용이막최잔) -쉽게 꺾이지 말자.

 

 

홍매

 

다산 정약용/홍매

世去如無意(세거여무의)=한해가 지나도 별 뜻 없어 보이더니

春來好自開(춘래호자개)=보이오니 스스로 활짝 꽃 피우네

暗香眞絶俗(암향진절속)=그윽한 향기가 세속을 벗어났으니

非獨愛紅?(비독애홍새)=붉은 꽃잎만 사랑스런게 아니네

 

목련

 

木蓮花發滿庭香(목련화발만정향);백목련 꽃이 피어나니 향기가 뜰에 가득하고

蓮形玉色似蘭香(연형옥색사난향):형태는 연꽃의 옥빛을 닮았고 향기는 난향 같은데

點斷春風衆潔芳(점단춘풍중결방):스치는 봄바람에 고결한 자태를 뽐내는구나.

應是玉皇曾擲筆(응시옥황증척필):아마도 옥황께서 일찍이 붓을 던진 것이

落來紙上自生花(낙래지상자생화):땅에 떨어져 스스로 생긴 꽃이다.

雖信花中原有筆(수신화중원유필):비록 꽃속에 원래 붓이 있는줄 알았지만

毫端方欲吐雲霞(호단방욕토운하):붓끝에서 바야흐로 운 하를 토하려한다.

作畵何須得寫眞(작화하수득사진):그림을 그리는데 어 찌 꼭 실물같이 그릴소냐.

但將淸韻學前人(단장청운학전인):맑은 운치를 앞사람으 로부터 배울 뿐이다.

 

 

목단

 

富貴玉堂(부귀옥당):부귀가 옥당에 가득한 꽃

大富貴之圖: 크게 부귀한 목단 그림.

吉祥如意富貴之花(길상여의부귀지화):상서롭고 길한 일이 뜻과 같이 되어 부귀한 꽃이다.

十分嬌艶噴淸香(십분교염분청향):충분히 고우면서 맑 은 향기를 뿜어내니

可堪喚作花中王(가감환작화중왕):꽃중에 왕이라 부르기 에 재격일세

却恐明朝花易老(각공명조화이노):내일아침 저꽃이 쉬이 늙을까 두렵거니

春風擺盡紅羅裳(춘풍파진홍라상):봄바람이 붉은 비단치 마 몽땅 해쳐버리네.

受露結胎藏昨夜(수로결태장작야):이슬받아 태를맺고 어제밤 감추었다가

向風含笑發淸晨(향풍함소발청신):바람을 향하여 웃음을 머금고 맑은 새벽에 피었다

 

秋牡丹(추모란)-金正喜(김정희)

紅紫年年迭變更(홍자년년질변경):해마다 홍색 자색 바꿔가며 꽃 피어

牡丹之葉菊之英(모단지엽국지영):모란의 잎은 국화의 꽃봉오리와 같도다.

秋來富貴無如汝(추래부귀무여여):가을이 되면 부귀가 너 같은 것이 없으니

橫冒東籬處士名(횡모동리처사명):동쪽 울타리 처사란 명칭은 걸맞지 않구나.

 

若敎解語應傾國(약교해어응경국):만약에 말을할줄 알 았다면 아마도 나라를 기울게하였으리라

便是無情也動人(편시무정야동인):문득 이것이 무정컨만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富貴風韻非衆花(부귀풍운비중화):부귀한 풍운이 여러 꽃과 달라

可使南面之稱當然乎(가사남면지칭당연호):남면을 시킬 만한 칭호가 마땅하구려. [南面(남면)=임금]

 

落盡殘紅始吐芳(낙진잔홍시토방):붉은빛 다할 때 비로소 활짝 피니

佳名喚作百花王(가명환작백화왕):아름다운 그 이름 백화왕(百花王)이라

競誇天下無雙艶(경과천하무쌍염):천하무쌍의 아름다움을 서로 다투어

獨占人間第一香(독점인간제일향):이 세상 으뜸가는 향기 홀로 차지하였네

 

 

파초

葉如似界紙(엽여사계지):잎사귀는 비스듬히 그린 종이 같고

心似倒抽書(심사도추서):속은 거꾸로 뽑아 올린 책 같구려.

芭蕉-趙之謙.

高會山儒起麗文(고회산유기려문):산중에 선비들이 고상하게 모여 좋은 글을 지으니

當年湖海氣凌雲(당년호해기능운):당년의 호탕한 기풍이 구름을 업신여기더니

而今寂寞西窓夜(이금적막서창야):지금 적막한 밤의 서쪽 창에서

雨打蕉聲不忍聞우타초성불인문):비가 파초를 두드리는 소리는 차마 듣지 못하겠노라

 

 

난초

蘭生幽谷爲王者香(난생유곡위왕자향):난초는 깊은계곡에서 나서 최고의 향기를 피운다

蘭淸香石靜素(난청향석정소):난은 맑은 향기요 돌은 고요한 바탕이다

幽谷無人獨自香(유곡무인독자향):깊은 계곡에 사람이 없는데, 난초는 제홀로 향기롭다.

幽蘭本自香(유란본자향):그윽한 난초는 본시 스스로 향기로워

不用風相借(불용풍상차):바람을 서로 빌려 쓰지 않는다.

 

그림을 보면서(題錦城女史芸香畵蘭) 신위(申緯)

畵人難畵恨(화인난화한)하고):사람은 그려도 한을 그리긴 어렵고

畵蘭難畵香(화란난화향)하네):난초를 그려도 향기를 그리긴 어렵네

畵香兼畵恨(화향겸화한)하니):향기를 그린데다 한마져 그렸으니

應斷畵時腸(응단화시장)이라):이 그림 그릴 때 그대 애가 끊겼을 테지

蘭花本是 山中草(난화본시산중초):난은 본시 산에 피는 꽃인데

散播疎籬又開花(산파소리우개화):울 밑에 심었더니 다시피었네

風雨吹塵香己沒(풍우취진향기몰):비바람 불어 향기를 잃었으니

不如舊日伴煙霞(불여구일반연하):지난 날이 물안개와 같지않은가

 

芝蘭生於深(지란생어심):지란은 깊은 숲에서 나서

林不以無人(림불이무인):사람이 없다해서

而不芳君子不(이불방군자불):향기 내지 않지 않으며

以困窮而改常(이곤궁이개상):군자는 곤궁하다고 떳떳함을 고치지 않는다.

幽谷着根問幾年(유곡착근문기년):깊은 골짜기에 뿌리내림 이 몇해인가

無人不怨自芳賢(무인불원자방현):사람없음을원망하지 않 고 스스로 꽃답고 어질구나

怪頭靜體留心地(괴두정체유심지):괴이한 돌의 머리와 고요한몸은 마음을 땅에 머물게하여

淸秀舞叢放志天(청수무총방지천):맑게 빼어난 꽃떨기는 뜻을 하늘에 놓았도다

阮堂先生與石破公書曰(완당선생여석파공서왈)“완당 선생이 석파공에 보낸편지에 말하기를

此雖一小技曲藝其於專心(차수일소기곡예기어전심):이것 이 비록 작은 기예지만 이것을 전심으로

下工 無異 聖 門 格 致 之學(하공무이성문격치지학)공부하는 것은 격 물치지하는 학문과 다를 것이 없으니

君子一擧手一投足無往非道(군자일거수일투족무왕비도):군자는 일거수 일투족이 내딛는 것이 도가 아닌 것이 없소 라고하였다

峭壁一千尺(초벽일천척):일천척이나 되는 가파른 절벽에

蘭花在空碧(난화재공벽):난초꽃은 푸른공중에 있고

下有採樵人(하유채초인) :아래나뭇꾼이 있지만

伸手折不得(신수절부득) :손을 뻗어도 꺽지 못하네.

淸風披拂自多思(청풍피불자다사):맑은 바람 살랑이면 저절로 생각이 많아지고

斜日淡雲香滿林(사일담운향만림):지는해에 맑은 구름끼면향기는 숲속에 가득하구나

誰識幽蘭淸又香(수식유란청우향):누가유란이 맑은 향기로움을 알리

年年歲歲自芬芳(년년세세자분방):해마다 해마다 스스로 꽃답고 향기롭구나

莫言此薰無人氣(막언차훈무인기):이향기가 인기없다고 말하지 말라

一吐花心萬草王(일토화심만초왕):꽃술에 한번 토하면 만초의 왕이된다

本是王者香(본시왕자향)본시 최고의 향기로

托根在空谷(탁근재공곡):뿌리를 빈 골짜기에 의지하고

先春發叢花(선춘발총화):봄에 앞서 떨기 꽃을 피우니

鮮枝如新沐(선지여신목):신선한 대공이 새롭게 목욕한 듯 하다

石體長年靜(석체장년정):돌의 몸은 길이 고요하고

春蘭常氣淸(춘란상기청):봄 난초는 항상기운이 맑다

奇石盡留千古意(기석진유천고의):기이한 돌은 천고의 머무르고

石不能言爲我師(석불능언위아사):돌은 말하지 않으니 내 스승으로 삼는다.

坐久不知香在室(좌구부지향재실):오래동안 앉아있어도 실내에 향기가 있는줄 알지 못하였으나

推窓時有蝶飛來(추창시유접비래):때마침 창문을 여니 나비 가 날아오고 있더라.

 

 

연꽃

淤泥不染如來性(어니불염여래성):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여래의 성품

淨社曾陪多士禪(정사증배다사선)=깨끗한 모임에서 일찍이 많은 선비들이 參禪(참선)에 모셨도다

綠水紅蓮一朶開(녹수홍련일타개):푸른 물에 붉은 연꽃 한 송이 피니

千花百草無顔色(천화백초무안색):수많은 화초들 안색이 없다.

 

愛蓮說(애련설) 周茂叔(주무숙)

水陸草木之花(수륙초목지화)이可愛者甚蕃(가애자심번)이나

물과 육지에 나는 꽃 가운데 사랑할 만한 것이 매우 많다.

 

晉陶淵明獨愛菊(진도연명독애국)하고,自李唐來(자리당래)로,世人甚愛牡丹(세인심애모단)이나 진나라의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사랑했고, 이씨의 당나라 이래로 세상 사람들이 매우 모란을 좋아했다.予獨愛蓮之出?泥而不染(여독애련지출어니이부염)하며濯淸漣而不妖(탁청련이부요)하며中通外直(중통외직)하며不蔓不枝(부만부지)하며,나는 유독,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고 출렁이는 물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고, 속은 비었고 밖은 곧으며, 덩굴은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아니하며,香遠益淸(향원익청)하며,亭亭靜植(정정정식)하야,可遠觀而不可褻翫焉(가원관이부가설완언)하노라.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꼿꼿하고 깨끗이 서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는 연꽃을 사랑한다.予謂菊(여위국)은花之隱逸者也(화지은일자야)오,牡丹(모단)은, 花之富貴者也(화지부귀자야)오. 내가 말하건대, 국화는 꽃 중에 속세를 피해 사는 자요, 모란은 꽃 중에 부귀한 자요, 蓮(연)은,花之君子者也(화지군자자야)라하노니 연꽃은 꽃 중에 군자다운 자라고 할 수 있다. 噫(희)라!菊之愛(국지애)는陶後鮮有聞(도후선유문)하니蓮之愛(연지애)는同予者何人(동여자하인)고牡丹之愛宜乎衆矣(모단지애의호중의)로라. 아! 국화를 사랑하는 이는 도연명 이후로 들어본 일이 드물고, 연꽃을 사랑하는 이는 나와 함께 할 자가 몇 사람인가? 모란을 사랑하는 이는 마땅히 많을 것이다.

 

 

포도

聯珠碧玉(연주벽옥):푸른 옥구슬이 연이어 달렸다.

草龍爭珠(초룡쟁주):풀룡이 구슬을 다툰다

草龍弄珠(초룡농주):풀룡이 구슬을 희롱한다.

滿窓晴影走秋蛇(만창청영주추사):창가득한 그림자는 가을 뱀이달려가는 것 같도다.

千莖萬葉黑珠垂(천경만엽흑주수):천 줄기 만 잎에 검은 구슬이 드리웠는데

一摘啖之香滿口(일적담지향만구):한번 따서 먹으니 향기가 입에 가득하다.

架上葡萄密(가상포도밀);시렁 위에 포도 덩굴 가득 찼으니,

園中庶草稀(원중서초희):동산속에 여러 풀과 드물게

托根方張王(탁근방장왕):뿌리 박아 바야흐로 무성하려니,

引蔓故憑依(인만고빙의):덩굴 뻗어 짐짓 서로 의지해 있네.

勢似龍蛇走(세사룡사주):용사(龍蛇)같이 내닫는 모양,

滿急初覆壓(만급초복압):우로(雨露)의 은혜로 한껏 굵었네.

繞屋欲旁圍(요옥욕방위):집을 둘러 가 녘으로 퍼져 나가네.

側展靑羅被(측전청라피):섬돌 위에 가득히 눌러 덮더니,

橫垂碧縷衣(횡수벽루의):옆으로 펼친 모양은 청(靑) 비단 이불,

嵐光浮院落(람광부원락):가로 늘어선 맵시는 파랑 실끝.

雲彩動窓扉(운채동창비)::채색 구름 얼른얼른 창에 비치네.

嘉菓期秋熱(가과기추열):고운 열매 가을엔 익을 것,

凄風恐葉飛(처풍공엽비):푸른 아지랑이 후원(後院)에 뜨고,

味珍殊可貴(미진수가귀):모진 바람에 잎이 날[飛]까 두렵네.

酒力豈云微(주력기운미):빚어 마시는 술 기운도 약하지 않네.

試問爲州樂(시문위주락):묻노니, 고을 살이가 즐겁다지만,

何如一醉歸(하여일취귀):한 번 취해 봄이 어떠할는지.

《이인복 李仁復》

 

 

국화

佳色含霜(가색함상):아름다운 빛이 서리를 머금고 있다

東籬佳色(동리가색):동쪽울타리에 아름다운 빛깔이로다

淸風香露(청풍향로):맑은 바람에 향기를 드러낸다.

秋菊有佳色(추국유가색):가을국화가 아름다운 빛이 있다

佳色含霜向日開(가색함상향일개):국화 아름다움 해를 향해 피었으니

餘香??覆?苔(여향염염복매태):뒤에 남은 향기 부드럽게 이끼를 덮는다

獨憐節操非凡種(독련절조비범종):홀로 절조 사랑하니 범상한 종류 아니라

曾向陶君徑東來(증향도군경동래):일찍이 도연명 향해 동쪽에서 왔었다.

萬紫千紅秋風落(만자천홍추풍락):울긋불굿한 단풍 가을 바람에 지니

東籬佳菊傲霜新(동리가국오상신):동쪽 울타리 고은 국화 서리 맞아 새롭다.

 

栗谷先生詩

爲愛霜中菊(위애상중국):서리 맞으며 핀 국화를 좋아해

金英摘滿觴(금영적만상):노란잎 따서 술잔에 띄웠네

淸香添酒味(청향첨주미):맑은 향기는 술맛을 돋구고

秀色潤詩腸(수색윤시장):수려한 빛은 시심을 적시네

元亮尋常採(원량심상채)원량은 늘 따서 가져가고:

靈均造次嘗(영균조차상):영균은 한사코 맛을 보았네

何如情話處(하여정화처):어떤가 정담을 나눈 자리

詩酒兩逢場(시주양봉장):시와 술 둘이 서로 만난 것이.

 

凌霜獨秀花(능상독수화):서리를 능멸하고 홀로 빼어난 꽃은

高節一層佳(고절일층가):고상한 절개가 한층 더 아름답다

萬紫春風樂(만자춘풍락):만가지 붉은꽃들은 봄바람에 즐거워 하지만

一黃九月香(일황구월향):노란 국화는 구월에 향기롭다

季秋之月百草死(계추지월백초사):늦가을에 모든풀이 시들었는데

庭前甘菊凌霜開(정전감국능상개):뜰앞에감국이서리를능멸 하고 피었다.

不是花中偏愛菊(불시화중편애국):꽃중에서 국화만을 유 별나게 사랑한 것은 아니지만

此花開盡更無花(차화개진갱무화):이꽃이 다피고나면 다시 필꽃이 없으니..

 

 

매화를 왼쪽에(좌매)左梅

대를 오른쪽에(우죽):右竹

아름다운 맹약 맺어(결방맹):結芳盟

혼탁한 세속 초탈했지(초촉속):超濁俗

노란 꽃잎은 금을 흩은 듯:(황파산금)黃?散金

흰 꽃술은 옥을 아로새긴 듯:(소예조옥)素蘂雕玉

가을 이슬 젖으니 몹시 차갑고:(추로읍편한)秋露?偏寒

새벽바람 부니 절로 향기롭다(효풍취자복):曉風吹自馥

 

권필(權?) <<석주집(石洲集)>> 卷8 잡체(雜體) 국(菊)

 

 

대나무

孤高淸節(고고청절):고고한 맑은절개

竹裏淸風(죽리청풍):대 속에 맑은 바람.

虛心友石(허심우석):마음을 비우고 돌을 벗하고 있다.

虛心堅節(허심견절):마음은 비우고 마디는 굳세다

四時淸風來(사시청풍래):사계절 맑은 바람이 불어온다.

風靜竹含秋(풍정죽함추):바람이 고요하니 대가 가을 뜻을 머 금고 있다.

虛心不改歲寒意(허심불개세한의):마음을 비우고 겨울이라도 뜻을 고치지 않는다

劍魂通體直(검혼통체직):칼 같은 혼을 지녀 온몸이 곧고

琴韻見心淸(금운견심청):거문고소리 지녀 속의 맑음을 볼 수 있다

窓前竹數依苔石(창전죽수의태석):창앞에 몇그루 대나무가 이 끼낀 돌에 의지 하였는데

寒雨簫條待晩晴(한우소조대만청):찬비가 쓸쓸히 내리니 늦게나 마 맑아지기를 기다린다

拂雲標格歲寒心(불운표격세한심):구름 떨친 대의 모습은 세한 의 마음이요

墨色分陰重又輕(묵색분음중우경):먹빛이 그늘을 나누니 무겁고 또 가벼움이 있다.

玉立蕭蕭竹數竿(옥립소소죽수간):옥 같이 서있는 쓸쓸한 대나무 몇 그루

風枝露葉帶淸寒(풍지로엽대청한):바람이는 가지와 이슬 젖은 잎, 맑고 찬 기운 둘렀네.

去年湖曲人家見(거년호곡인가견):지난해 호수 굽이의 인가에서 보았는데

底事移來紙上看(저사이래지상간):무슨 일로 옮겨와 종이 옮겨 왔는고,

竹影掃階塵不動(죽영소계진부동):대나무 그림자가 뜨 락을 쓸어도 티끌은 움직이지 않고

月輪穿沼水無痕(월륜천소수무흔):둥근 달이 연못을 뚤 어도 물은 흔적이 없네.

 

風枝露葉無塵垢(풍지로엽무진구):바람이는 가지 이슬 젖은 잎사귀 때 묻지 않고 티끌 없으니

直節虛心耐雪霜(직절허심내설상):마디는 곧고 속은 비 어 눈과 서리를 견디어낸다.

蕭蕭六月動秋思(소소육월동추사)대숲에 이는 바람이 유월에도 가을

勁直忠臣節(경직충신절); 굳세고 곧기는 충신의 절개요

孤高烈士心(고고열사심); 고고하기는 열사의 마음이라

四時同一色(사시동일색); 사시로 그 빛이 한 가지니

霜雪不能侵(상설불능침); 서리와 눈이라도 능히 침노치 못하리.

墨汁淋?尙未乾(묵즙임리상미건)=먹이 질펀하여 아직도 안말랐다

誰揮醉筆寫琅?(수휘취필사랑간)=누가 취한 붓을 휘들러 대나무를 그렸는 고,

秋風無限江南心(추풍무한강남심)=강남에 가을 바람이 한이 없는데

影落瀟湘暮雨寒(영낙소상모우한)=그림자가 소상강에 떨어져 저문비만 차갑네

衆木搖落時(중목요락시):뭇 나뭇잎이 흔들려 떨어질 때

此君特蒼然(차군특창연):대나무만은 창연히 섯네

節直心愈空(절직심유공):절개는 곧고 마음은 더욱 비워

抱獨全其爲(포독전기위):홀로 그 진리를 온전히 품었구나

결혼때 대나무를 그려서 선물 할 때 쓰면 좋은 화제 입니다

 

 

소나무

松壽千年(송수천년):소나무 수명은 천년이나 된다.

千歲孤松生綠烟(천세고송생녹연):천년묵은 외로운 소 나무에서 녹색의 연무가 이는듯하구나

古交松柏心(고교송백심):오래 사귄 우정은 송백의 마 음같이 변치 않는다.

淸風語老松(청풍어노송):맑은 바람이 일면 늙은 소나 무는 말을한다.

淸孤月露底(청고월로저):청고한 소나무가 달아래드러내니

秀拔天地中(수발천지중):천지 가운데빼어났구나

有風傳雅韻(유풍전아운):바람이 있을때는 우아한 소리전하고

無雪試幽姿(무설시유자):눈이 없을때는 그윽한자태 보이 려한다.

明月松間照(명월송간조):밝은 달은 소나무 사이에서 비치고

淸泉石上流(청천석상류):맑은 샘물은 돌 위로 흐른다.

松吟石上月(송음석상월):소나무는 돌위에서 달을 읊조리고

人弄花開琴(인농화개금):사람은 꽃사이에서 거문고를 뜯느구나.

靑山古人眼(청산고인안):푸른산은 옛사람의 눈을거쳐서

留與後人心(유여후인심):뒷사람에게 마음을 전해주네.

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추운계절이된 연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지조가 있음을 알게된다

高節淸風君子形(고절청풍군자형):맑은 바람 높은 절개는 군자의 모습이요

眞心不變四時靑(진심불변사시청):변함없는 곧은 마음 사시에 푸르러라.

『고송(高松)』이상은,

高松出衆木(고송출중목):높다란 소나무가 무수한 나무 중에 솟아올라

伴我向天涯(반아향천애):나와 더불어 하늘가 낭떠러지를 향하고 있소

客散初晴後(객산초청후):손이 흩어짐은 날이 갠 뒤이며

僧來不語時(승래불어시):승이 다가옴은 아무 말 없을 때일 뿐.

有風傳雅韻(유풍전아운):건듯 부는 바람결에 올곧은 울림은 떠돌고

無雪試幽姿(무설시유자):쌓이지 않는 흰 눈에 그윽한 자태를 시험 받으며 上藥終相待(상약종상대):끝내 하염없이 좌상의 약(藥)을 기다릴지니

他年訪伏龜(타년방복귀):어느 해인가 복귀(伏龜)가 되어 찾아 나설 수 있을는지.

百世蒼松增老態(백세창송증노태) 백년 묵은 푸른 솔은 늙은 티를 더하고

四時脩竹報平安(사시수죽보평안) 사시의 길다란 대는 평안을 알리네.

- 范文瀾 (범문란)선생

 

 

장미

葉靑棘紫花紅白(엽청극자화홍백):잎은 푸르고 가시는 붉고 꽃은 희고 붉도다.

開遍薔薇滿架花(개편장미만가화):장미꽃 제철을 만나 곱게 피었다.

葉靑棘紫華紅白(엽청극자화홍백):잎은 푸르고 가시는 붉으며 꽃은 붉고 흰데

蝶舞蜂歌作伴來(접무봉가작반래):나비는 춤추고 벌은 노래하며 짝을 지어 오도다.

紫棘在身未謂芳(자극재신미위방):가시기가 몸에 있어서 꽃답다고 이르지 못하나

其花猶有美淸香(기화유융미청향):그 꽃은 오히려 아름답고 맑은 香氣향기가 있다. / 崔正秀

誰識西施容(수식서시용):누가 알리오 西施의 얼굴을최정수

百花摠弟子(백화총제자):百花가 모두 弟子로다

玉膚畏被侵(옥부외피침):玉같은 살결 침범 당할까 두려워

故故生芒刺(고고생망자):짐짓 가시를 생기게 하였구나

 

 

 

黃金朱玉滿枝紅(황금주옥만지홍):누런 금 같고 붉은 옥 같은 열매가 가지에 가득하다

그림에 쓰는 화제

柿木葉脫(시목엽탈):감나무 잎이 떨어지니

萬顆朱玉(만과주옥):일만 덩어리가 붉은 옥이라

我先摘取(아선적취):내가 먼저 따려는 것은

用於祭禮(용어제례):제례에 쓰려고 하는 것이다.

奉祭時棗栗梨?(봉제시조율이시):제사를 받들어 모실 때,棗栗梨?(조율이시)

柿核八由定監司(시핵팔유정감사):감 씨가 여덟인 이유로 감사로 정한 것이다

 

木末花開?葉稀(목말화개시엽희):감나무 끝에 감이 익어 가면 잎은 떨어져 드물어진다

 

 

비파

 

菓熟枇杷萬樹金(과숙비파만수금):비파열매가 익어가니 모든 나무가 황금이로다

 

 

동백

 

冬柏(동백)꽃 畵題

1. 猶有柏花紅一樹(유유백화홍일수):곱게핀 동백꽃이 한 나무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2. 臘氣凝朱烘日色(납기응주홍일색):섣달기운을 붉게 맺 혀서 햇빛에 쪼이고

寒心?玉保天功(한심이옥보천공),차가운 가지 끝에 살 찐 구슬을 천공에 보전한다

3. 瑛瓏硬葉含霜綠(영롱경엽함상록):영롱한 굳은 잎이 서 리를 머금고 푸르며

爛漫腴花映雪紅(난만유화영설홍):화려하게만발한꽃 은 흰 눈에 비추어 붉어 졌도다

 

詠冬栢 동백꽃 /최경창(崔慶昌)

群芳凋落雪霜前 수많은 꽃, 눈서리 앞에 시드는데

爾獨開花.暮年 너는 유독 꽃을 피워 저무는 해를 쫓느뇨?

始知造化非公道 천지조화 만물에 공평하지 않음을 이제 알았으니

還乞春光律外先 또 다시 봄볕을 빌어 의외로 먼저 피었구나.

생양관 산다 성개 음성일절(生陽館山茶盛開吟成一絶)강희맹(姜希孟)

山茶花發簇?紅 산다화 피어 아리땁고 붉은 색을 모았는데

歲久根盤作大叢 오랜 해에 뿌리가 서리어 큰 떨기가 되었구나

自是地偏車馬少 이것은 땅이 궁벽에 수레와 말이 적기에

年年開謝小園中 해마다 동산에서 피었다 질 뿐이네.

 

 

수선화

水仙花笑淸波上(수선화소청파상)=수선화는 맑은 물결위에서 웃고 있는데

金鳥何啼古石頭(금조하제고석두)=금조는 어찌하여 돌 위에서 울고 있느냐

※ 근현대 중국화가 조간루(曹簡樓)의 <수선(水仙)> (1987年作)

溪流潺潺石含?(계류잔잔석함아):개울물 잔잔히 흐르고 돌은 윤기 머금었는데

菖蒲已枯蘭未芽(창포이고난미아):창포 이미 시들었고 난초 아직 싹트지 않았네

中有不老神仙花(중유불로신선화):이 가운데 늙지 않는 신선의 꽃 있으니

花開六出玉無瑕(화개육출옥무하):활짝 핀 수선화 티 없이 아름답네

砌(체) ; 섬돌. <한시연구가>

水仙花(수선화)/黃庭堅(황정견)

凌波仙子生塵襪(능파선자생진말):먼지를 일으키는 버선처럼 물결 위를 걷는 신선

水上盈盈步微月(수상영영보미월):희미한 달빛 아래 물위를 찰랑찰랑 걷는다

是誰招此斷腸魂(시수초차단장혼):누가 이 애끊는 혼백을 불러

種作寒花寄愁絶(종작한화기수절):겨울 꽃 심어 꽃피워 애절한 슬픔 보이나

含香體素欲傾城(함향체소욕경성):향기 머금은 몸의 깨끗함은 성안의 경국지색

山礬是弟梅是兄(산반시제매시형):산반꽃은 동생, 매화꽃은 형이라네

坐待眞成被花惱(좌대진성피화뇌):앉아서 보노라니 꽃이 너무 좋아 미칠 지경

出門一笑大江橫(출문일소대강횡):문을 나와 크게 웃어보니, 큰 강물이 비껴 흐른다

 

수선화/추사김정희

一點冬心朶朶圓(일점동심타타원) : 한 점 찬 마음처럼 늘어진 둥근 꽃이여

品於幽澹冷雋邊(품어유담냉준변) : 그윽하고 맑은 품성, 냉철하고 준수한 경지로다

梅高猶未離庭?(매고유미리정체) : 매화꽃 고상해도 뜰을 떠나지 못해

淸水眞看解脫仙(청수진간해탈선) : 맑은 물에서 진실로 해탈한 신선을 본다.

 

 

조롱박

 

蘆葫(로호)

東圃早春種(동포조춘종)=동녘 밭에 일찍 씨를 심으니

走莖實綠黃(주경실녹황)=넝쿨은 뻗고 열매는 푸르고 누르도다

家妻隨時摘(가처수시적)=아내는 때로 호박을 따서

烹煮上盤조롱박(호리병박, 호로 = 葫蘆) - 자손 번영 =

子損繁衍(자손번연) - 자자손손의 영원한 번영을 염원함이로다.

仙家之物也(선가지물야) - 신선이 사는 집에 있는 물건이로다.

東圃走莖實綠黃(동포주경실록황):동편 뜰에 뻗어나간 줄기에 달린 황록색의 조롱박들이다.

葫蘆滿架送秋聲(호로만가송추성):걸대에 달린 호리병박이 가을의 소리를 전송하도다.

明月淸風共一家(명월청풍공일가):밝은 달 맑은 바람이 둘 다 한 가정에 함께한다.

烹煮上飯床(팽자상반상)=삶고 지져서 반상에 올리더라

 

 

진달래 <杜(두)鵑(견)花(화)>

庭樹被(啼鳥(정수피제조);뜰 가 나무에 우는 새여

何山宿早來(하산숙조래);어느 산에서 일찍 자고 왔는고

應知山中事(응지산중사); 산속의 일 잘 알지니

杜鵑何日開(두견하일개);진달래꽃은 언제쯤 피려는 가

躑躅花開亂燕飛(척촉화개난연비):철쭉꽃 곱게피고 제비 펄펄 날아다닌다.

 

 

石榴(석류)

伴開口裡淸氷齒(반개구리청빙치)=입을 반만 열으니 얼음이요

更閉脣時紫錦囊(갱폐순시자금낭)=다시 입술을 닫으니 붉은 비단주머니가 되도다.

簫娘初嫁嗜且酸(소낭초가기차산)=소낭이 처음 시집을 가서 신 것을 좋아 하여

嚼破水精千萬粒(작파수정천만립)=씹어 파하니 수정이 천만 알이나되더라

富貴康寧(부귀강령):부귀롭고 건강하고 평안하고

子孫繁昌(자손번창):자손이 번창하기를 바람.

伴開口裡淸氷齒(반개구리청빙치):입을 반만 열으니 얼음이요

更閉脣時紫錦囊(갱폐순시자금낭):다시 입술을 닫으니 붉은 비단 주머니가 되도다.

簫娘初嫁嗜且酸(소낭초가기차산):소낭이 처음 시집을 가서 신 것을 좋아 하여

嚼破水精千萬粒(작파수정천만립):씹어 파하니 수정이 천만 알이나되더라

 

 

복숭아나무 (桃夭)

 

桃之夭夭(도지요요):싱싱한 복숭아나무에

灼灼其華(작작기화):화사한 꽃이 피었네.

之子于歸(지자우귀):시집가는 아가씨여!

宜其室家(의기실가):온 집안을 화락케 하라.

桃之夭夭(도지요요):싱싱한 복숭아나무에

有賁其實(유분기실):탐스런 열매가 열렸네.

之子于歸(지자우귀):시집가는 아가씨여!

桃之夭夭(도지요요):싱싱한 복숭아나무에

其葉蓁蓁(기엽진진):푸른 잎새가 무성하네.

之子于歸(지자우귀):시집가는 아가씨여!

宜其家人(의기가인):온 식구를 화목케 하라

※ 근현대 중국화가 진반정(陳半丁)의 <수도수대(壽桃壽帶)>

千年桃實大如斗(천년도실대여두):천년 묵은 복숭아 말(斗)같이 큰데

仙人摘之以釀酒(선인적지이양주):선인은 그걸 따 술을 담궜지

一食可得无量壽(일식가득무량수):한 번 마시면 무량한 수명 얻으니

朱顔常如十八九(주안상여십팔구):붉은 얼굴 언제나 십대 후반 같다네

天年桃實大於斗(천년도실대어두)=천년 복숭아 열매가 말만이나 큰 것을

仙人摘之以釀酒(선인적지이양주)=仙人(선인)이 따서 술을 빚는다

食可之得千萬壽(식가지득천만수)=한번 먹으면 千萬壽(천만수)를 누리면서

朱顔長如十八九(주안장여십팔구)=붉은 얼굴이 十八九歲(십팔구세)같도다

 

 

藤등(등나무)

 

藤作藩籬樹作門(등작번리수작문):등이 엉켜 울 이루고 나무 절로 사립 되도다.

藤蘿幽樹覆端巖(등라유수복단암):등나무와 덩굴이 바위에 무성하고

巖下淸泉九夏寒(암하청천구하한):바위아래 샘물은 여름내내 시원하다.

(九夏구...여름 九十日間구십일간)/ 胡居仁호거인

 

 

수세미

 

수세미:울타리 너머 탐스런 수세미가 풍성한 가을 소식을 알려주네

수세미:달 밝은 저녁 벗이 찾아오니 술익은 내집에는 즐거움이 더하는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