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 예 방/추사 김정희

추사 4폭 병풍과 다반향초 대련(영련)

by 연송 김환수 2020. 7. 18.

추사 선생 4폭 병풍입니다.

 

野人易與輸肝膽 (야인이여수간담) 시골 사람들 속 마음 털어놓기도 쉬우니

樽酒相逢一笑溫 (준주상봉일소온) 동이 술로 서로 만나서 한번 웃음 정답네

 

​春潮帶雨晩來急 (춘조대우만래급) 봄 조수 비를 띠고 저물녘 급히 밀려오고,

野渡無人舟自橫 (야도무인주자횡] 들 나루터엔 인적 없이 배만 홀로 떠도네.

 

斷雲歸鳥暮天長 (단운귀조모천장) 조각구름에 돌아오는 새 저녁 하늘에 길고,

深洞幽蘿暗竹房 (심동유라암죽방) 깊은 골 그윽한 덩굴에 대나무 방은 어둡네.

 

剛被太陽收拾去 (강피태양수습거) 지금 태양에게 거두어져 없어지게 되지만,

卻敎明月送將來 (각교명월송장래) 도리어 밝은 달로 하여금 보내 올 것이네.

 

중국 북송시대의 소동파의 花影(화영)이라는 한시를 추사가 쓴 글이다.

 

花影 (화영) - 蘇軾(소식 = 소동파)

 

重重疊疊上瑤坮 (중중첩첩상요대) 꽃 그림자 첩첩이 요대 위에 쌓였는데

幾度呼童掃不開 (기도호동소불개) 아이 불러 몆번이나 쓸어도 쓸리질 않네.

 

剛被太陽收拾去 (강피태양수습거) 햇빛 비치면 그림자야 지워지겠지만,

卻敎明月送將來 (각교명월송장래] 또 다시 밝은 달이 그림자를 가지고 오겠지.

 

百畝庭中半是苔 (백무정중반시태) 넓다란 정원에는 반이나 이끼가 끼어 있고(9)

桃花淨盡菜花開 (도화정진채화개) 복숭아꽃 모두 지니 채소꽃만 피었네.(10)

 

野人易與輸肝膽 (야인이여수간담) 시골 사람들 속 마음 털어놓기도 쉬우니

樽酒相逢一笑溫 (준주상봉일소온) 동이 술로 서로 만나 한번 웃음 정답네.

 

○ 소동파(소식, 蘇軾, 1037년~1101년)

 

중국 북송 시대의 시인이자 문장가, 학자, 정치가이다. 자(字)는 자첨(子瞻)이고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였다. 흔히 소동파(蘇東坡)라고 부른다. 현 쓰촨 성 미산(眉山)현에서 태어났다. 시(詩),사(詞),부(賦),산문(散文) 등 모두에 능해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손꼽혔다.

 

소동파의 시는 송(宋)나라 때부터 중국은 물론 고려나 요(遼)나라 같은 이웃 나라에까지도 널리 알려져 있었던 만큼 독자의 수요에 부응하여 그의 시집 역시 송나라 때부터 시작하여 줄곧 간행되어 왔으며, 이 가운데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도 아주 많다.

 

소동파(蘇東坡)가 우리 문단에 끼친 영향은 실로 지대했다. 그러기에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세상의 학자들이 처음에는 과거시험에 필요한 문체를 익히느라 풍월을 일삼을 겨를이 없다가 과거에 급제하고 나서 시 짓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면 소동파 시 읽기를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에 매년 과거의 방이 나붙은 뒤에 사람마다 금년에 또 서른 명의 소동파가 나왔다고 여긴다”라고 했다.

 

김종직(金宗直, 1431~1492)은 “신라 말에서 고려 초까지는 오로지 만당(晩唐) 시만 익혔고 고려 중엽에는 오로지 소동파 시만 배웠다”라고 했다.

 

김부식(金富軾, 1075~1151)과 동생 김부철(金富轍)의 이름이 소동파(본명 軾)와 소철(蘇轍) 형제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소동파에 대한 우리 문인들의 추앙심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이렇듯 우리의 선조들은 소동파 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斷雲歸鳥暮天長 (단운귀조모천장) 조각구름에 돌아오는 새 저녁 하늘에 길고,

深洞幽蘿暗竹房 (심동유라암죽방) 깊은 골 그윽한 덩굴에 대나무 방은 어둡네.

 

春潮帶雨晩來急 (춘조대우만래급) 봄 조수 비를 띠고 저물녘 급히 밀려오고,

野渡無人舟自橫 (야도무인주자횡) 들 나루터엔 인적 없이 배만 홀로 떠도네.

 

重重疊疊上瑤坮 (중중첩첩상요대) 꽃 그림자 첩첩이 거듭 쌓인 요대 위를,

幾度呼童掃不開 (기도호동소불개) 몇 번이나 아이 불러 쓸어도 트이질 않네.

 

剛被太陽收拾去 (강피태양수습거) 지금 태양에게 거두어져 없어지게 되지만,

卻敎明月送將來 (각교명월송장래] 도리어 밝은 달로 하여금 보내 올 것이네.

 

百畝庭中半是苔 (백무정중반시태) 넓다란 정원에는 반이나 이끼가 차 있고

桃花淨盡菜花開 (도화정진채화개) 복숭아꽃 깨끗이 지고 채소꽃만 피었네.

 

野人易與輸肝膽 (야인이여수간담) 시골 사람들 속 마음 털어놓기도 쉬우니

樽酒相逢一笑溫 (준주상봉일소온) 동이 술로 서로 만나서 한번 웃음 정답네

 

---------------------------------------------------------------------------------------------------

 

추사 김정희 선생의 다반향초 글씨

 

靜坐處 茶半香初 (정좌처 다반향초)

고요히 앉은 곳, 차 마시다 향 사르고

(고요히 앉은 곳, 차를 반쯤 마셔도 향기는 처음 그대로다)

妙用時 水流花開 (묘용시 수유화개)

묘한 작용이 일 때, 물 흐르고 꽃이 피네.

(신묘한 차향을 맛보고 있으니 물 흐르고 꽃이 피도다)

 

다반향초란 말이 나온 추사선생의 글씨는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추사의 글씨 중에서도 걸작에 속하는 이 작품은 소재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일반에 공개된 적이 거의 없다.

 

글씨는 붉은색 중국 고급 종이에 먹을 진하게 갈아서 썼다.

阮堂(완당)이란 서명 아래 白文(백문,음각)의 김정희 印(인) 과 주문(朱文, 양각)의 완당이란 인장을 찍었다.

 

구법이 정상적인 한시의 4, 3이 아닌 3, 4의 구문이다.

한시의 구절이 아니고, 중국의 선원이나 차관기둥에 적힌 영련(楹聯)에 가까운데 글귀는 추사선생이 지은 것이 아니고, 글씨는 추사선생의 작품이다.

------------------------------------------------------------------------------------------------------------------------------

 

※ 영련 (楹聯)

영련은 중국 오대(五代)때에 후촉(後蜀)의 맹창(盟昶)이 학사 신인손(辛寅遜)에게 명하여 도부판(挑符版)에 ‘신년납여경, 가절호장춘(新年納余慶, 嘉節號長春)’의 대구를 쓰게 하여 침실 문위에 써 붙인 것이 시초이며 대련(對聯)의 일종이다.

 

※ 대련 (對聯)

판(板)이나 종이 등에 대구(對句)의 글을 써서 대문이나 기둥의 양쪽에 부착하거나 걸어 놓은 글이다.

많은 경우 기둥에 거는데 ‘주련(柱聯)’ ‘영련(楹聯)’ ‘영첩(楹帖)’ ‘대자(對字)’라고도 부르며 보통 색을 칠하여 글씨, 글귀가 돋보이게 한다.

문짝에 걸어 놓는 것을 ‘문련(門聯)’ 또는 ‘문심(門心)’, 문기둥 좌우에 거는 것을 ‘광대(框對)’, 새해에 쓰는 것을 ‘춘련(春聯)’이라고 한다.

송대(宋代)에는 기둥 위에 붙이는 것이 널리 퍼져서 경사(慶事)나 조상(弔喪) 때 이를 붙이는 것이 널리 행해지고, 명(明), 청(淸) 이후에는 일반화되었다.

 

-------------------------------------------------------------------------------------------------------------------------------

 

茶半香初(다반향초)는 차를 마실 때 먼저 차의 향을 맡아서 음미한다. 茶半(다반)은 찻잔의 반정도를 마시는 것이고, 香初(향초)는 남은 찻잔의 차에서 맛과 향을 음미하는 것이다.

 

다반향초론(茶半香初論)

 

중국 북송시대 황정견(1045~1105)의 작품으로 알려지고, 완당(阮堂,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서예작품으로 유명해진 “靜坐處 茶半香初 妙用時 水流花開(정좌처 다반향초 묘용시 수류화개)”라는 시에 나오는 다반향초(茶半香初)는 추사(완당) 김정희의 대련 글씨로 유명해진 구절이다.

자신의 거처를 ‘다반향초실’이라 이름 지은 자하(紫霞) 신위(申緯) 시인과 더불어 다반향초라는 싯구를 조선에 소개하여 다인(茶人)들의 시심을 뒤흔든 분이 추사 김정희 선생이다.

 

다반향초는 “차를 반쯤 마셔도 향기는 처음 그대로다” “찻잔에 차를 반쯤 따르니, 향기가 막 피어난다.” 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이와 조금씩 다른 해석도 많이 있다.

 

유홍준 교수는 “고요히 앉아 있는 것은 차가 한창 익어 향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과 같고, 오묘하게 행동할 때는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것과 같네”

임광명(부산일보 기자)은 “차는 벌써 반을 마셨으되 향은 처음 그대로다”

최원준 시인은 “고요히 앉아 차를 반쯤 따르니 향기가 피기 시작하고, 신묘한 차향을 맛보고 있으니 물 흐르고 꽃이 피도다”

민병준은 “고요히 앉은 곳에 차는 반쯤 마셨는데 향기는 처음과 같고 신묘한 작용이 일어날 때는 물이 흐르고 꽃이 열리는 듯하여라”

이귀남 전 법무장관은 “반으로 줄어들었으나 처음과 같은 향기를 머금은 차”

도예가 한용민은 “차를 마신 지 이미 반나절이 지났으나 입 안 가득 그윽한 차향은 처음과 변함없다”

정민 교수는 “고요히 앉은 곳 차 마시고 향 사르고 묘한 작용이 일 때 물 흐르고 꽃이 피네”라고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