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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인연방/사찰순례

불국사 극락전 복돼지

by 연송 김환수 2015. 4. 18.

불국사 복돼지

  

 

인간과 가장 친밀한 동물을 꼽으라면 대부분 개를 말한다. 사람과 인연을 맺은 햇수가 만 팔천년이나 된다고 하니 그 세월만큼 친숙한 동물이 되었다.

 

특히 서양인들의 개에 대한 애정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각별해 문화적 조건이 다른 우리로서는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어떤 것일까. 애완용으로 고른다면 기르기 쉽고 사람을 잘 따라야한다는 조건이 있을 테지만 서양적 의미의 그것이 아닌 한국정서의 애호를 꼽으라면 단연 돼지가 아닐까한다.

 

돼지는 그것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으로 한국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동물이다.

간밤에 꾼 돼지꿈은 하루를 기분 좋게 하며 민간신앙의 고사상에 돼지가 빠지는 일은 없다.

 

복덕과 다산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집단의 생존과 결부되는 다산은 노동력과 영토에 대한 지배력을 뜻했다.

 

이렇게 우리 민족에게 각별한 의미인 돼지의 조각상이 경주 불국사 극락전 현판뒤에 있다 

 

극락전 앞에 모형 '복돼지상'이 만들어져 있고 진짜는 극락전 현판 뒤에 숨어있다.

 

진짜 황금색 복돼지(멧돼지)는 극락전 현판뒤 처마 밑에서 250년 동안 잠자고 있다 발견되었는데 불국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소원을 비는 명당으로 인기가 높다.

복돼지의 조성연대는 1592년 임진왜란 때 불국사의 모든 보물과 건물이 불탔고 현재 건물은 영조 41년인 1765년 채원(采遠)스님이 중창했으니 25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왜 극락전 현판 뒤에 황금색을 띤 목조 돼지를 숨겼을까?

 

<첫 번째 설>

불국사를 창건한 김대성이 토함산에 자주 사냥을 다녔고, 곰을 사냥한 그날밤 꿈에 그 곰이 나타나서, '나는 너를 해치지 않았는데 너는 왜 나를 죽였느냐'고 항의한 후, 김대성은 살생을 삼가고 불가에 입문했다는 설이 있다.

 

따라서 김대성이 불국사를 창건하면서 다시는 살생을 하지 않기로 맹세하기 위해 몰래 처마밑에 돼지형상을 만들어 숨겼다는 것!

 

<두 번째 설>

극락전을 중수하던 장난끼 많은 스님이, 내림마루나 추녀마루 밑에 용이나 봉황을 만들어넣는 대신에 현판 뒤 처마밑에 몰래 이 돼지상을 만들어 숨겼다는 것!

 

<세 번째 설>

경주지역 향토 사학계의 한 인사는 "대개 사찰을 지을 때 용마루에 잡귀신을 쫓기 위해 돼지상을 얹기도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돼지 형상이 고서 서유기에 나오는 저팔계를 형상화한 것으로, 사찰 내 잡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정황상 세번째 설에 무게를 두어본다. 첫번째설은 불국사의 모든 건물이 1592년에 불타고 없어졌느니 이전부터 존재했는지는 알수 없고 두번째설은 극락전을 중수하면서 스님이 장난삼아 돼지상을 만들수는 없는 것이니까?

 

 

불국사 대웅전 왼쪽 건물인 극락전 현판 뒤에 숨어있는 복돼지는 멧돼지 형상이다.

 

2007년 돼지해에 일간지 신문기자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는데 그 전까지 그것의 존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시기적으로 돼지해에 발견되고 채색 또한 황색이다 보니 '황금돼지의 출현'이라는 제목으로 9시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여러이름으로 불리다 지금은 '불국사 복돼지'로 명칭이 정해져 있다.

 

불교와 돼지의 연관성을 묻는 분도 있고 학술적 연구를 통해 그것의 상관관계를 밝히자는 분도 있다.

물론 그러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시각을 조금 넓혀 한국인의 심층에 자리 잡은 정서와 그것을 연결 짓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 땅에 살았던 백성들의 마음, 그 불교 이음의 고리를 함께 보는 것이다.

 

고단한 삶을 살던 백성들의 바램, 그 소박한 표현이 극락전 복돼지가 아니었을까한다. 드러나지 않게 현판의 윗자리에 숨기듯 올려놓은 그들의 조심성은 겸양의 모습을 닮았다.

 

봉황도 호랑이도 아닌 돼지의 모습은 그래서 더 정겹다. 그렇다면 여러 전각중 극락전에 조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판 옆 잘 띄지 않는 곳을 택 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극락은 말 그대로 '즐거움이 끝없는, 다함이 없는'상태를 말한다. 여기에 주목했으면 한다.

 

어떤 장소나 특정지역을 의미 하지 않는다. 천국이나 유토피아, 샹그릴라와 같은 장소의 개념이 아니다.

극락은 상황이다 

가야 할 어느 곳이 아니다. 도달해야할 어느 지점이 아니다 .그래서 '극락'적 상황은 이 자리에서도 가능하다.

 

어느 곳이든 즐거움이 지속된다면 바로 극락이 된다. 도달과 이동의 개념이 아닌 현실적 상황이다.

 

복돼지를 조각한 장인이 그렸던 극락은 어떤 것이었을까. 돼지로 상징되는 복과 건강, 다산, 옛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큰 행복과 즐거움이 있었을까. 그것이 극락이 아니었을까.

 

그러면서도 넘침을 경계하며 복은 아껴 쓴다는 우리민족의 지혜와 낮춤이 극락전 현액의 드러나지 않는 곳에 돼지를 넣은 것이 아닐까.

 

우리말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배우리 선생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명중 2천여개 정도가 돼지이름에서 연유한다고 한다.

 

지명은 그 곳의 특징이나 사는 사람들의 바램을 토대로 짓게된다. 돼지 이름을 지명에 사용한 사람들은 복과 다산을 얻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고장이 극락이 되기를 염원 했을것이다. 굶주림에 시달리지 않고 자식을 돌림병으로 잃지 않는 삶을 그렸을 것이다.

 

불국사는 내외에서 많은 손님들이 찾는다. 방문하는 분들에게 기념 될 작은 선물을 드리는데 모두가 좋아하는 기념품이 불국사 복돼지가 새겨진 패와 조각이다.

 

불국사 복돼지의 의미를 이해하고 공통의 정서를 공유하기에 가능한일이다. 어느 때인가 신혼부부가 복돼지를 보러 들른 적이 있다. 신혼 여행길에 소문으로 들었던 복돼지를 보고싶었다고 한다.

 

좋은 일이 있을거라 덕담을 해준적이 있는데 그들의 종교는 불교가 아니었다. 종교와 지역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복덕과 건강을 바라며 불국사를 찾는다.

 

불국사 복돼지에 대한 설명 중 부와 복의 끝은 만족하는데 있다' 라는 문구가 있다. 족함을 아는 지혜의 삶을 말한 것이다.

 

세속의 돼지가 복만을 의미한다면 불국사의 복돼지는 복과 덕을 구함에 과욕을 경계하는 가르침을 포함하고 있다. 숫타니파타에 복은 검소함에서 생긴다고 했다.

 

복은 절제와 나눔을 통해 오는 것이며 그것의 실천이 이 곳을 '지극한 행복이 넘치는 극락'으로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소유를 통해 행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눔으로 행복을 얻는 것 그것이 불국사 복돼지가 의미하는 참뜻이 아닐까.

 

성타(불국사 주지) 스님의 "복돼지 글" 발췌하여 편집  출처 : 20090513일 수요일 경북일보 제23불국사 복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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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가구식 석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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