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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방/노래모음

남진의 우수(雨愁) - 맺지 못할 사랑

by 연송 김환수 2012. 9. 13.

 

[문화] 작사가 정두수의 가요따라 삼천리

게재 일자 : 2012년 09월 12일(水)

 

 

형수와 시동생의 ‘맺지 못할 사랑…’ 밤비에 비유

(24) 남진의 ‘우수(雨愁)’

 

 

  ▲ 가수 남진의 ‘우수’가 수록된 앨범재킷 사진. 문화일보 자료사진

 

1967년에 상영한 영화 ‘형수’에 출연했을 때, 가수 남진은 이미 스타가 돼 있었다. ‘가슴 아프게’를 비롯, ‘별아 내 가슴에’ ‘울려고 내가 왔나’ ‘사랑하고 있어요’ 등, 그의 노래가 잇달아 히트하자 모두 영화화되고 따라서 남진은 그 영화의 주연 배우로 나왔던 것. 그래서 영화에서 그는 주제가를 불렀다.

 

영화 형수의 주제가 ‘우수(雨愁)’ 또한 그랬다. 영화 형수에서 시동생 역 남진에게는 누나같이 따뜻하고 심성이 고운 형수가 있었다. 이 형수 역은 고은아 그리고 형님 역은 남궁원이었다.

 

부모님이 안 계시는 두 형제의 우애는 깊었다. 형님과 형수의 사이도 참으로 금실이 좋은 신혼부부. 두 형제와 형수는 한 집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어느 날 형님이 참변을 당한다. 교통사고였다. 졸지에 남편을 잃은 형수는 그야말로 혼자 남게 된 젊은 과수. 시동생은 형수를 생각할 때마다 깊은 연민에 빠진다.

 

“형수가 과연 개가하지 않고 평생을 혼자서 살 것인가?” 그러기엔 형수는 너무 아름답고 젊었다. 시동생의 고민은 여기에 있었다. 아무리 형수가 시동생을 마치 친동생처럼 끔직이 사랑해 주었지만, 형님이 돌아가신 지금, 어찌 한 지붕 아래서 살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어느 날. 그날은 형님의 삼년 탈상이었다. 하루종일 비가 퍼붓고 있었다. 시동생은 집안에서 화초를 가꾸며 살아가는 형수에게 집에서만 계시지 말고 바깥 출입도 좀 하시라고 권한다. 하지만 형수는 웃기만 했다.

 

“제 성격이 그런걸요. 그러니 도련님께서는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시동생은 형수에게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용기를 내어 건의한다.

 

“형수님, 개가해 주십시오. 저는 형수님이 정숙하신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자 혼자서 평생을 이렇게 살아가실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개가해 주십시오. 하늘에 계신 형님께서도 아마 그걸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부담되세요? 저는 형님이 돌아가셨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아직 한 번도 없어요. 항상 형님은 제 마음속에 살아 계시니까요.”

 

그랬다. 형님에 대한 형수의 사랑은 고귀하고 아름다웠다. 시동생은 고개가 숙여졌다. 이 얼마나 눈부신 마음의 사랑인가. 집에서 뛰쳐 나오다시피한 그는 밤비가 쏟아지는 거리를 방황한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퍼붓는 빗줄기. 그의 얼굴에는 빗물과 함께 눈물이 흘러내린다. 집에서 나올 사람은 바로 그 자신이었던 것.

 

‘맺지 못할 인연일랑 생각을 말자/마음의 다짐을 받고 또 받아/한백 번 달랬지만 어쩔 수 없네/잊으려 해도 잊지 못할 그대 모습 그려볼 때/밤비는 끝없이 소리 없이/내 마음 들창가에 흘러내린다. 맺지 못할 사랑일랑 생각을 말자/ 아쉬운 미련만 남고 또 남아/잊으려 했었지만 잊을 길 없네/빗줄기 속에 추억 실어 그대 이름 불러볼 때/밤비는 끝없이 하염없이/마음의 슬픔처럼 흘러내린다.’(영화 형수의 주제가‘우수’)

 

‘형수’를 보고 나온 그날. 나는 또 한 편의 노래시를 쓴다. ‘빗속에서 누가 우나’가 그것이다.

 

‘흐느끼듯 쏟아지는 빗속에서 누가 우나/그 누가 저렇게도 사무치게 울려놓고/철새처럼 가버린 다시 못올 그 사람/메아리만 남기고 멀리 멀리 떠났기에/밤이 새도록 슬피 울고 있나/가슴이 메이도록. 상처뿐인 그 가슴을 달랠 길이 없건만은/그 얼굴 잊으려고 하염없이 울고 있나/꽃잎처럼 떨어진 마음 바친 그 사람/그리움만 남기고 멀리 멀리 떠났기에/찬비에 젖어 슬피 울고 있나, 가슴이 메이도록.’

 

1960년대 후반에 이르면 이때는 남진의 전성기. 부르는 노래마다 히트했다. 준수한 용모, 뛰어난 가창력 그리고 활달한 성격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했다. 극장 쇼는 물론 영화에 이르기까지 그의 폭발적인 위력과 인기는 한시대를 풍미한 것이다.

 

‘사랑의 이름으로 그리운 눈동자로/별아 내 가슴에 안기어다오/당신을 못 잊어서 자나깨나 애타는/내 마음에 아로새긴 사랑하는 그 얼굴/아 - 별아 내 가슴에 영원히 비춰다오. 저 멀리 떠나가는 정다운 눈동자로/별아 내 가슴에 속삭여다오/낮이나 밤이나 못 잊어서 그리운/내 마음에 젖어드는 사랑하는 그 모습/아 - 별아 내 가슴에 영원히 살아다오.’

 

1967년에 발표한 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남진이 부른 영화 ‘별아 내 가슴에’의 주제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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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 대표곡

 

가슴 아프게

1967년

울려고 내가 왔나

1968년

지금 그 사람은

1968년

사랑하고 있어요

1969년

아랫마을 이쁜이

1972년

그대여 변치 마오

1973년

젊은 초원

1973년

마음이 고와야지

1974년

나에게 애인이 있다면

1974년

님과 함께

1975년

어머님

1976년

우수

1976년

미워도 다시 한번

1977년

빈잔

1982년

내 영혼의 히로인

1993년

둥지

2000년

모르리

2002년

저리가

2005년

나야 나

2008년

 

우수 / 남진

 

즐겁게 감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