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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방/오늘의 소사

오바마, 다섯살 아이에게 90도 인사한 이유는

by 연송 김환수 2012. 5. 25.

오바마, 다섯살 아이에게 `직각인사`한 이유는

백악관 서관에 3년간 이례적 전시된 사진

 

꼬마 아이 호기심 충족위해 기꺼이 허리 숙여

흑인 상징성 강조..대선 앞둔 이미지 메이킹 비난도

 

입력시간 :2012.05.24 14:01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이 문자 그대로 허리를 `직각으로` 굽혔다. 그것도 이제 고작 다섯살밖에 되지 않은 흑인 꼬마 아이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백악관 서관(West wing)에 걸려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사진 한 장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지난 수십년간 백악관 서관에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 모습 등이 담긴 사진이 전시된다. 사진은 항상 가장 최근 것들로 신속히 교체되는 것이 관행. 하지만 그 자리에서 무려 3년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진이 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섯살 꼬마아이 앞에서 무릎을 굽히고, 꼬마아이가 대통령의 머리를 만지고 있는 사진은 백악관 서관에 3년동안 이례적으로 전시돼있다.

 

한 흑인 남자 아이 앞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90도로 깍듯하게 인사를 하듯 허리를 숙이고 있는 사진이 그것이다. 정장차림을 한 아이는 허리를 숙인 오바마 대통령의 머리를 귀엽다는 듯(?) 쓰다듬고 있다.

 

사진 구도는 엉망이다. 왼쪽에 서있는 아이 아버지의 머리는 잘려버렸고 아이의 형은 초점이 맞지 않아 흐릿하게 처리됐다. 하지만 이 사진은 3년째 백악관을 방문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끌고 있다.

 

꼬마 아이는 컬럼비아에 사는 제이콥 필라델피아. 사진은 그의 아버지이자 전 해군이었던 칼튼이 2년 간의 백악관 근무를 마치고 떠날 때 찍힌 것이다. 당시 아이의 나이는 다섯살이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당시의 대화를 더듬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제이콥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내 머리카락이 아저씨 머리카락과 (촉감이) 비슷한지 알고 싶어요"라고 말을 던졌다. 처음에는 너무 작은 목소리라 대통령이 알아듣지 못해 다시 한 번 말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만져서 확인해보는게 어떨까?"라는 답과 함께 망설이는 제이콥의 눈높이까지 머리를 숙이며 "만져보렴 꼬마야"라고 권유했다. 제이콥이 머리카락을 만지는 순간 사진이 찍혔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물음에 제이콥은 "내것과 똑같아요"라고 답했다.

 

평소 인간적인 면모가 심심치 않게 부각됐던 오바마 대통령이지만 이번 사진이 새삼 화제가 된 것은 대선을 앞둔 이미지 만들기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NYT는 그동안 일부 흑인 지도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 젊은이들을 위한 정책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난해왔고, 따라서 흑인 꼬마 아이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진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이 흑인들의 상징과 같은 존재이며 지지자라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는 별개로 사진 자체가 주는 독특한 느낌은 여전히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고 있다.

 

사진을 찍은 피트 소우사 백악관 전담 사진사는 "사진가들은 사진을 찍을 때 평범치 않은 순간에 대해서는 눈치를 채기 마련이지만 이 사진을 찍을 땐 그런 생각을 못했다"면서 "아마 미국 대통령이 어린 아이 앞에서 기꺼이 무릎을 굽히고 머리를 숙인 모습이 사람들의 인상에 깊게 남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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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머리 만지는 흑인 꼬마 사진, 3년째 백악관에 걸려있는 이유는?

 

A19면1단| 기사입력 2012-05-25 03:30 | 최종수정 2012-05-25 07:55

NYT “오바마 지지 기반은 흑인이라는 증거” 

[동아일보]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웨스트윙 벽면에는 매주 수십 장의 대통령 사진이 새로 걸렸다가 떼어진다. 1970년대 제럴드 포드 대통령 재임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관례다. 하지만 3년째 제자리인 사진이 한 장 있다.

 

 

대통령 집무실 책상 앞에서 한 흑인 소년이 허리를 굽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사진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이 한 장의 사진이 “오바마의 강력한 지지 기반에 흑인이 있으며, 그가 여전히 (흑인 사회의) 강력한 상징으로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대선 후보, 그리고 대통령 재임 중에도 오바마는 인종 관련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다.

 

사진의 주인공은 메릴랜드 주에 사는 제이컵 필라델피아 군. 2009년 당시 다섯 살배기 소년 제이컵은 국가안보회의(NSC) 2년 근무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나는 아버지 칼턴 필라델피아 씨를 따라 백악관에 왔다. 백악관에 근무하다 떠나는 직원 가족이 요청할 경우 대통령이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경우가 많다.

 

필라델피아 씨는 대통령과의 사진촬영이 끝난 뒤 집무실을 나서려다 “아이들이 대통령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합니다”라며 돌아섰다. 이어 아들 제이컵이 대통령에게 다가가 “당신의 머리카락이 내 것하고 같은 것인지 궁금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흔쾌히 “직접 만져볼래?”라며 허리를 숙여줬다. 제이컵은 주저하다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만져보니 어때?”라고 묻자 제이컵은 “제 거랑 똑같아요”라고 대답했다.

 

사진을 찍은 백악관 사진기사 피트 소자 씨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진이 이렇게 오래 대통령 집무실에 걸릴 줄은 몰랐다”며 “백악관 참모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은 미국 대통령이 기꺼이 머리를 숙여서 소년이 만져볼 수 있도록 해줬다는 데서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오랜 고문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씨도 “사진 속 제이컵이 대통령에게 ‘나하고 똑같은 머리카락이네’라고 말하며 ‘나도 언젠가 이곳(백악관)에 있게 될지 몰라’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추론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 여덟 살인 제이컵의 꿈은 대통령이라고 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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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카락과 똑같네요” ‘내 머리카락과 같은지 만져보고 싶다’는 제이컵 필라델피아 군의 요청에 기꺼이 허리를 숙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내 머리처럼 곱슬이네" - 다섯 살 난 제이콥 필라델피아(가운데)가 머리를 만져볼 수 있도록 허리를 90도로 숙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사진. 오바마 대통령의 머리가 자신처럼 곱슬머리인지 만져보고 싶다고 제이콥이 말하자 오바마는 허리를 숙여 제이콥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대통령 담당 사진사가 지난 2009년 백악관 집무실에서 찍은 이 사진은 웨스트윙 벽면에 4년째 교체되지 않고 걸려 있다. /미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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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을 떠나는 비서관 앤드루 클라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오바마. 클라인의 딸이 대통령이 쓰는 집무 책상(Resolute Desk)에 퍼질러 앉아서 오바마를 올려다 보고 있다.

 

 

어디나 부창부수. '세계 놀이의 날'에 어린이들을 백악관에 데려와서 행사를 가진 뒤 함께 줄넘기를 하는 영부인 미셸.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오바마는 옆에서 웃으며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