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윤삼월
김순진
모든 게 부족했고 빠듯하게 살았다
2월네 낭구 몇 단 꾸어다 군불 넣고
4월네 푸성귀 두어 바굼치 슬쩍해왔다
등허리 따뜻해질 만하면 스산해지고
배부를 때쯤이면 쌀독이 비어갔다
부족한 듯 사는 것이 미덕이라 말하지만
채우고 싶어도 채우려 애를 써도
곳간에는 바람이 시나브로 드난했고
우리는 시래기죽과 털래기로 연명했다
장려소 얻어다가 겨우겨우 길렀더니
아궁이 불 때다가 왜간장 사러간 사이
벌겋게 불이 붙어서 외양도 집도 태웠다
이 악물고 살아보니 집도 짓고 애들 크고
살만하다 했더니 마누라는 세상 뜨고
당신의 가슴속에는 봄바람이 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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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주인공이신 김기면 할아버지의 사조곡(思祖曲)에
대한 시(詩) 입니다.
이 시는 300년전 직계 선조이신 촌로공 할아버지를 그리워
하며 지은 詩입니다.
할아버지 당신은 아시옵니까
- 촌로공 할아버지께 드리는 詩 / 김기면
모진 風波(풍파) 겪으시며 깊은 슬픔 달래시며
하얀 白紙(백지) 위에 한 자 한 자 써내려온
그 시절의 글귀들이 만년에 이르러서 이렇게
큰 冊(책)이 될 줄이야
할아버지 당신은 아시옵니까
비둘기처럼 마주보며 내뿜는 담배연기에
시름을 떨쳐 보내온 외로운 두 村老(촌로)
산 좋고 물 좋은 백운산 줄기 아래
낮은 지붕 베게 삼고
들짐승 산새들 지저귐에 기운 내여
배추 무 고추 심어 자손들에게 나눠주신 재미
할아버지 당신은 아시옵니까
自然(자연)과 文房四友(문방사우) 벗 삼고
전국 고을 다니시며
그 솜씨 자랑하고 壯元(장원)하는 그 기쁨
이집 저집 써주신 글 벽에 걸고
屛風(병풍)하고 訪問(방문)하며 보신 재미
할아버지 당신은 아시옵니까
자손들에 누가 될까
모든 喜怒哀樂(희로애락) 沈黙(침묵)과 微笑(미소)로
燈臺(등대)처럼 仁慈(인자)하신 당신 모습
할아버지! 진정 당신을 존경합니다
참으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만이 간직한 고귀한 그 성품
대대로 후손들에게 길이길이 물려주시길 비옵니다
- 安山金氏 村老公 子孫花樹會 會長 金基冕
안산김씨 직장공후(휘 맹일) 촌로공 김성대 선생 (1622-1695, 증 호조참판)
한번도 뵙지 못한 할아버님 항렬의 어르신께서 먼 직계
조상님을 너무도 애틋하게 그리워 하는 순수한 마음을
표현하셨기에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촌로공 김성대(증 가선대부 호조참판) 배향 동음사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 연곡리
김성대묘비
연대 유형/재질 크기 소재지 서체 찬자/서자 /각자 |
1727년(영조3년) 비문 / 돌 높이 206cm, 너비 74cm, 두께 46cm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 도평리 해서(楷書) 좌의정, 영의정 김창집(金昌集) / 김창집 / 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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