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과 매장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의 화장률은 60-70%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장례식장의 게시판을 보면 장지가 화장터인 곳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한다. 매장이 좋으냐, 화장이 좋으냐를 떠나서 우리의 장례 현실이다.
화장이 매장에 비해 경제적이고, 신속하며, 후손에게 벌초의 부담을 주지않는 점이 커다란 장점으로 인식되고 있는 결과로 보인다.
그렇다고 매장풍습이 사라질 것이냐는 물음에는 부정적이다. 국립현충원에 묻히는 대통령이나 장관들은 아직도 매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커다란 예이다.
풍수에서는 매장을 선호하지만, 매장에 따른 단점 때문에 정부는 제한을 두고 있다.
매장은 전통적인 장례풍습이며 조상숭배사상이 깃들여 있다.
과연 화장이 매장보다 우월한가. 화장은 이 시대의 화두이다.
풍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동기감응이다.
그것은 DNA를 통해서 일어난다. DNA는 생명을 연결하도록 해주는 열쇠이다.
DNA는 원자나 분자와는 다른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몸은 80-90년에 걸쳐서 만들어지고, 매장할 경우 100-300년에 걸쳐서 해체된다.
해체라는 것은 DNA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DNA가 포함된 뼈의 모든 세포가 산화 되면서 후손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 풍수의 기본 사상이다. 그런데 화장을 해도 DNA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완전한 화장이 아니다.
불교의 다비식과 같이 화장을 하여 뼈까지 재로 변한다면 DNA까지 소실되겠지만, 현재의 화장터에서는 살만 태우고 뼈는 골라내어서 유족의 요청에 따라 분말로 만들던가 아니면 뼈 채로 건네준다.
이는 DNA가 뼈에 남아있는 상태이다. 이럴 경우 풍수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완전히 산화 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당연히 나무상자에 담아서 양지 바른 땅에 묻어주는 것을 말한다.
조상의 뼈를 분말로 만들어서 그냥 흩뿌리는 것은 비록 살은 태워져 없어졌다고 해도 시신을 부수어서 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화장이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면 뼈라도 있는 그대로 수습하여 매장하도록 하자. 화장후에 매장을 한다면,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관찰 되었던 남도의 초분과 일맥상통한다. 초분도 살을 없애고 뼈만 매장하는 풍습이다.
화장 후의 매장은 어렵지 않다. 화장 후에 남아 있는 뼈의 수량은 많지 않고 부피도 작다. 장소만 정해져 있다면, 요란한 포크레인도 필요 없다. 유족들이 삽 한자루와 곡괭이 한자루만 있으면, 가족단위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화장 후의 매장을 통해서 <나>에게 생명을 주고 이 땅에서 수 십년을 같이 살아 온 조상과 부모님께 진실로 정성과 애틋함을 담아서 내 손으로 마지막 안장례(安葬禮)를 올리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 김규순 > 케어타임스 2008년10월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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