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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예 방/하고 싶은 이야기

초보 한시(漢詩) 해석 입문 가능할까요?

by 연송 김환수 2011. 12. 6.

초보는 한시(漢詩) 해석(解釋) 입문이 가능할까요?

 

한시(漢詩)의 해석은 쉽고도 어렵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한시에 까막눈이라 공부 한번 해보려고 이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도전 한번 해 보는 거야 뭐 잘못된거 아니지요.

 

한시는 지은이의 내면과 당시에 처한 상황 시대적 흐름 등 본질을 제대로 찾아 바르게 해석해야 하므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단종의  청령포 유배(1457년)시에 왕방연이 자신의 심경을 읊은 시조

한 수입니다.

 

서슬 퍼런 그 시대에 어찌 감히 자신의 마음을 알릴 수 있었겠는가?

 

 청령포 주차장 앞 왕방연 시비

 강원도 영월군 남면 청령포

 

유배길 호송 후에 청령포에서 비통한 심정을 한 두마디 했을 것인데 이고장 사람들에게 전해져 오면서 다듬어 진 시조라고 추측을 해 봅니다.  

 

현재 전해지는 이 시조는  160년 동안 구전되어 오던 것을 1617년 병조참의 김지남이 영월 순시때 한시로 쓴 것이 후세에 전해진다고 합니다.

 

 

 

이 시조가 그의 생전에 알려졌다면 이 시조의 해석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당시에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단종임금님과의 이별을 슬퍼한 시조라고 했을까요. 아니면 왕씨성을 갖고 있으니 멸망한 고려왕조를 그리워한 시조라고 했을까요?

 

단순한 제 생각에는 둘 다 아닐 것입니다. 그 시대에 역적으로 몰려 처벌 받게될 시조를 남기는 우(愚)를 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고운님(단종) 여의옵고 美人難別秋" 란 싯귀는 아름다운 단풍과의 이별 즉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예전 분들은 대쪽같은 성품이 있으니 단종을 그리워한 시라고 소신있게 답하시고 처벌을 감수 하셨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초보의 글이니 각자의 판단에 맡기고 태클은 사양하면서 왕방연님의 시조를 보시겠습니다.

 

천만 리 머나먼 길에 - 왕 방 연 -

 

千里遠遠道 美人難別秋

천리원원도 미인난별추

 

此心無所着 下馬臨川流

차심무소착 하마임천류

 

流川赤如我 鳴咽去不休

류천적여아 명인거부휴

 

천만 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 풀이 -

천만리나 되는 멀고 먼 길에서 고운님(단종)과 이별하니

내 슬픈 마음을 어디 기댈 곳 없어 시냇가에 앉아 있다.

저 냇물도 내마음 같은지 울며 밤길을 여기에 흘러가는구나.

 

조선 제6대왕 단종의 능 : 장릉(莊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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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방연은 영월로 단종을 호송한 금부도사라고 하기도 하고, 사약을 가지고 간 금부도사라고도 합니다.

 

단종이 세조(수양대군)에 의해 강원도 영월 청령포로 유배를 가는데 호송을 책임졌던 금부도사 왕방연(王邦衍)은 목적지까지 호송한 후 서울로 돌아와 관직을 그만두고 봉화산 아래 중랑천가에 자리를 잡아 필묵과 벗하며 배나무를 키우기 시작했답니다.

 

유배지를 떠나는 단종이 갈증으로 인해 물을 마시고 싶어 왕방연에게 청했으나 물 한 그릇도 국법에 어긋난다 하여 올리지 못했던 그는 단종이 승하한 날이 되면 자신이 가꾼 배나무에서 수확한 배를 바구니에 가득 담아 영월을 향해 절을 했다고 합니다.

* 이것이 태릉에 있는 유명한 먹골배의 유래입니다. 먹골배는 왕방연의 눈물과 정성이 그가 가꾼 배에

  스며들어 단듯하면서 혀 끝에 여운이 남고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고 합니다.

 

 먹골배 선전은 아니구요.  오늘 처음 먹골배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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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많은 양식 가운데 하나로 언어 율동(어희)의 압축이란 의미에서, 내면의 본질을 제대로 찾아 바르게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감정 표현이란 점을 염두해 두고 쉽게 접근하는 것도 한시를 접하는(배우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의 교과서 오역(誤譯)에서 보듯이 학자들도 여러 가지 시대 상황이나 지은이의 내면 세계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완벽한 해석이 어려울 정도로 한시의 해석은 어려운가 봅니다.

 

그렇다면 한시의 전문적인 풀이는 학자의 몫으로 남기고 우리는

그냥 쉽게 접근해서 직역이라도 해 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뭐 책임질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정도 뜻만 해석해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러다가 다행히 좋은 분 만나면 올바른 해석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먼저 한시의 제목을 이해하고 소재 파악이 되면 전개되는 시의 내용을 대충이라도 유추해 볼 수 있겠습니다.

 

“詩시”는 ‘五言오언’ 및 ‘七言칠언’으로 구성(古詩가 아닌 近體詩)되는데, 모두 ‘絶절’과 ‘律율’ 의 형태로 되어 있어 일반인들은 직역이나 약간의 의역정도만 할 줄 알아도 불편함은 없을 겁니다.

* 近體詩(근체시) : 당대(唐代)에 완성된 시형식인 5언절구, 7언절구, 5언율시,

   7언율시, 5언배율, 7언배율 등의 통칭.

 

저는 잘 몰라도 불편함을 못느끼니까 이것이 문제인가 봅니다.

 

“詩”를 해석하려면, ‘五言’은 ‘前2, 後3’으로 끊어서 해석하고,

‘七言’은 ‘前4, 後3’으로 해석을 하면 큰 무리가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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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 해석 방법 (요령)

 

1. 시(詩) 원문을 복사가능하면 PC 한글에 두 줄로 붙입니다.

    고서나 복사가 안되는 종이에 쓰인 한시는 모르는 한자가 있다면

    네이버의 필기인식기에 한자 모양을 그리면 일반인 한자는

    모두 찾아서 한글에 기록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 필기인식기 :  http://hanja.naver.com/

 

   너무 힘들고 잘 모르겠으면 네이버 지식in에 물어보면 많은 분들이

   친절하게 답변을 하여 줍니다. 좋은 분들이 너무나 많이 있지요.

 

2. 1번이 준비 되었으면 두줄의 원문중 아래의 원문을 한글로 변환

    하여 다시  한자로 변환하면서 잘 모르는 자를 검색해 나갑니다.

 

3. 대략의 字意를 파악한 후에, “五言”은 ‘前2, 後3’으로 끊어서 해석

    하고, “七言”은 ‘前4, 後3’으로 해석을 하면 됩니다.

 

어차피 학술적 목적이 아니면 직역을 고집할 이유도 없는 것 같고

정확한 해석을 못하더라도 큰 뜻을 알고 한시의 멋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면 되겠지요?

 

우리가 뭐 국문학자나 한문학자도 아니지 않습니까? ㅎ

 

물론 전체적인 맥락에서 어긋나지 않는다는 전제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정도에서 마쳐야 할 듯합니다. 머리가 아파옵니다.ㅋㅋ 

 

한시를 오역(誤譯)한 고등학교 한문교과서 대표사례를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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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解釋에 關한 考察 : 고등학교 한문교과서를 중심으로

A study on translation of Chinese poetry - Focused on Chinese Writing textbooks in highschool

 

저 자 명 : 최윤용

문서유형 : 학술논문

학 술 지 : 한문고전연구 제18집 (2009년 6월)

pp.359-380 ISSN 1975-521X KCI 등재 후보

발 행 처 : 한국한문고전학회

발행년도 : 2009

 

고등학교 『한문』 교과서에서 한시영역은 전체 영역의 10% 정도이며, 2종 이상의 교과서에 수록된 한시는 12편이다.

 

12편중에 번역에 타 교과서와 차이가 있거나, 해석에 오류가 있는 시는 鄭夢周의 「春」, 鄭知常의 「送人」, 申師任堂의 「踰大關嶺望親庭」, 李珥의 「花石亭」, 王維의 「送元二使安西」 등이다.

 

「春」은 結句의 시어 순서가 『圃隱集』에는 `多少草芽生`으로 수록되어 원전과 다르다. 「送人」의 해석은 起句의 `君`을 `임(님)`과 `벗`으로, 承句의 `動悲歌`의 풀이가 `슬픔에 북받쳐[動悲] 노래 부른다.[歌]`와 `슬픈 노래[悲歌]가 들려온다.[動]` 등으로 나뉜다.

 

「踰大關嶺望親庭」은 結句 `暮山`을 `저무는 산`으로 해석한 교과서가 있다. `저물다`는 `해가 져서 어두워지다.`, `어떠한 일이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늦어지다.`, `계절이나 한 해가 다 지나가게 되다.`의 뜻일 때 쓰는 단어다. 따라서 `저무는 산`은 `저녁 산`으로 고쳐야 하며, 「花石亭」도 結句 `暮雲`을 `저무는 구름`으로 해석한 교과서는 `저녁 구름`으로 고쳐야 한다.

 

「送元二使安西」의 結句 `西出陽關無故人`에서 `陽關`은 국경 관문이며, 친구가 가는 곳이 安西이므로 `인제 양관에 가면`으로 誤譯한 교과서는 바로 고쳐야 한다.

 

이 밖에 한 교과서에 수록되었지만 誤譯이나 非文이거나 해석의 표현이 어색한 시는 張繼의 「風橋夜泊」, 宋時烈의 「金剛山」, 賈島의 「尋隱者不遇」, 韓龍雲의 「雪夜」, 鄭夢周의 「丹心歌」 등이다. 「風橋夜泊」의 起句 `달 기울고 까마귀 울어, 서리 기운 하늘에 가득한데`는 달이 기울고 까마귀가 울기 때문에 서리 기운이 하늘에 가득한 것처럼 이해될 수 있어 `달 지고 까마귀 울고, 서리 기운 하늘에 가득한데`로 고쳐야 한다.

 

「金剛山」의 轉句 `구름이 걷히고 산이 우뚝 서니`는 구름이 걷힌 후에 산이 우뚝 솟은 것처럼 이해될 수 있어 `구름이 걷히자 산만 홀로 남았으니[서 있으니]`로 고쳐야 한다. 「尋隱者不遇」는 結句 `雲深不知處`를 `구름이 깊어 있는 곳을 모른다고 하네.`로 해석하여 승구나 전구의 경어의 사용과 일치하지 않으므로 `있는 곳을`을 `계신 곳을` 로 고쳐야 한다.

 

「雪夜」는 起句 `四山圍獄`을 `사방의 산이 감옥을 둘러싸고`로 해석하였는데, 감옥이 사방의 산으로 막힌 곳에 있기 때문에 `사방의 산으로 둘러싸인 감옥에는`으로 고쳐야 한다.

 

「丹心歌」는 6구 `寧有改理也歟`를 `어찌 고쳐질 이치가 있겠는가?`로 해석했다. `고치다`는 `고장이 나거나 못 쓰게 된 물건을 손질하다.`, `병 따위를 낫게 하다.`, `잘못되거나 틀린 것을 바로잡다.`, `모양이나 자세 따위를 바꾸다.` 등의 의미일 때 쓰이는 단어이며, 이 시에서의 `改`는 變心의 의미이므로 `고쳐질`은 `바뀔`로 바꾸어야 한다.

 

한시의 誤譯을 지적한 것은 교과서 저자들에게 累를 끼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개정 7차 교육과정에 의해 편찬될 교과서에 誤譯이나 非文이 없는 완벽한 한문교과서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