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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수집방/기념주화, 메달

은의 경고 … 값은 올랐지만 재고는 넘쳐난다

by 연송 김환수 2011. 4. 12.

잊었는가, 헌트 형제의 몰락을…
치솟는 은값, 그 끝은 어디인가

 

'은(銀)의 목요일(Silver Thursday)'.

역사상 최고치에서 은값이 추락하기

시작한 1980년 3월 27일을 말한다.

 

은 가격은 그날 이후 나흘 새 온스(31.1g)당 40달러 선에서 15달러까지 곤두박질했다. 동시에 두 사람의 야망도 무너졌다. 넬슨 헌트(85)와 윌리엄 헌트(82)다.

 

30여 년 전 세계 은의 절반을 사들였다가 결국 파산한

미국 석유재벌 윌리엄 헌트(왼쪽)·넬슨 헌트 형제.

 

 헌트 형제는 '금융판 이카루스'였다. 두 사람은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가 밀랍 날개를 달고 태양을 향해 돌진한 것처럼 무모한 야망을 품었다. 세계 은 시장의 장악이었다.

 

실탄은 미국 텍사스 석유재벌인 아버지가 물려준 자금이었다. 몇몇 아랍 부호들의 자금도 더해졌다.

 헌트 형제는 금값이 급등하기 시작한 79년 은을 매집(cornering)하기 시작했다. 은이 금보다 싸 적은 돈으로 시세를 조종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들은 사들인 은을 담보로 맡기고 증권사 등에서 돈(마진론)을 빌려 다시 은을 사들였다.

 

값이 오를수록 은의 담보가치가 커져 더 많은 돈을 빌려 더 많이 사들일 수 있었다. 대신 은값이 떨어지면 곧바로 '분노의 역류(파산)'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헌트 형제가 사들인 은은 무려 5600여t에 달했다. 80년 한 해 세계 공급량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들의 매집에 은값은 온스당 48.7달러까지 치솟았다. 50달러를 조만간 넘을 듯했다.

 

하지만 '검은 백조(돌발사건)'가 출현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가 은의 담보 비율을 낮춰 버렸다. 헌트 형제의 자금 동원에 족쇄가 채워진 셈이었다.

 

 

 


 은값은 곧두박질했다. 헌트 형제는 10억 달러 이상을 잃었다. 시세조종 혐의가 인정돼 1억 달러가 넘는 벌금도 물어야 했다. 형 넬슨은 "은이란 '악마의 쇠붙이(Devil's Metal)'에 내 눈이 멀었다"고 자탄했다.

 11일(한국시간) 은값은 다시 하늘을 찌를 기세다. 온스당 41.9달러다. 은값은 최근 1주일 사이에 7.6%나 뛰었다. 이런 속도면 헌트 형제의 매집 시절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48.7달러를 곧 넘어설 듯하다.

 

은값은 올 들어서만 34.1%나 솟구쳤다. 이집트·리비아 민주화 시위 등으로 초강세를 보이는 국제 원유 가격 상승률보다 높다. 두바이 원유값은 올 초 이후 27.95% 올랐다. 금값 상승률은 3.81%밖에 되지 않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은 상장지수펀드(silver ETF)를 '21세기 헌트 형제'로 꼽았다. 주요 시장의 은 가격에 따라 상장된 펀드 값이 변하도록 설계된 투자장치다.

 

투자자가 뉴욕·런던 등의 증권거래소에서 이 펀드를 사면 은에 투자하는 셈이 된다. 보관과 운송에 적잖은 비용이 드는 은 덩이를 직접 사고 팔 필요가 없다.

 미 월가의 대표적인 은 ETF는 아이셰어스실버트러스트다. 이 펀드가 이달 8일 현재 보유한 은은 1만1242t에 이른다. 헌트 형제가 30여 년 전에 사들여 보유한 5600여t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매집 규모만 놓고 보면 아이셰어스가 헌트보다 훨씬 강력한 시세조종 세력인 셈이다.

 은 ETF의 힘은 끊임없이 몰려드는 투자금이다. 최근 6개월 사이에 아이셰어스의 자산 규모는 30% 정도 늘었다. 달러 등 통화 가치가 불안해지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자 안전한 도피처를 찾으려는 자금이 증가해서다.

 

특히 "금값은 너무 올라 사두려면 목돈이 필요하지만 은은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어 개인 투자자들이 좋아한다"고 FT는 최근 보도했다. 개미 투자자들에겐 은이 꿩 대신 닭인 셈이다.

 그러나 미래는 꼭 장밋빛이 아니다. 최근 은 시장엔 경계경보가 울렸다. 은값이 급등하면서 생산량이 늘어나 실제 수요량보다 많은 은 재고가 쌓여 가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이달 8일 현재 재고량은 3만1000t 이상이다.

 

세계가 공업용·장식용 등으로 1년간 소모하는 양보다 많다. 헌트 형제의 몰락 직전 종교 시설과 각 가정에서 은 쟁반과 수저가 쏟아져 나와 실수요보다 많은 은이 시중에 나돌던 모습과 비슷하다.

 영국 로열뱅크오프스코틀랜드(RBS)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자금이 은 ETF에 몰려드는 추세를 보면 은값이 역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0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 듯하다"며 "하지만 그 선을 넘어서면 먼저 재미를 본 세력들이 이익을 현금화하기 위해 은을 팔기 시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넬슨 헌트처럼 '악마의 쇠붙이'에 현혹됐다고 자탄하는 투자자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남규 기자 < dismal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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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na Be Rich] 금융자산 30억은 돼야 `대접받아`
직원 절반이 베테랑 지점장 출신
12억 들고와 은괴 트럭째 구입 中부자들 "銀 팅하오"
기사입력 2011.04.08 08:45:58 | 최종수정 2011.04.11 14:08:26

 

 

최근 문을 연 미래에셋증권 프리미엄 PB센터인 "WM Center1" 스카이라운지에서

 PB들이 최근 고액자산가 흐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지난달 중국 난징시내에 있는 대형 귀금속 상가에서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한 개인투자자가 현찰 700만위안(약 12억원)을 주고 은(銀)괴를 트럭째로 구입한 것이다.

 

이 상가가 생긴 뒤 은괴 거래액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는데, 현지 언론들은 중국 내 은 투자 열풍을 대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올해 들어 은값이 연일 고공행진하며 최고가를 갈아치우자 중국 부자들이 금(金) 이외에 은에 대한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8년 말부터 랠리가 시작해 이미 2년 넘게 테마를 형성하고 있지만, 은은 지난해 가을에서야 투자붐이 일기 시작했다.

 

작년 8월까지 온스당 20달러를 밑돌던 은값은 8개월 만에 두 배 넘게 올라 6일 현재 39달러 안팎에서 거래된다.


은값이 80년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베이징 상하이 난징 등 대도시 귀금속 상가에는 은괴를 구입하려는 투자자들로 성황이다. 거래상들도 "은값 상승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중국 부자들이 은에 투자하는 방법은 보통 4가지다. 가장 흔한 방법은 귀금속 상가에 가서 직접 은반지나 은괴 등 실물을 구입하는 것이다. 처음 살 때와 나중에 되팔 때 수수료를 합쳐 보통 매매가의 10%가 들어가지만,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가장 싸게 구입하는 방법은 기념주화다. 반지나 은괴 등에 비해 기념주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기념주화를 거래하는 상인들도 생겨났다.


은 관련 주식에 대한 간접투자 방식도 늘고 있다. 선전, 상하이 거래소에 상장된 은 ETF(상장지수펀드)를 매입하는 것이다. `은 통장`도 있다.

 

통장을 개설해 실물거래 없이 장부상 가치변동만 기록하는 것인데, 현재 공상은행에서 개인들을 상대로 은 통장을 개설해주고 있다.


일각에서 `과열`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중국에선 대내외 경제여건을 볼 때 은 투자 열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동을 비롯한 국제정세 불안과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달러가 아닌 금, 은 등 안전자산 수요가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세계 최대 은 수요국이고 최근 들어 유통 물량이 크게 늘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마음놓고 은을 사는 배경이다.

 

 

중국 상하이 귀금속 상가에 전시돼 있는 대형 은세공품 모습.

최근 중국에서 금과 함께 은에 대한 투자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미국 일부 주에서 일고 있는 금ㆍ은본위 화폐제도 복귀 움직임은 중국 내 은 투자자들을 더욱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달러보다는 금이나 은을 사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11일 미국 유타주에서 금ㆍ은화폐 유통 법안이 통과됐고, 미국 내 12개주에서 비슷한 법안이 논의 중이다.


`화폐전쟁`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쑹훙빙 중국 환구재경연구원장은 최근 강연에서 "은 투자야말로 일생 최대의 투자 기회"라고 말했다.

 

쑹훙빙에 따르면 은은 가치저장 수단이면서 금보다 유통기간도 길다는 투자매력이 있다. 특히 중국은 이미 당나라 시절부터 수백 년간 은본위 화폐제도를 운영해 은의 가치를 높게 치는 전통이 있다.


은 투자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가격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과열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은 은값이 최근 6개월간 금값 상승률을 앞지를 정도로 오른 점을 지적한다.

이에 반해 낙관론자들은 은의 투자 수요가 이제 막 시작 단계로, 금에 비교하면 과열을 얘기할 수조차 없다고 주장한다.

 

은 공급은 주로 세 가지 루트로 이뤄진다. 광산에서 캐내거나 재생한 물량, 각국 정부가 시장에 방출하는 물량이다.


세계은협회에 따르면 공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계 은광 채굴량은 2000년 5억9100만온스에서 2009년 7억900만온스로 약 20% 증가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공업용 수요가 절대적으로 많다. 2000년 8억9100만온스이던 공업용 수요는 2009년 7억2900만온스로 18% 정도 줄었다.


공급은 늘고 수요는 줄어 투자 메리트가 없어 보이지만, 수요의 다른 축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업용이 아닌 투자용 수요다.

 

투자용 수요란 은괴 등 실물과 은 ETF를 합친 것으로, 2000년 1000만온스에 불과했던 게 2009년 1억3690만온스로 14배나 급증했다. 은에 대한 투자 수요가 사실상 최근 몇 년 새 시작됐다는 의미다.


[박만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