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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예 방/청계 안정환

향원익청(香遠益淸) - 청계

by 연송 김환수 2020. 12. 24.

향원익청(香遠益淸)  - 서각(書刻)

 

香遠益淸(향원익청) - 晴溪 刻(청계 각) /  安定煥(안정환) 

香 향기 향 / 遠 멀 원 / 益 더할 익,넘칠 일 / 淸 맑을 청

 

- 주돈이(周敦頤)의 ‘애련설’(愛蓮說) 중에서 향원익청(香遠益淸)

 

꽃의 향기가 멀리까지 풍기고 더욱 맑다.

군자의 덕행이 먼 곳까지 미치는 것 같다.

 

향원익청(香遠益淸)이라는 말은 연꽃의 향기는 멀수록 맑음을 더한다는 뜻으로 주렴계의 ‘애련설(愛蓮說)’에 나오는 구절이다.

주렴계는 애련설에서, 도연명은 국화를 사랑했고 당나라 이후에 사람들은 모란을 사랑했다. 국화는 숨어서 사는 자요 모란은 부귀를 상징한다.

 

나는 유독 진흙에서 나왔으나 물들지 않고 맑은 물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고,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아(香遠益淸) 멀리 바라볼 수 있으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는 연꽃을 사랑한다고 했다.

 

청산은 나를 보고 - 청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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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원익청(香遠益淸) - 간송미술문화재단

 

  강세황(姜世晃, 1713~1791) / 지본채색 / 115.5×52.5cm

 

濂溪先生謂蓮可遠觀不宜褻玩 (렴계선생위련가원관부의설완)

염계(주돈이) 선생께서 말하시길 “연꽃은 멀리서 보아야지, 얕보며 희롱하는 것은 좋지 않다.”라고 하셨다.

 

余則曰畵蓮亦宜遠觀焉. (여칙왈화련역의원관언)

내가 곧 말한다면 연꽃의 그림 또한 멀리서 보아야 마땅하다 하겠다.

 

豹菴 (표암) / 인장 : 世晃(세황) / 강세황

 

조선 후기 남종화풍을 주도하던 영정조대 사대부 화가 표암(豹菴) 강세황의 문기 높은 취향이 잘 드러난 연꽃 그림이다.

 

커다란 화폭에 연꽃 두 포기에서 솟아 오른 꽃 두 송이와 잎 두 장이 간결하게 화면을 구성한다. 연잎의 아랫 부분을 주로 그려 잔뜩 푸른 잎의 출현을 기대하도록 만들고, 꽃 한 송이는 활짝 피게 또 한 송이는 아직 봉오리로 맺어 역시 피어나기를 기다리도록 구성하였다.

 

꽃잎의 끝자락에만 붉은 기가 감도는 일점홍(一點紅) 백련(白蓮)이다. 속이 비어 통하고 밖은 곧다고 한 연꽃의 찬미와는 달리 운치 있게 구부러져 작가의 심중 구도를 이루는데 알맞도록 갖추어졌다.

 

까칠한 돌기를 일일이 그려낼 만큼 묘사는 구체적이다. 역시 운치 있게 배경에 배치한 가느다란 수초와 포기 밑부분에 띄운 어린 연잎 너댓개가 분위기를 돋우는 사이 아침 개화(開化)에 맞춰 나온 개구리 한 마리가 연잎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커다란 연당(蓮塘)의 한쪽 풍경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공들여 가꾼 서재 창밖의 일품 연꽃이라야 가능한 짜임새다. 구성과 묘사에서 표암의 높은 안목과 필치를 볼 수 있다.

 

연꽃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화제(畵題)다. 예부터 군자의 상징으로 여겨 왔기 때문이다. 표암 역시 익히 알려진 글에서 시작했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갔다.

 

濂溪先生謂, 蓮可遠觀, 不宜褻玩. 余則曰, 畵蓮亦宜遠觀焉. 豹菴

(렴계선생위, 련가원관, 불의설완. 여칙왈, 화련역의원관언. 표암)라고 글을 붙였다.

 

“염계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연꽃은 멀리서 보는 것이 좋지 함부로 가지고 놀아서는 안된다’고 하셨는데, 나는 ‘그린 연꽃 또한 멀리서 보는 것이 좋다’고 하겠다.

 

이는 성리학의 비조 염계(濂溪) 주돈이(周敦?)가 지은 애련설(愛蓮說)에서 따다 붙인 글귀이다. 주돈이는 ‘세상사람들이 모란을 다들 좋아하지만 자기 혼자만이 연꽃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연이 진흙 속에서 나오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기면서도 요사스럽지 않고, 가운데는 통하고 밖은 곧으며, 덩굴이나 가지가 벋어나가지도 않고, 향기는 멀수록 맑고 꼿꼿한 자태로 깨끗하게 서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어서, 멀리서 보는 것은 좋지만 함부로 가지고 놀아서는 안된다’

 

(世人甚愛牡丹, 予獨愛蓮之出於營泥而不染, 濯淸漣而不夭, 中通外直, 不蔓不枝, 香遠益淸, 亭亭淨植, 可遠觀而不可褻翫焉. 세인심애모단, 여독애련지출어영니이불염, 탁청련이불요, 중통외직, 불만불지, 향원익청, 정정정식, 가원관이불가설완언)고 하였다.

 

그래서 국화가 은일이요 모란이 부귀라면 연꽃은 군자라고 하였다. 이 그림은 연꽃의 군사적 취향보다는 고고하지만 유연한 아취를 가진 정취 있는 꽃으로 묘사하여 일품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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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돈이(周敦頤, 1017 ~ 1073)

 

자(字)는 무숙(茂叔)이고 호(號)는 염계(濂溪)이다. 본래 이름은 돈실(敦實)이었으나 송나라 영종(英宗, 재위 1063~1067)의 초명인 종실(宗實)과 같은 글자를 피하기 위해 돈이(敦頤)로 이름을 바꾸었다.

 

주자(周子)라고도 부르는데,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朱熹, 1130~1200)를 가리키는 주자(朱子)와 혼동되므로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다.

 

죽은 뒤에 신종(神宗, 1067~1085)에게 ‘원(元)’이라는 시호를 받아 ‘원공(元公)’으로 불리기도 한다.

 

염계(濂溪)라는 호는 1072년 강서성(江西省)의 여산(廬山) 개울가에 집을 짓고 살면서, 그 개울을 염계라 하고 스스로를 염계선생이라고 부른 데서 비롯되었다.

 

도주(道州) 영도현(營道縣, 지금의 호남성(湖南省) 영주시(永州市) 도현(道縣) 출신으로 아버지는 현(縣)의 지사(知事)를 지낸 보성(輔成)이고 어머니는 정씨(鄭氏)이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어 8살 때인 1025년 모친과 함께 호남성 형양(衡陽)에 사는 외삼촌 정향(鄭向)에게 가서 살았다.

 

1031년에는 모친과 함께 수도인 개봉(開封)으로 거처를 옮겼다가, 1037년 외삼촌이 양절전운사(兩浙轉運使)로 임명되자 다시 모친과 함께 윤주(潤州)의 단도현(丹徒縣, 지금의 강소성 전장시)으로 옮겨 살았다.

 

그 뒤 용도각(龍圖閣) 학사(學士)로 있던 정향의 추천을 받아 분녕현(分寧縣)의 주부(主簿)를 거쳐 복건성(福建省) 남안(南安)의 사리참군(司理參軍)으로 임명되었다.

 

남안에 있을 때 대리사승(大理寺丞) 정향(程珦)의 두 아들인 정호(程顥, 1032~1085)와 정이(程頤, 1033~1107) 형제에게 학문을 가르쳤으며, 그 뒤 합주판관(合州判官), 건주통판(虔州通判) 등을 거쳐 신종이 즉위한 뒤에는 광동전운판관(廣東轉運判官)으로 발탁되었다.

 

만년에는 지남강군(知南康軍)으로 임명되어 강서성의 성자현(星子縣)에 머무르다가 여산의 연화봉(蓮花峰) 아래에 집을 짓고 은거했다.

 

모친의 무덤도 여산으로 옮겨왔는데, 1073년 병으로 죽은 뒤 모친의 무덤 곁에 묻혔다.

 

주돈이는 중국 성리학의 틀을 만들고 기초를 닦은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도가(道家)와 불교의 주요 인식과 개념들을 받아들여 우주의 원리와 인성에 관한 형이상학적인 새로운 유학 이론을 개척했고, 그의 사상은 정호ㆍ정이 형제와 주희 등을 거치며 이른바 정주학파(程朱學派)라고 불리는 중국 유학의 중심적 흐름을 형성했다.

 

때문에 그는 한(漢) 나라 때의 훈고학(訓詁學)을 거치며 끊어졌던 성(性)과 도(道)에 관한 철학적 논의를 되살려 유학을 새롭게 부흥시킨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저술은 7권의 《주자전서(周子全書)》로 전해지는데, 그 가운데 《태극도설(太極圖說)》과 《통서(通書)》가 가장 대표적인 저작으로 꼽힌다.

 

《태극도설》에서는 인성과 우주의 원리를 태극도(太極圖)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무극(無極)과 태극(太極)이 하나이며, 태극이 음양(陰陽)으로 나뉘고, 여기에서 다시 화(火)ㆍ수(水)ㆍ목(木)ㆍ금(金)ㆍ토(土)의 오행(五行)이 생겨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인간의 선(善)ㆍ악(惡)과 인(仁)ㆍ의(義)ㆍ예(禮)ㆍ지(智)ㆍ신(信)의 오상(五常)을 설명하려 했다.

 

《태극도설》에는 무(無)에서 유(有)가 비롯된다는 도가와 불교 사상이 드러나기도 한다.

《태극도설》은 이기(理氣) 철학의 기본형식을 제시해 성리학의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주희가 《태극도설해(太極圖說解)》를 지어 자신의 주된 이론적 근거로 삼는 등 《태극도설》의 해석은 후대의 유학 논쟁들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역통(易通)》, 《주자통서(周子通書)》라고도 하는 《통서》는 도덕론을 중심으로《태극도설》의 중심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주돈이는 여기에서 ‘성(誠)’을 인간의 모든 덕(德)과 행위의 근본이 되어야 할 근본 규범으로 강조하였다.

 

그는 흔들리지 않는 고요한 마음의 상태(寂然不動)인 성(誠)을 순수지선(純粹至善)으로 보고, 그것을 완전하게 체득하면 5상(五常)의 덕도 완성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경지에 도달하려면 주정(主靜)과 무욕(無慾)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주희는 《통서》에 대해서도 주석을 붙여 《통서해(通書解)》를 남겼으며, 이는 성리학의 도덕론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한편, 주돈이는 〈애련설(愛蓮說)〉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는데, 연꽃에 빗대어 군자의 덕을 이야기한 이 산문은 중국의 한문학(漢文學)을 대표하는 글 가운데 하나로 후대에 널리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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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련설(愛蓮說) 주돈이(周敦頤)

 

水陸草木之花(수륙초목지화) 可愛者甚蕃(가애자심번)

물과 땅에 사는 초목의 꽃 중에 사랑스러운 것은 아주 많다.

 

晉陶淵明獨愛菊(진도연명독애국)

진나라 때 도연명은 홀로 국화를 좋아하였고,

 

自李唐來(자이당래) 世人盛愛牧丹(세인성애목단)

이씨가 세운 당조 이래로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무척이나 사랑하였는데,

 

予獨愛蓮之出淤泥而不染(여독애련지출어니이불염)

나는 오직 진흙에서 나고도 오염되지 않는 연꽃을 사랑한다.

 

濯淸漣而不妖(탁청련이불요)

맑은 잔물결로 씻어냈어도 요염하지 않고

 

中通外直(중통외직) 不蔓不枝(불만부지)

몸통은 뚫렸으나 겉모습이 곧고, 덩굴이나 가지도 뻗지 않았는데,

 

香遠益淸(향원익청) 亭亭淨植(정정정식)

향기는 멀어질수록 더욱 맑아지고, 늘씬하고 깨끗하게 서 있어서

 

可遠觀而不可褻玩焉(가원관이불가설완언)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가볍게 희롱할 수는 없다.

 

予謂(여위) 菊花之隱逸者也(국화지은일자야)

나는 말한다. 국화는 은둔하는 현자이고

 

牧丹花之富貴者也(목단화하지부귀자야)

모란꽃은 부귀한 자이며,

 

蓮花之君子者也(연화지군자자야)

연꽃은 군자이다.

 

噫菊之愛陶後鮮有聞(희국지애도후선유)

아! 국화를 사랑한 게 도연명 이후 들려옴이 드무니

 

蓮之愛同予者何人(연지애동여자하인)

나와 같이 연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牧丹之愛宜乎衆矣(목단지애의호중의)

모란은 분명 여러 사람들이 사랑하는데!

 

◇ 연화십덕 (蓮花十德)

 

1. 이제염오(離諸染汚) :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주변의 부조리와 환경에 물들지 않고, 고고하게 자라서 아름답게 꽃피운다.

 

2. 불여악구(不與惡俱) : 연꽃잎 위에는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무르지 않는다.

물이 연잎에 닿으면 그대로 굴러 떨어질 뿐이다. 물방울이 지나간 자리에 어떤 흔적도

남지 않는다.

 

3. 계향충만(戒香充滿) : 연꽃이 피면 물속의 시궁창 냄새는 사라지고 향기가 연못에 가득하다. 한 자락 촛불이 방의 어둠을 가시게 하듯 한 송이 연꽃은 진흙탕의 연못을 향기로 채운다.

 

4. 본체청정(本體淸淨) : 연꽃은 어떤 곳에 있어도 푸르고 맑은 줄기와 잎을 유지한다.

바닥에 오물이 즐비해도 그 오물에 뿌리를 내린 연꽃의 줄기와 잎은 청정함을 잃지 않는다.

 

5. 면상희이(面相喜怡) : 연꽃의 모양은 둥글고 원만하여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온화해지고 즐거워진다.

 

6. 유연불삽(柔軟不澁) : 연꽃의 줄기는 부드럽고 유연하다. 그래서 좀처럼 바람이나 충격에 부러지지 않는다.

 

7. 견자개길(見者皆吉) : 연꽃을 꿈에 보면 길하다고 한다. 하물며 연꽃을 보거나 지니고

다니면 좋은 일이 아니 생기겠는가?

 

8. 개부구족(開敷具足) : 연꽃은 피면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

 

9. 성숙청정(成熟淸淨) : 연꽃은 만개했을 때의 색깔이 곱기로 유명하다. 활짝 핀 연꽃을 보면 마음과 몸이 맑아지고 포근해짐을 느낀다.

 

10. 생이유상(生已有想) : 연꽃은 날 때부터 다르다. 넓은 잎에 긴 대, 굳이 꽃이 피어야

연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싹부터 다른 꽃과 구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