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리골레토 '여자의 마음'
Verdi, Rigoletto
우리에게 익숙한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은"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에 나오는 아리아의 첫소절 입니다. (원문은 ‘갈대’가 아닌 ‘깃털’)
<광대 리골레토는 운명의 장난으로 딸을 잃게 되는 비극적인 캐릭터>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이라는 아리아는 아주 가볍고 명랑하게 들리지만, 이 노래가 들어있는 오페라 [리골레토]는 베르디의 여러 걸작 오페라 가운데서도 사회 비판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16세기 프랑스 왕이었던 프랑수아 1세와 그의 궁정 광대였던 트리불레를 주인공으로 삼아 권력자의 부도덕성과 횡포를 고발한 원작 드라마 [왕의 환락 Le Roi s'amuse]은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희곡으로 군주와 귀족들이 온갖 방탕하고 못된 짓을 저지르고도 처벌 받을 위험이 없는 신분사회 시스템에 대한 도발적인 비판이었다.
1832년 프랑스 초연 당일, 곱추 광대가 왕의 암살을 계획했다는 전복적인 설정을 두고 귀족과 평민 관객의 격한 충돌을 불러온 이 연극은 오랜 세월 상연이 금지되었다.
*** 상연(上演) : 연극 따위를 무대에서 하여 관객에게 보이는 일.
위고의 희곡을 읽고 흥분한 베르디는 이 작품을 꼭 오페라로 만들기로 결정하고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에게 대본을 부탁했다.
만토바 공작의 궁정광대 리골레토는 젊은 공작의 호색적인 성격을 부추겨 궁정귀족들의 부인이나 딸을 농락하게 하면서 쾌감을 느끼게 되지만, 곱게 기르던 자신의 딸마저 공작이 유혹해 겁탈하자 분노한 그는 자객을 시켜 공작을 죽이려 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리골레토의 딸 질다는 사랑하는 공작을 살리기 위해 자객의 칼에 대신 뛰어들고, 리골레토는 자루에 든 공작의 시신을 강에 버리려다가 그것이 공작이 아닌 자기 딸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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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때문에 제목과 주인공이 달라진 오페라
오페라 무대 위에서 왕의 암살을 보여주는 일은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불가능했다.
원작에서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대본가 피아베가 미리 다 삭제했는데도 이탈리아를 지배하고 있던 오스트리아 검열 당국은 이 대본에 ‘혁명적’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당연히 공연 허가는 받을 수 없었고 고민하던 베르디는 누군가의 조언을 얻어 원작의 무대를 바꾸기로 했다.
프랑스 궁정은 이탈리아 만토바 궁정으로 둔갑했다.
어디선가 대가 끊겨 베르디 시대에는 이미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게 된 이 만토바 공작의 가문이 오페라 무대에 오른 것이다.
실재하지도 않는 이 공작을 비난하는 일에 대해서는 검열관들도 별 말이 없었다.
베르디는 오페라의 제목도 원래 ‘저주 (La Maledizione)’라고 붙였지만 검열 당국과의 마찰 때문에 결국 주인공의 이름을 따 ‘리골레토’ 로 바꿔야 했다.
위고의 원작에 담긴 날카로운 사회비판을 베르디의 오페라는 구구절절이 담아내지 못했다.
검열 당국의 감시 때문이기도 하고 오페라라는 무대예술의 한계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오페라의 탁월한 극적 효과는, 긴 대사 없이도 오페라로 사회비판극이 가능함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자신의 희곡이 오페라로 작곡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원작자 빅토르 위고까지도 [리골레토] 3막에 나오는 4중창을 보고 나서는 “내 연극에서도 오페라처럼 네 명이 동시에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효과적일까”라는 말로 감탄을 표했다고 한다.
베르디는 초연 전날까지 테너 가수에게 이 곡을 절대로 사람들 앞에서 부르지 말라고 해놓고 꼭꼭 숨겨두었다.
마침내 공연 당일, 무대에서 테너 가수가 이 노래를 부르자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에 반한 관객들은 오페라가 끝난 뒤 다들 이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집에 돌아갔고, 이 노래는 다음날 당장 히트곡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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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Donna E Mobile *
La donna e mobile, qual piuma al vento,
라 돈나 에 모비레, 꽐 피우마 알벤-또
muta d'accento, e di pensiero.
무따 다첸-또 에디 뻰찌에로
Sempre un amabile, leggiadro viso,
쎔쁘레 우나마-빌-레 레찌아드로 비조
in pianto o in riso, e menzognero.
인 삐안또 인 리조, 에멘쪼녜-로
La donna e mobile, qual piuma al vento,
라 돈나 에 모빌레, 꾸알 삐우마 알 벤또
muta d'accento, e di pensier
무따 다첸--또 에디뻰찌에
e di pensier, e di pensier
에디뻰찌에(ㄹ), 에--- 디뻰찌에(ㄹ)
E sempre misero, chi a lei s'affida,
에 쎔쁘레 미제로 끼아 레이 싸피-다
chi le -confida, mal cauto il core!
끼레 콘피다, 말 까우또 일 꼬레
Pur mai non sentesi felice appieno
푸르 마이 논 센떼시 펠리체 아피에-노
chi su quel seno non liba amore!
끼 주 꾸엘 쎄노 논 리바모레
La donna e mobil, qual piuma al vento,
라 돈나 에 모빌레 꽐 삐우마알벤또
muta d'accento e di pensier,
무따 다-첸--또 에디뻰찌에
e di pensier, e e di pensier!
에------디-뻰찌에-(ㄹ), 에디뻰찌에(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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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donna e mobile, qual piuma al vento,
muta d'accento, e di pensiero. Sempre un amabile, leggiadro viso,
in pianto o in riso, e menzognero. La donna e mobile, qual piuma al vento,
muta d'accento, e di pensier e di pensier, e di pensier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
눈물을 흘리며 항긋 웃는 얼굴로 남자를 속이는 여자의 마음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여자의 마음 변합니다
변합니다, 아~~~~ 변합니다
E sempre misero, chi a lei s'affida, chi le -confida, mal cauto il core!
Pur mai non sentesi felice appieno chi su quel seno non liba amore!
La donna e mobil, qual piuma al vento, muta d'accento e di pensier,
e di pensier, e e di pensier!
그 마음 어디에 둘곳을 모르며 항상 들뜬 어리석은 여자여
달콤한 사랑의 재미도 모르며 밤이나 낮이나 꿈속을 헤맨다
바람에 날래는 갈대와 같이 여자의 마음 변합니다
Roberto Alagna, tenor "루치아노 파바로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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