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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예 방/수필 등

할미꽃 전설

by 연송 김환수 2011. 5. 28.

 

 

할미꽃 전설

 

          - 할미꽃 전설 -
          
          옛날에 세 딸을 둔 할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세 딸은 무럭무럭 잘 자랐습니다.
          할머니는 딸들이 크는 것이 
          단 하나의 기쁨이었습니다.
          남편을 일쩍 여의었지만,
          할머니는 무럭무럭 크는
          세 딸을 보면서 살아왔습니다.
          어느덧, 딸들은 이제 시집을 
          가야 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먼저 큰딸에게 좋은 신랑을
          정해주려고 애를 쓰다가
          드디어 신랑을 정했습니다.
          
          키도 크고 건강한 남자와 
          짝을 지어 주었던 것입니다.
          할머니는 너무너무 기뻐서,
          잔칫날에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딸이 잘살라고,깨·팥·찹쌀 따위를
          한 줌씩 정성껏 챙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시집올 때 가지고 온
          할머니의 고운 옷감도 주었습니다.
          그저 잘살기만을 바라면서
          큰딸은 건넛 마을로 시집을 갔습니다.
          이제 둘째 딸의 차례입니다.
          할머니는 이 둘째 딸도
          남부럽지 않게 시집을 보내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였습니다.
          
          밤늦게까지 밭일도 하고,
          쌀도 아껴 먹으며,
          둘째 딸 시집가서 흉잡히지 않게 하려고
          열심히 하였습니다.
          마침내 둘째 딸도 시집갈 날이 왔습니다.
          할머니는 첫째 딸을 시집보낼 때처럼 
          기뻤습니다.
          이번에 보는 사위도 큰사위 못지않게 
          튼튼하고 건강합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너무약했기 때문에
          튼튼하고,건강한 사위만을
          골랐던 것입니다.
          둘째 딸 시집가는 날도 
          굉장히 성대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와서
          국수나마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할머니는 그저 아무 탈 없이
          잘 살아 주기만을 바랐습니다.
          둘째 딸을 무사히 시집보낸 할머니는
          기쁨과 허탈 때문에 
          그만 자리에 몸져누웠습니다.
          
          이제 남은 딸은 막내딸 하나입니다.
          두 딸을 시집보내고 나니,
          집에 남은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반반한 것은 모두 두 딸에게 들어가고
          몇 마지기 되던 논도
          거의 팔아 버렸습니다.
          이제 할머니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밭 몇 두렁 밖에 없었습니다.
          먹고사는 것은 단 두 식구라 
          그런 대로 꾸려 가겠지만,
          막내딸을 보면 할머니는 
          저절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쯔쯧,저것도 언니들처럼
          해주어야 할 텐데··
          그러나 할머니는
          이제 힘이 없었습니다.
          막상 자리에 몸져눕게 되니 
          막내딸 걱정뿐 이었습니다.
          “저것을 시집보내야 할 텐데···
          할머니가 아프니,자연 
          막내딸이 밭일 논일을 해야 했습니다.
          마음씨 착한 막내딸은 
          아무런 불평도 없이 몸져누운
          어머니를 봉양하고
          열심히 일을 하였습니다.
          마침내 막내딸도 
          시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몸져누운 채 
          막내딸의 결혼식을 맞이하였습니다.
          큰딸,작은딸처럼
          결혼식 준비를 못하였습니다.
          내가 움직일 수만 있었다면
          할머니는 한없이 슬펐습니다.
          먼저 시집간 두 언니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할머니는 후유 한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었습니다.
          그저 막내딸의 혼수를 자기 손으로
          마련해 주지 못한 것이 한이었지만,
          그런 대로 남부끄러운 
          결혼식은 아니었습니다.
          할머니는 그것으로 만족했습니다.
          막내딸이 시집을 가던 날,
          할머니는 간신히 지팡이를 짚고
          집 앞 언덕까지 올라갔습니다.
          “어머니,안녕히 계셔요.”
          마음 착한 막내딸은
          몇 번이고 돌아다 보며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겼습니다.
          
          막내가 떠나간 지도 어언 석 달,
          할머니는 시집간 딸들이
          보고 싶었습니다.
          
          이제 아픈 몸도 좀 나은 것 같아,
          할머니는 딸들이 사는 모습을
          볼 겸 집을 나섰습니다.
          봄볕이 따뜻함을 틈타
          할머니는 먼저 큰딸네
          집으로 갔습니다.
          벌써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된
          큰딸은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그러나 일 주일이 가고 보름이 지나자,
          큰 딸의 태도는 달라졌습니다.
          
          할머니가 아주 자기 집에 
          살러 온 줄 알았습니다.
          대접도 시원찮아지고,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할머니는 큰딸네 집에서 
          떠나야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할머니는 짐을 챙겨 가지고
          작은딸의 집으로 떠났습니다.
          
          “더 계시지 않고···
          큰딸은 대문 앞까지 
          따라 나와 말렸으나,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다시 작은딸의 집으로 갑니다.
          작은딸도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버선발로 뛰어나와 
          할머니를 맞이하였지만,
          일 주일이 가고 보름이 지나니,
          큰딸과 마찬가지였습니다.
          할머니는 또다시 봇짐을 머리에 이고
          막내딸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두 딸에게 괄시를 받은 
          할머니는 막내딸만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둘째 딸의 집에서 나왔습니다.
          
          바람이 몹시 차가웠습니다.
          어느덧 12월.
          차가운 바람을 안고, 
          할머니는 막내딸을 찾아갑니다.
          막내딸의 집은 두 딸과
          산 하나 너머에 있었습니다.
          별로 높은 산은 아니지만 
          할머니에게는 높은 산이었습니다.
          숨이 찼습니다. 
          다리가 휘청거렸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고개가 보입니다.
          그 고개에 오르면 막내딸이
          살고 있는 집이 보입니다.
          할머니는 막내딸을 빨리 만나고 
          싶어 길을 서둘렀습니다.
          “아가야·····!"
          고개에 오른 할머니는 
          성급하게도 막내딸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러나 그 소리가 들릴리 없습니다. “
          아가야....... “아가야······."
          할머니는 너무나 숨이 차서
          고개에 쓰러졌습니다.
          "아가,아가!-"
          하고 막내딸의 이름을 
          부르다 부르다 그만 잠이 든 것입니다.
          
          영영 세상을 뜨신 것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막내딸은
          할머니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습니다.
          그 다음해 봄,
          할머니의 무덤에 돋아난 꽃이
          곧 할미꽃이었습니다.